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오묘한 자연선택
1859년,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간해 '자연선택'을 세상에 소개하며 유럽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인간이 침팬지와 비슷한 영장류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 유럽 사회의 세계관과 윤리관을 뒤엎는 것이었다.
[과학과 놀자] 유성생식은 유전적 다양성 확보로 생존확률 높여
다윈의 자연선택론은 동물 중 어떤 개체는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대물림하고, 어떤 개체는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는지에 대해 비교적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새는 암컷이 수컷에 비해 우중충한 색을 갖는데, 이는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포식동물의 눈에 잘 띄지 않아 생존율이 높아진 ‘자연선택’의 결과 때문이고, 가젤 영양의 몸이 천적보다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발달한 것도 ‘자연선택’의 결과라고 제시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간한 지 12년이 되는 1871년에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이라는 책을 발간해 유럽 사회에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윈은 자신의 기존 이론인 ‘자연선택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 즉, 공작 수컷의 화려한 꼬리 깃털이나 엘크 수컷의 무겁고 거대한 뿔처럼 생존에 불리한 특성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스스로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서 다윈은 같은 종 내에서 일어나는 짝짓기 행동과 짝 고르기라는 번식 경쟁을 끌어들여 ‘성선택 이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공작새 수컷의 꼬리나 엘크 수컷의 거대한 뿔은 성선택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다윈은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과 번식을 위한 성선택을 구분한 뒤, 성선택은 자연선택보다 훨씬 더 지능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성의 존재는 생명의 진화에 어떤 이점이 있는 것일까.

모든 생물은 종족 유지를 위해 자신을 닮은 새로운 개체를 만든다. 이처럼 생물이 자신을 닮은 자손을 만들어내는 것을 생식이라고 하는데, 그 방식에 따라 유성 생식과 무성 생식으로 구분한다. 무성 생식은 생식 세포의 형성 없이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만드는 생식 방법이다. 이 방식은 번식이 빨라 환경만 좋다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수의 자손을 만들 수 있으나,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 급격한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 종의 전멸로 이어질 수 있다.

유성 생식은 암수라는 성이 존재하며 암수에서 각각 만들어진 생식 세포가 만나서 수정해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방법이다. 유성 생식의 경우 어떤 한 개체가 가지는 유전자의 절반만 자식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유전자에는 재앙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유성 생식은 무성 생식에 비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엄청난 에너지를 지출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적합한 파트너를 찾지 못할 경우 생식 자체를 할 수 없게 될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 확률이 높다.

성선택 이론은 동물들의 배우자 선택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우자 선택은 선택하는 종에 따라 좋은 번식 조건이나 풍부한 먹이 자원 등의 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고, 직접적인 이익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 선택은 성내선택과 성간선택이라는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이뤄져 있다. 성내선택은 배우자 획득을 둘러싸고 동성 개체가 서로 싸우는 즉, 수컷 간 투쟁 또는 암컷 간 투쟁을 말한다. 직접적으로 힘을 겨루는 북방코끼리물범 수컷들의 싸움은 성내선택의 한 예다. 북방코끼리물범 수컷은 번식기에 이 싸움을 일으키는데, 두 마리가 마주 향해 울부짖은 후 그 소리로 우열을 가린다. 승리한 수컷은 서식지에 있는 20~60마리의 암컷을 차지한다. 성간선택은 한쪽 성이 자신의 짝을 선택하는 경우다. 보통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암컷선택이라고도 한다. 수컷 공작새는 화려한 꼬리 깃을 가지고 있는데, 이 꼬리 깃은 개체 자체의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암컷의 눈길을 끄는 데는 유용해 배우자 선택에 유리하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 이제 동물행동학과 진화생물학 분야에서 중요한 이론이 됐다. 암수 또는 남녀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수많은 가설 중 다윈의 성선택 이론만큼 일괄적이고 보편적이며 검증 가능한 이론은 없다. 그러나 번식 능력이 없는 동성애와 다양한 젠더의 존재, 그리고 자연에서 개체들이 번식만을 위해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등은 다윈의 성선택 이론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기억해주세요
임혁 경기고등학교 교사
임혁 경기고등학교 교사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간한 지 12년이 되는 1871년에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이라는 책을 발간해 유럽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기존 이론인 ‘자연선택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 즉, 공작 수컷의 화려한 꼬리 깃털이나 엘크 수컷의 무겁고 거대한 뿔처럼 생존에 불리한 특성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스스로 의문을 제기했다. 다윈은 같은 종 내에서 일어나는 짝짓기 행동과 짝 고르기라는 번식 경쟁을 끌어들여 ‘성선택 이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공작새 수컷의 꼬리나 엘크 수컷의 거대한 뿔은 성선택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다윈은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과 번식을 위한 성선택을 구분한 뒤, 성선택은 자연선택보다 훨씬 더 지능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