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한 세태에 맞춘 당연한 추세다. 비혼이 늘어나는 것은 시대상이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도 거대한 흐름이다. 기업이 종사자에게 급여 외 복지 지원을 해준다면 고루 해줘야 한다. 다양한 삶과 생활 방식에 맞춰 동등한 혜택을 주는 게 맞는다면, 결혼을 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달리 대우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결혼도, 출산 여부도 개인과 개별 가정의 선택인 시대 아닌가. 홀로 사는 직원이 결혼하는 동료가 결혼축하금과 출산축하금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박탈감을 생각해보라. 복지나 임금에 차이가 있다면, 회사에 대한 기여의 차이, 즉 생산성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일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모인 조직이 기업인데, 업무 역량이나 기여도보다 결혼 여부에 따라 다른 대우를 한다면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비혼 직원에게도 회사는 동기 부여를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제도는 유능한 인재가 더 모여들게 한다. 무한경쟁 시대에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더한 제도도 도입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비혼 1인 직원은 가족 공제 등이 없어 세금도 더 낸다. 아이를 출산할 때 국가가 얼마나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해주나. 그런 갭을 메워주겠다는 것은 전적으로 회사 자율의 경영 판단이고, 노사 합의에 달렸다.[반대] 저출산은 재앙 같은 국가 중대 위기…기업이 비혼 부추기는 메시지 줘선 곤란기업 단위에서 자율로 할 일인 것은 맞다. 하지만 대기업, 특히 상장기업은 ‘기업공개’ 등을 통해 법적·제도적으로 큰 혜택을 누린다. 세금을 잘 납부하는 것으로 기업의 기본 역할은 다하지만, 사회적 기대치라는 것도 엄존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 것이다. 더구나 급증하는 비혼과 가장 낮은 출산율로 명예롭지 못한 세계 1위가 된 인구절벽의 한국 현실을 기업도 직시하고 고민을 함께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아무리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대기업이라지만 국가 사회가 있어야 기업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 기업이 결혼을 유도하고 출산을 장려해도 인구가 줄어드는 판에 대기업이 앞장서 비혼·비출산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인터넷상의 한 여론 조사를 보면 기업의 비혼지원금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65%인 반면 ‘긍정적’은 18%에 그쳤다. 사회의 일반적 시각이 이렇다. 기업에 대해 여론과 유행을 반드시 좇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하지 않아도 좋고, 불이익도 없다’는 식으로 비혼을 부추기는 듯한 메시지를 던져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제 인구 측면에서 보면 위기 국가다. 2020년부터 절대 인구가 줄어들어 2022년 한 해 동안에만 20만 명이 감소했다. 더구나 세계에서 제일 빠를 정도의 급속한 고령화도 함께 진행돼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가능인구는 더 줄어들게 된다. 정부가 출산대책을 세우고 인구 유지에 아무리 애를 써도 민간부문에서 이렇게 둑이 무너지면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다. 다소 심하게 접근하면 지금은 어떤 식으로든 ‘독신세(稅)’를 신설하고 부과해야 할 상황이다. 이익도 많이 내고 회사 경영에 여유도 더 있는 대기업이 저출산을 부추겨서는 곤란하다. 회사 경영진은 물론이고, 이 대목에 관한 한 툭하면 복지투쟁을 일삼는 노동조합 스스로의 자제 캠페인이 절실하다. 정 안 되면 방식이라도 1인 가구의 부모를 지원하는 식이 좋다.√ 생각하기 - 기업 판단이 중요…주택·세제 지원, 보육·교육부담 경감 등 효과적 정책 강구해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일부 대기업 독신 직원 위한 '비혼지원금', 어떻게 볼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AA.30636779.1.jpg)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