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안녕하세요, 생글생글 독자 여러분. 오늘은 성균관대학교 대입논술문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2023학년도 성균관대 논술전형에는 변화사항이 몇 개 있어요. 우선 논술전형의 반영비율 변화가 눈에 띕니다. 2022학년도(작년)에는 논술전형에서 교과의 실질적 반영 비중이 높아 5등급이 넘어갈 경우 상당한 문제가 있었는데, 예고안에 따르면 올해는 교과 반영을 폐지해 100% 논술 실력만으로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수능 최저자격도 완화됐습니다. 전년도까지는 영어 2등급을 별도로 하여 국, 수, 탐(2개 과목 평균, 절사) 중 2합 4(글로벌계열은 2합 3)의 최저자격을 두고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영어를 별도로 두지 않고 탐구는 상위 1과목만 반영해 3합 6(글로벌계열은 3합 5)의 최저자격으로 완화됐습니다. 수능에서 영어가 어려워지면서 평소에 영어를 잘하다가도 막상 수능에서 70점대 후반으로 영어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대거 탈락하곤 했는데, 이제는 이런 변수가 없어진 셈이지요.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의 경우 최저자격을 맞추기가 더욱 쉬워졌기에 인문계 응시자들에게는 희소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성균관대는 논술고사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전년도에는 기존처럼 5~7개의 제시문이 아니라 3개의 다소 긴 제시문을 출제하는 등의 변화를 주고 있지요.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전통성을 중시하는 학교답게 논술문제도 일정한 출제패턴을 따르고 있습니다. 1번에서는 분류하고 요약하는 문제를 통해 문해력과 비교의 사고력을 측정하고, 2번 문제에서는 자료의 함의를 해석하고 입장과 견주는 문제를 통해 해석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평가하며, 3번 문제에서는 견해논증과 문제해결형 문제를 출제해 논증적 사고와 창의성을 평가합니다. 따라서 전 문항은 수험생들의 예비대학생으로서 자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게다가 교과서상의 주제를 출제하고 있고, 논술 가이드북을 매년 발간해 수험생들의 사전 준비가 용이합니다.이번 호에서는 2021학년도 3교시에 출제된 논제를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제시문 전체를 포함하면 문제가 상당히 길기에, 원문제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선에서 일부 제시문만을 축약 선별하겠습니다. 또한 세 개 문항 중 보다 특징적인 1, 2번 문항에 집중하겠습니다.
[문제1]
<제시문 1> ~ <제시문 4>는 정보사회에 관한 윤리적 관점을 담고 있다. 제시문들을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30점, 분량제한 없음, 줄노트)
<제시문 1>
제4차 산업혁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철학적 토대에 입각하여 설정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그것은 결코 변한 적이 없는 중요한 사실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과 쾌락의 지배를 받는다. 이것은 자명한 진리이다. 고통과 쾌락은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결정한다. 따라서 어떠한 도덕체계나 윤리체계도 고통과 쾌락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도덕체계에서도 고통은 최소화하고 쾌락은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위를 선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요인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서는 문명의 진보가 일어날 수 없다.
<제시문 2>
가치 있는 창작품이 많이 나오려면 저자와 발명가들에게 제한적이나마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 그런 보장이 없다면 저자와 발명가들은 지적인 창작물을 생산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창작물의 소유자들에게는 그 재화의 가치를 유지 또는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지적재산권 보호제도를 위한 인센티브도 이와 유사하다. 이 경우 정부는 지적인 창작물의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생산이 사회진보를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저자와 발명가들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사회가 지적인 창작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 3>
자율주행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경우 공리주의적 접근과 의무론적 접근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보다는 두 접근을 혼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의무론적 접근을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을 정하기 쉽다. 또한, 규칙을 설정하고 이에 알맞게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컴퓨터의 기본적인 속성에 부합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자동차가 실제로 도로를 주행할 때는 이러한 원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공리주의적인 관점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인간의 생명은 단순히 계산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격적 존엄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인바 전체 사회의 복지나 사회 진보보다 더 우선되어야 한다.
<제시문 4> (원출제 제시문6)
살아가면서 우리가 중요한 의료 결정을 내릴 때 근거로 삼는 것은 아프다거나 괜찮다는 느낌 혹은 주치의가 내리는 전문적인 진단이 아니다. 우리 몸을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아는 컴퓨터의 계산이다. 수십 년 내에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입력되는 생체측정 데이터를 토대로 우리의 건강을 쉴 새 없이 모니터링할 것이다. 우리가 몸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훨씬 전에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독감이나 암,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을 발병 순간에 감지하고 처방할 것이다. 2050년쯤에는 생체측정 센서와 빅데이터 알고리즘 덕분에 질병이 고통이나 장애로 나타나기 훨씬 전에 진단과 처방이 내려지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병을 미리 예방하여 건강과 장수를 누릴 것이고, 사회는 구성원들의 보건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낮춰 남는 예산을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 2]
<자료>는 두 국가 A, B에서 각각 새로운 데이터 관련 정책을 시행한 이후의 변화를 보여준다. <자료>를 해석하고 이 자료들이 [문제 1]의 두 입장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설명하시오. (40점, 분량제한 없음, 줄노트)
<자료 1>은 A국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의 변화를 보여주며 <자료2>는 A국의 행정비용 항목별 지출 비중을 보여준다. A국은 기존 범죄사건과 개인의 SNS 및 동선 데이터 등을 종합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범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경찰인력을 운용하는 정책을 2015년부터 시행하였다. 주1) 모든 시점에 A국의 예산 총액은 같으며 전체 행정비용은 치안, 교육, 복지, 보건, 문화에만 지출한다고 가정한다.
주2) 모든 시점에 다른 모든 조건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