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현대 한국 건축의 걸작, 서울 힐튼호텔이 철거된다는데…](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AA.29608656.1.jpg)
여러 손을 거쳐 지금은 국내 부동산펀드 운용회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소유다. 1999년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회사가 사들였다가 2004년 밀레니엄힐튼호텔로 재출발했지만 경영난도 겪었다. 이 건물을 사들인 자산운용사는 무려 1조원을 투자했다. 투자자 수익 기대에 맞춰야 한다. 재개발도 못하는 건물에 1조원을 투자해 발이 묶이면 투자자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초 계획한 대로 재건축·재개발을 할 수 없게 되면 부동산펀드 등 자산운용업계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재개발을 통한 진화’라는 도시의 발달 모델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건축이라고 무조건 경계할 필요는 없다. 더 높이, 더 멋지게, 현대감각이 한층 우러나는 건물을 세우면 된다. 소유주도 그럴 계획에서 1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투자에 따른 개발 이익을 누리고, 현대식 설계와 빼어난 첨단 공법으로 더 멋진 21세기형 랜드마크 빌딩을 서울 강북 도심 인근에 올리면 새로운 관광명소를 창출하는 일이 된다. ‘보존 논리’에 따라 남겨온 청계천의 오래된 세운상가와 그 주변이 지금 어떤 모습인가. ‘한국 근대사의 발전 현장’이라지만 너무 누추하고 지저분해 사람들의 통행이 끊겨버린 도심의 공동화 지역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권자의 개발 의지다. 사적 소유에 대해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설익은 자기 이상을 내세우며 재활용 계획에 과도하게 참견해선 안 된다. [반대] 한국의 대표적 현대 문화유산 가능하면 보존해 '스토리' 만들어가야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헐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건물이다. 서울의 대표적 현대 건축물이라는 점, 설계자의 명성, 대우그룹의 흥망사가 담긴 기업 애환의 현장 등 의미와 스토리가 많이 있는 하나의 ‘작품’이다. 더구나 호텔은 건축사적 측면으로 볼 때 수많은 국가에서 근대화 현대의 상징물이었다. 이런 건물을 최대한 남겨야 수도 서울에도 문화와 스토리가 축적된다. 그렇게 외국인을 유치하고 한국인도 현대 문화의 자긍심을 키워갈 수 있다.
많은 국민의 기억과 추억에 남아 있는 이 건물은 구조적으로나 용도로도 빼어난 수작이다. 화려한 중앙 홀과 여러 부대시설의 공간은 완성도 차원에서 다시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게 많은 건축 전문가의 지적이다. 실제로 설계자가 지을 때도 수익을 더 내려 하기보다 멋과 철학을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미래로 나아가도 이런 건물은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에서 보전할 가치가 있다. 그나마도 근래에 중수한 몇몇 고궁을 빼면 서울에 문화적 가치와 역사성을 가진 구조물이 얼마나 있나. 잘 지키고 가꾸며 미래 세대에 유산으로 남길 만한 건물이다.
물론 주인이 분명히 있는 사적 소유물이라는 점을 부인할 순 없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적자가 계속되는 고급 호텔로 무조건 유지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렇다 해도 ‘전면 철거, 전면 재시공’으로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건물이다. 단순히 건축물 하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이, 서울의 소중한 문화 공간 하나가 사라진다는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일반인은 건축 전문가와 달리 밀레니엄힐튼호텔의 진짜 가치를 모를 수 있다. 더 높고 더 편리한 새 건물이라고 반드시 좋다는 보장도 없다.
건물 내부의 리노베이션 같은 것도 적극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조금 더 보존하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발휘해 호텔 외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상업적 건물로 용도 변경을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생각하기 - 도시 진화 과정서 '보존 vs 개발' 충돌…'자발적 존치' 유도 어려울까‘보존 논리’와 ‘개발 논리’는 도시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대의 갈등 테마다.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이전 시대의 유산을 최대한 보존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현대 한국 건축의 걸작, 서울 힐튼호텔이 철거된다는데…](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AA.18068503.1.jpg)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