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최리노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한경DB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한경DB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산업 용어를 들라면 단연 ‘반도체’일 것이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벌써 몇십 년째 이어지는 현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간 곳도 삼성반도체 평택공장이었다. 반도체로 인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9년 만에 우리나라를 추월할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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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뭐길래 국가의 GDP 순위를 바꾸고, 국가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까. 20여 년간 반도체산업계에서 일한 뒤 인하대 신소재공학과로 자리를 옮긴 최리노 교수는 반도체 공부를 원하는 고등학생과 반도체를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이 책은 ‘반도체 소자’에 관한 책이다. 반도체는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중간적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을 뜻한다. 부연설명하자면 도체와 부도체 사이의 전기전도도를 지니는 물질로, ‘전기전도도를 인위적으로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물질’을 말한다.

반도체 소자는 반도체 물질을 이용해 만든 ‘전자 소자’를 뜻한다. 소자란 ‘어떤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작된 부품’이란 의미다. 반도체 소자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량 가운데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많은 국민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전에 자부심을 느끼며 응원하고 있다. 진공관을 대체한 반도체 소자1900년대 초 등장한 전자제품의 기능은 매우 단순했다. 50여 년 동안 진공관 소자를 기반으로 전화, 라디오, TV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는데 성능, 전력 소모, 면적, 비용 면에서 훨씬 우수한 반도체 소자가 발명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반도체 소자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은 컴퓨터의 발명이었다. 1945년 처음 나온 진공관 컴퓨터 ENIAC는 50평이 넘는 공간에 설치됐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장치로 구성된 컴퓨터가 발명된 뒤 1961년 반도체 소자를 사용한 메모리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집적회로 제조 기술이 개발되면서 반도체산업의 눈부신 발전이 이어졌다. 집적이란 ‘모아서 쌓는다’는 뜻이다.

1971년 출시된 최초의 상업용 집적회로 CPU인 인텔 4004는 50평을 차지하고 있는 ENIAC보다 17배 빠른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크기는 손톱만 했다. ENIAC이 17만4000W의 전력을 소모한 데 비해 인텔 4004는 1W로 충분했다. 부피와 소모 전력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개인용 컴퓨터가 나온 것이다.

60여 년간 소자 미세화가 진행돼 2021년 현재 손톱만 한 크기의 칩에 약 500억 개의 트렌지스터가 들어간다. 신속 정확한 일기예보, 실감나는 영화와 게임의 컴퓨터 그래픽, 자율주행 자동차, 인터넷, 스마트폰,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우리가 마주하게 된 새롭고 신기한 현상과 제품의 90% 이상은 반도체 소자가 빨라지고 메모리 용량이 커지면서 누리게 된 것들이다. 낮은 전력으로 구동이 가능해지면서 모바일 제품과 VR 게임기 같은 응용 제품을 갖고 다니며 즐기게 됐다. 고부가가치 분야에 투자해야현재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하는 편리한 제품들이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라는 사실을 책 속에서 확인하면 좋을 것이다. 경이적인 과학 발전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새로운 지식을 많이 습득할 수 있다.

저자는 ‘반도체 소자는 단순한 공업 제품이 아니고 현재 인류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매일 사용하는 친숙한 물건들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며 급속도로 변모할 미래를 전망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반도체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산업이고, 국내에서도 최고의 수출을 자랑하며 국가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저자는 반도체 소자와 함께 고부가가치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산업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로 진공관에서 출발해 반도체 소자의 ‘미세화, 고집적’의 과정, 현재 연구 중인 3차원 집적과 인간의 뇌신경망 구조를 흉내 낸 두뇌 모사 컴퓨팅 단계까지 차근차근 살펴보라. 이 책 한 권으로 가장 주목받는 반도체산업을 확실히 습득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