(32) 과점시장에서의 담합
[경제학 원론 산책] 담합을 막기 위해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해요
과점시장의 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더 큰 이윤을 위해 때로는 협력하기도 한다. 기업이 이익을 위해 서로가 협동하는 것을 담합이라고 한다. 담합은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독자적으로 하지 않고 공동으로 하는 행위로, 과점시장에서 생산하는 기업들이 값을 올리고자 하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발생한다. 카르텔이라고 불리는 행위는 담합의 가장 강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과점시장에 있는 모든 기업이 카르텔을 형성한다면 이 시장은 실질적으로는 독점체제가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담합의 유인기업들이 담합하는 것은 담합을 통해 이전보다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르노 경쟁을 하는 과점시장에서는 기업들이 판매량을 감소시키는 담합을 통해 가격을 높여 이윤을 늘릴 것이고, 베르트랑 경쟁을 한다면 가격을 낮추는 경쟁을 하지 않기로 담합해 담합 이전보다 이윤을 더 확대하게 된다.

과점시장에서 산출량 경쟁과 가격 경쟁이 지나치게 발생하면 경쟁하는 기업 모두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따라서 이윤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담합이 과점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과점시장에서 발생하는 담합은 과점시장 경쟁 못지않게 다양하다. 합법적인 담합에서 불법적인 담합까지 있을 수 있고, 명백하게 합의된 담함에서 암묵적인 담합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담합이 진행된다. 이들 중 가장 강력한 담합이라고 할 수 있는 카르텔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담합의 불안정기업들이 담합할 유인이 있다고 해서 과점시장에서의 담합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담합을 약속한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는 상황이라면, 이 약속을 어기고 담합에서 이탈할 때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담합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담합을 맺은 기업 중 다른 기업 몰래 생산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내리면 자신에게 할당된 것 이상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이윤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담합은 여기에 가담한 기업들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 않고 파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담합은 협정을 위반한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을 때 오래 지속될 것이다. 카르텔카르텔은 명백하게 합의된 담합이다. 담합을 약속한 과점시장의 기업들이 담합 사실을 공개하고, 공식적으로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이 카르텔이다. 카르텔은 명백하고 공개된 담합이므로 다른 형식의 담합에 비해 약속을 파기해 카르텔을 와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과점시장의 모든 기업 사이에 카르텔이 형성된다면 이 시장은 독점시장과 거의 동일하게 작동한다.

이런 과점시장에서는 카르텔을 맺은 기업들의 한계비용함수를 산출하고 나서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판매가격과 산출량이 정해질 것이다. 카르텔이 형성된 과점시장이 독점시장과 다른 점은, 이윤 극대화 과정에서 결정된 카르텔 전체의 생산량을 카르텔을 맺은 기업끼리 어떻게 나누어 생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르텔은 몰래 배신할 가능성이 적음에도 다른 담합처럼 오래 지속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물론 대표적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처럼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카르텔을 맺은 기업끼리 판매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만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쉽게 와해된다. 이런 과정은 일반적인 담합이 빨리 와해되는 것과 다르지만 결국 카르텔도 다른 담합처럼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은 동일하다. 리니언시(leniency)담합은 소비자가 누려야 할 이익을 생산자가 차지하게 되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다. 정부는 카르텔은 물론 일반적인 담합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발생하는 담합을 적발해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따라서 정부는 담합을 자진해서 신고한 기업에 과징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해 담합을 직접 적발하는 방식과 함께 활용하고 있다. √ 기억해주세요
김형진 서울대 경영학과 강사
김형진 서울대 경영학과 강사
과점시장에서는 카르텔을 맺은 기업들의 한계비용함수를 산출하고 나서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판매가격과 산출량이 정해질 것이다. 카르텔이 형성된 과점시장이 독점시장과 다른 점은, 이윤 극대화 과정에서 결정된 카르텔 전체의 생산량을 카르텔을 맺은 기업끼리 어떻게 나누어 생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