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와중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상당한 이익을 내게 됐다. 오르는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렸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치솟는 물가 대응책의 하나인 유류세 인하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자 정치권에서 정유사에 대한 세금 부과 안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다. 유가 급등으로 정유사와 주유소가 큰 이익을 보고 있으니 세금을 더 내놓으라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유통 과정의 재고 관리에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일종의 장부상 이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년 전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5조원의 적자를 냈을 때는 정부가 관심이라도 가졌느냐는 항변이다. 자칫 공급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는 이례적인 횡재세, 부과할 수 있는 것인가.[찬성] 정유사 이익 급증, 유류세 인하 효과 없어…해외서도 위기 때 고통분담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류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와중에 정유회사의 이익은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 2022년 1분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실적을 보면 4조7668억원에 달했다. 2분기에도 1분기에 버금가는 실적을 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가 급등기에 정유사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낸 것이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유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유류세 인하가 기름값에 반영되지 않았던 사실도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30% 낮췄던 2022년 5월 이후 휘발유의 세금 인하액 247원 중 가격에 반영된 것은 129.7원뿐이었고, 경유도 세금 부분 인하액 174원 가운데 67.7원만 반영됐다. 나머지는 정유사와 주유소 몫이 됐다. 비공식 통계지만 일부 조사에 따르면 이즈음 휘발유의 정유사 마진은 177원에서 27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정부가 세금 감면이라는 획기적 조치로 가격을 낮췄는데 그 효과를 가로채면서 이익을 냈으니 그런 이익을 다른 세금을 거둬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에너지업계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서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부담을 충분히 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지적돼야 한다.
국내 주유소의 판매가격 상승폭이 국제 유가 상승폭보다 더 큰 것에 대해 정유업계는 명확히 설명하고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유가가 오를수록 유통마진을 더 남기는 것을 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용납하긴 어렵다. 횡재세를 부과하면 공급량을 줄이게 된다는 것도 명확하게 입증된 게 아니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 기름값 급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가격 인하를 촉구하지 않았나.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횡재세를 도입하거나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가 장기적으로 이익을 많이 내왔던 사실을 돌아보면 판매·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위기 때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반대] 정유업계 의지와 무관한 '장부상 이익'…2년 전 5조 손실 났을 땐 모두 무관심유가 급등 자체가 국내 정유업계의 의지와 무관한 세계적 현상이다. 정유사들이 수조원씩의 이익을 냈다고 여야 정치권이 선동적으로 공격하지만 장부상의 ‘평가이익’이다. 이런 이익에 대해 원가 공개를 압박하고 명칭도 다분히 악의적인 횡재세를 내라고 하니 대한민국이 과연 자유시장경제의 나라인지 의구심이 생길 뿐이다. 반시장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발상이다.
이런 세금을 신설하겠다는 것은 고유가로 인한 서민 고충의 원인과 불만을 정유사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고물가에 따른 어려움을 특정 집단 탓으로 돌림으로써 정부나 국회는 책임을 슬쩍 면하려는 행태다. 이런 법안을 내는 정당은 로빈 후드 행세를 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역대 최대라는 1분기 이익의 40%가량이 재고 유지에 따른 평가이익이다. 장부상 이익일 뿐 실제 수익이 아니라는 얘기다. 유가가 하락하면 장부상 이익은 줄어들어 2020년처럼 평가손실로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적자가 나면 정부가 메꿔줄 것인가. 정유사가 연간 5조원의 적자로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정부나 국회가 관심이나 가졌던가. 정유가의 영업이익률은 10% 정도여서 다른 업종에 비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다. 해외 사례와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도 없다. 미국과 영국의 석유 메이저들은 자체 유전에서 석유·가스를 생산하고 정유까지 하기 때문에 유가가 치솟으면 대박이 나기도 한다. 오직 정제 마진에만 기대는 국내 정유사와 사업·이익 구조가 다르다. 이런 와중에도 한국 정유사들은 정제 기술의 고도화에 주력해 수출에 적극 나섰고, 수출액 비중이 50%를 넘어선다.
정유업계의 이익에 과도하게 간섭하면 공급 불안만 부추긴다. 가뜩이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공급 불안이 커지는 데 기업 투자를 가로막으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겠나. 미국에서도 기름값 인하 압박을 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통상적 세법 이상의 ‘이익 간섭’은 ‘가격 통제’만큼이나 부작용이 크다.√ 생각하기 - 세금 부과 앞서 유통 과정 점검부터…세금 부과 → 투자 기피 → 공급 불안 악순환도 경계 기름값을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정부만의 일도, 민간 기업만의 일도 아니다. 국내 유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국제 유가와 유류세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만으로 기름값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유통 과정에 문제점은 없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익을 많이 낼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면 정유사들은 생산·투자 모두 줄이려 할 공산이 크다. 투자가 줄면 기름값은 필연적으로 오르게 된다.
