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00) 바그너 법칙
대통령선거 이후 주목받고 있는 회동이 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과 6개 경제단체장이 만났습니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단체장들도 규제로 기업 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죠. 실제로 최근 5년간 정부의 예산 규모, 공무원 수, 규제 입법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요? 정부가 점점 커지는 이유는
국민은 경제가 성장하고 기본적인 생활이 안정되면 복지나 사회적 가치 등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역할을 해주길 바라죠. 정부는 국민적 요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련 예산과 업무를 주관할 공무원 수를 늘립니다. 선진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도 정부 규모가 점점 커졌죠. 이에 따라 국민총생산에서 공공부문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바그너 법칙’이라고 합니다. 독일의 경제학자 아돌프 바그너가 처음 제시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죠. 그는 연구에서 독일 경제가 커질수록 국민총생산에서 공공지출 비중이 커지는 점을 확인했습니다.(100) 바그너 법칙
‘피코크-와이즈만 가설’도 공공부문이 확대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앨런 피코크와 잭 와이즈만은 1891~1955년 영국의 공공지출을 통해 더 심화된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사회가 안정된 시기에는 공공지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지만 경제위기, 전쟁같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하면 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금을 늘리고 지출을 확대하게 된다는 사실이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기가 지나간 뒤에도 정부는 이전에 늘렸던 세율이나 정부 규모를 줄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민간 경제를 위축하는 구축효과최근 한국에서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의 채권 발행과 세금이 증가했습니다. 실업률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공무원 수를 늘리기도 했죠. 정부 규모가 커지면 규제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공공부문이 커지면 민간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구축효과’가 발생합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시중 자금이 줄어들고, 늘어난 규제로 생산·투자·소비의 민간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이죠.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등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에서 한국의 정부 규제 부문은 주요국 중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민간의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규제가 많다는 의미죠. 정부 규모를 축소해 지출과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민간의 영역이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현재 요구되는 정부의 역할 아닐까요?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