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동국대학교 논술 분석 (2)
지난 시간 문제의 해제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짧은 분량에 비해 문제의 요구사항이 상당히 많습니다. 무려 다섯 가지나 되네요!
①[가]에 제시된 한글 맞춤법 제1장 제1항에서 한글 맞춤법의 대상을 밝히고 나서 ②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원리를 설명하고, 제2항의 아래에 제시된 예시를 참조하여 ③제1항과 제2항을 규정한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시오. 그리고 [가]가 추구하는 목적을 참조하여 ④[나]와 [다]에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여 제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⑤[라]와 같은 문학작품이 쓰인 이유를 밝히시오.
동국대 문제를 풀 때 생각해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짧은 글일수록 더 높은 밀도로 풍부하게 기술하도록 노력하기, 그리고 긴 글에서는 논리적으로 답변할 것. 짧은 분량에서 별도의 제시문 정리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분량상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동국대 기출문제를 풀면서 어떤 학생들은 마치 ‘퀴즈’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요구사항에 일정한 패턴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당면한 문제에 대해 충실하게, 풍부한 글감으로 답변을 전개해야 합니다.

우선 한글 맞춤법의 대상은 ‘표준어’입니다. 그리고 두 가지 상충하는 원리는 소리대로 적는 원리와 의미로 구분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 요구사항을 봤을 때, 원리가 상충하더라도 결국 목적만큼은 동일합니다. 모두 의미 혼동을 막아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들을 제한된 분량 안에 논리적인 맥락을 살려서 기술하면 아래와 같이 답변할 수 있습니다.

[부분 답안] 표준어를 대상으로 삼는 한글 맞춤법의 1항은 상충한다. 소리대로 적는 표음주의와 ‘업다’, ‘없다’처럼 의미로 구분하는 표의주의가 동시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항까지 보았을 때 맞춤법의 목적만큼은 동일하다. 의미 혼동을 막아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다.

다음 네 번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앞선 세 번째 요구사항의 목적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 제시문의 두 친구 간 대화에서 경상도 지역의 방언은 자연스러운 소통을 막고 말투 자체에 주목하게 하네요. 마찬가지로 [다]의 엄마와 소연의 대화 속에서 ‘문상’ ‘버카충’ 등의 단어는 특정 세대끼리만 사용하는 은어로, 세대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 제시문, 즉 백석의 <국수>에서 문학작품 속에 토속어들이 사용될 때 여러 정서적 유대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문화적 특색을 전달해 문학적 현실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 답안으로 옮기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해 아래와 같이 답안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답안] 표준어를 대상으로 삼는 한글 맞춤법의 1항은 상충한다. 소리대로 적는 표음주의와 ‘업다’, ‘없다’처럼 의미로 구분하는 표의주의가 동시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항까지 보았을 때 맞춤법의 목적만큼은 동일하다. 의미 혼동을 막아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다. [나], [다]의 지역 및 세대 간 단절 또한 그들만의 비규범적 표현으로 인한 것이며, 맞춤법 규정은 이러한 문제 해결의 준칙이 된다. 그러나 [라]에서 다양한 토속어들로 구성된 작품은 정서적 유대감을 불러일으키고 문화적 특색을 전달하여 문학적 현실감을 형성한다. 따라서 문학에서는 오히려 적절한 지역어 사용이 독자와의 소통 증대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학교의 채점 기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한글 맞춤법의 대상은 표준어다.

2. ‘업따’와 같이 한글을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은 소리대로 적는 것(표음주의)과 ‘업다’ ‘엎다’ ‘없다’와 같이 어법에 맞도록 적는 것(표의주의)은 서로 상충한다.

3. 제1항과 제2항의 공통적인 목적은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4. (나)는 표준어 지역에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지역 방언을 쓰면 안 된다.

5. (다)는 부모 자식처럼 세대 차이가 나는 관계에서는 계층 방언을 쓰면 안 된다.

6. 문학작품은 방언을 써서 정서적 유대감 또는 지역의(향토적) 분위기를 드러낼 수 있다.
[2023학년도 논술길잡이] 짧은 1,2번 문항…풍부한 글감으로 답해야
‘(1)에서 (6)까지의 사유 결과를 명확하게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과 관련하여 위의 (1)~(6)에 관련된 추리와 구상 내용을 언어적으로 명확히 세밀하게 서술하는가?

채점 기준을 잘 살피면 각 대학의 지향점을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은 점수를 얻는 방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동국대는 각 요구사항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맞추길 요구하고 있으므로 수험생들에게 ‘퀴즈’처럼 느껴질 수 있겠으나, 제시문이 교과서와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되니 제시문을 잘 읽고 이해하면 답을 맞힐 수 있습니다. 상의 ‘S’ 랭크를 받으려면 답을 정확히 기술하는 것을 넘어 요구사항 간 논리적 맥락을 창의적으로 연결하고 요구에 대한 답이 선명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방법을 반복해 연습해야 합니다. 그동안 반복 출제된 주제 중 일부만 보여드리겠습니다.
[2023학년도 논술길잡이] 짧은 1,2번 문항…풍부한 글감으로 답해야
사회탐구에서는 여러 주제를 고루 다루고 있으며, 어떤 주제는 반복 출제되기도 합니다. 동국대 문제를 다뤄보는 것은 다른 모든 학교에 대한 간접적 준비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문제들을 균형적으로 다루고 있어 수험생들이 다양한 교과지식을 균형있게 공부했는지, 현재와 미래의 사회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논리적으로 분석을 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에 용이합니다.
포인트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짧은 글일수록 더 높은 밀도로 풍부하게 기술하도록 노력하기, 그리고 긴 글에서는 논리적으로 답변할 것. 문제의 요구사항에 일정한 패턴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당면한 문제에 대해 충실하게, 풍부한 글감으로 답변을 전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