다른 상품도 대개 마찬가지다. 규모의 경제가 안 되면 특히 국제적으로 공급 물량이 모자랄 때 필요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단기적 관점의 세금 신설이 가격을 올리고 공급 불안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시야를 넓혀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상황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일부 분석에 따르면 유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유류세 인하가 기름값에 반영되지 않았던 사실도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30% 낮췄던 2022년 5월 이후 휘발유의 세금 인하액 247원 중 가격에 반영된 것은 129.7원뿐이었고, 경유도 세금 부분 인하액 174원 가운데 67.7원만 반영됐다. 나머지는 정유사와 주유소 몫이 됐다. 비공식 통계지만 일부 조사에 따르면 이즈음 휘발유의 정유사 마진은 177원에서 27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정부가 세금 감면이라는 획기적 조치로 가격을 낮췄는데 그 효과를 가로채면서 이익을 냈으니 그런 이익을 다른 세금을 거둬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에너지업계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서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부담을 충분히 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지적돼야 한다.
국내 주유소의 판매가격 상승폭이 국제 유가 상승폭보다 더 큰 것에 대해 정유업계는 명확히 설명하고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유가가 오를수록 유통마진을 더 남기는 것을 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용납하긴 어렵다. 횡재세를 부과하면 공급량을 줄이게 된다는 것도 명확하게 입증된 게 아니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 기름값 급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가격 인하를 촉구하지 않았나.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횡재세를 도입하거나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가 장기적으로 이익을 많이 내왔던 사실을 돌아보면 판매·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위기 때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반대] 정유업계 의지와 무관한 '장부상 이익'…2년 전 5조 손실 났을 땐 모두 무관심유가 급등 자체가 국내 정유업계의 의지와 무관한 세계적 현상이다. 정유사들이 수조원씩의 이익을 냈다고 여야 정치권이 선동적으로 공격하지만 장부상의 ‘평가이익’이다. 이런 이익에 대해 원가 공개를 압박하고 명칭도 다분히 악의적인 횡재세를 내라고 하니 대한민국이 과연 자유시장경제의 나라인지 의구심이 생길 뿐이다. 반시장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발상이다.
이런 세금을 신설하겠다는 것은 고유가로 인한 서민 고충의 원인과 불만을 정유사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고물가에 따른 어려움을 특정 집단 탓으로 돌림으로써 정부나 국회는 책임을 슬쩍 면하려는 행태다. 이런 법안을 내는 정당은 로빈 후드 행세를 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역대 최대라는 1분기 이익의 40%가량이 재고 유지에 따른 평가이익이다. 장부상 이익일 뿐 실제 수익이 아니라는 얘기다. 유가가 하락하면 장부상 이익은 줄어들어 2020년처럼 평가손실로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적자가 나면 정부가 메꿔줄 것인가. 정유사가 연간 5조원의 적자로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정부나 국회가 관심이나 가졌던가. 정유가의 영업이익률은 10% 정도여서 다른 업종에 비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다. 해외 사례와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도 없다. 미국과 영국의 석유 메이저들은 자체 유전에서 석유·가스를 생산하고 정유까지 하기 때문에 유가가 치솟으면 대박이 나기도 한다. 오직 정제 마진에만 기대는 국내 정유사와 사업·이익 구조가 다르다. 이런 와중에도 한국 정유사들은 정제 기술의 고도화에 주력해 수출에 적극 나섰고, 수출액 비중이 50%를 넘어선다.
정유업계의 이익에 과도하게 간섭하면 공급 불안만 부추긴다. 가뜩이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공급 불안이 커지는 데 기업 투자를 가로막으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겠나. 미국에서도 기름값 인하 압박을 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통상적 세법 이상의 ‘이익 간섭’은 ‘가격 통제’만큼이나 부작용이 크다.√ 생각하기 - 세금 부과 앞서 유통 과정 점검부터…세금 부과 → 투자 기피 → 공급 불안 악순환도 경계 기름값을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정부만의 일도, 민간 기업만의 일도 아니다. 국내 유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국제 유가와 유류세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만으로 기름값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유통 과정에 문제점은 없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익을 많이 낼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면 정유사들은 생산·투자 모두 줄이려 할 공산이 크다. 투자가 줄면 기름값은 필연적으로 오르게 된다.
다른 상품도 대개 마찬가지다. 규모의 경제가 안 되면 특히 국제적으로 공급 물량이 모자랄 때 필요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단기적 관점의 세금 신설이 가격을 올리고 공급 불안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시야를 넓혀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상황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