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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날’을 맞아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1) 법이란 무엇인가 (2) 법다운 법은 어떤 법인가. 답을 찾다 보면, 우리는 법을 매우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법과 도덕을 구분하자(1)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법과 도덕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법과 도덕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둘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행동 준칙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법과 도덕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공동체는 정글화합니다. 17세기 영국 정치사상가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the war of all against all)’ 상태에 빠지는 거죠.

문제는 도덕을 법으로 만들려 할 때 발생합니다. 도덕은 각자가 선(善)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윤리적, 자율적 규범입니다. 개인의 양심 차원에서 발현되는 것이죠. 반면 법은 국가라는 권력이 타율적으로, 강제적으로 만들고 적용하는 규범입니다. 쉽게 말하면, 도덕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법은 ‘그래야만 한다’입니다. 도덕은 장려와 권유가 버무려진 희망사항의 영역이고, 법은 누구에게나 강제를 행사하고 처벌을 규정하는 영역입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란 말은 법과 도덕을 동일시해선 안 되며 도덕을 모두 법으로 만들어 강제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술을 마시고 취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금주법을 함부로 만들진 말라는 겁니다. 지상 천국을 만들자는 ‘좋은’ 뜻이 있다고 해서 도덕률을 법률로 만들면 천국은커녕 사람들이 숨도 쉬기 어려운 지상 지옥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몽테스키외의 자연법모든 것을 법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은 자연법사상에도 들어 있습니다. 자연법사상을 주장한 대표적 인물이 프랑스의 몽테스키외입니다. 그는 1748년 출판한 명저 《법의 정신》에서 인간이 법을 만들기 이전에 시공을 초월한 보편타당의 규율과 규칙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사물의 본성에서 필연적으로 유래하는 법, 인간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법이 있다는 겁니다. 인간은 생명, 생존, 평화, 안전을 근원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살인하지 말라’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 ‘사기 치지 말라’ ‘약속을 지키라’는 자연스럽게 법이 됐습니다. 십계(十誡)와 고조선 8조법은 이런 의미에서 탁월합니다. 이런 자연법은 국회 표결 절차나 다수 찬성이라는 조건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몽테스키외 같은 법철학자들은 이런 법을 진짜법이라고 부르고, 오늘날 의회가 다수결로 만드는 법을 입법이라고 불러서 구분하려 합니다. 오늘날 입법은 절차적 합법성만 갖추면 법의 내용과 무관하게 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히틀러 같은 독재자들도 의회에서 다수결로 ‘나치 수권법’을 만들었고, 스탈린은 합법적 절차를 거쳐 독재헌법을 만들어 장기 집권했습니다. 인간의 생명, 자유, 재산권을 말살한 것이었지만, 법이 되었습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라는 학자는 그의 저서 《법 입법 그리고 자유》에서 법과 입법을 구분하고 입법부의 법률 제정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헌이 되는 법률이 국회에서 종종 만들어지는 이유도 법의 내용보다 법의 절차만 강조한 결과입니다. 로마인과 영국인들이 “법은 발견되는(discovered) 것이지 만들어지는(enacted) 것이 아니다”고 했던 겁니다. 일반성·확실성·소극성을 가진 법(2)를 말할 때 법철학자들은 세 가지 조건을 늘 제시합니다. 첫째는 일반성입니다. 법다운 법은 모든 개인과 조직에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겁니다. 차별금지의 원칙과 같은 거죠. 특혜나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법다운 법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법 앞의 평등, 즉 법치(rule of law)입니다. 둘째는 확실성입니다. 법이 무엇을 금지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금지하는 행동을 개인들이 쉽게 알 수 있어야 행동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셋째는 소극성입니다. 다소 어려운 개념인데요. 법은 무엇이 정의로운 행동인가를 모두 알려주지 못합니다. 그것을 일일이 나열하려면 책 수백 권 분량도 넘을 겁니다. 그래서 법은 정의롭지 않은 행동만 금지합니다. 금지할 것만 정하고 나머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법은 안녕하십니까?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1. 법과 도덕의 차이점과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해보자.

2. 십계와 고조선 8조법의 유사성을 공부해보자.

3. ‘절차적 합법성만 갖추면 무엇이든 법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주제로 토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