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2) 눈과 얼음이 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옵니다. ‘계절 변화’로 해석하면 그렇습니다. 둘째, 눈과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됩니다. ‘상태 변화’로 해석하면 그렇습니다. 셋째, 육지에 있던 눈과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합니다. ‘기후 변화’로 해석하면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답이 가장 와닿나요? 사실 이 모든 것은 서로 맞닿아 있는 현상입니다.
우선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계절의 변화는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서 태양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하는 각도가 지구상 위치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태양이 더 높이 떠오르고 낮이 길어지는 반면, 겨울에는 태양이 낮게 뜨고 밤이 더 길어지지요. 태양이 더 높이, 더 오래 떠 있을수록 지상에서 받는 태양 에너지가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기온이 높아집니다. 이런 온도 변화는 상태 변화로 이어져요. 여기서 상태란 일반적으로 고체, 액체, 기체를 말해요. 어떤 물질이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면 상태가 달라집니다. 고체인 얼음이 에너지를 흡수하면 액체 상태의 물이 됩니다. 물이 에너지를 흡수하면 기체 상태인 수증기가 되죠.
물은 상태 변화를 통해 순환하면서 지구상의 다양한 기상 현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물은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데요. 바다나 강, 호수 같은 물의 형태로 약 97.6%가 존재하고 극지방이나 높은 산꼭대기같이 기온이 낮은 곳에서 눈이나 얼음 형태로 약 2.4%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 나아가 지구가열화로 인해 지구상의 얼음(빙하)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높은 산에서 만년설이 녹아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내리고, 남극 대륙의 눈 절벽이 무너져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북극 바다에서는 북극곰이 작은 얼음덩어리를 부둥켜 잡고 있는 모습 등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런 현상이 바로 기후 변화의 단면들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눈이나 얼음을 흔히 ‘빙하’라고 부르는데, 위치에 따라 크게 빙상과 빙산으로 구분합니다. 빙상은 땅 위를 덮고 있는 얼음층을 뜻해요.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그린란드 빙상과 남극 빙상이 대표적입니다. 빙산은 물에 둥둥 뜬 채로 잠겨 있는 얼음덩어리를 의미해요. 물 위로 보이는 빙산의 양은 전체의 7분의 1 정도에 불과해요. 그래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 빙상과 빙산이 모두 녹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빙상이 녹아 물로 상태가 변해 바다로 흘러들면, 바닷물의 양이 많아져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게 됩니다. 반면 빙산은 이미 바다에 잠긴 채로 있어 녹아서 물이 되더라도 추가적인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컵에 물과 얼음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얼음이 녹더라도 물이 흘러넘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빙상과 빙산이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지만 지구상의 눈과 얼음이 녹는 현상은 기후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요. 지구온난화는 해류, 즉 바닷물의 흐름에 변화를 일으켜 이상 기후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바닷물의 온도를 높여 열팽창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낳기도 합니다. 또 눈과 얼음이 감소하면 지구의 태양 에너지 반사율이 낮아져 이상 기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 눈과 얼음이 녹고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눈과 얼음이 있어야 할 곳에서는 늘 그렇게 녹지 않고 있어 주면 좋겠습니다. 정원영 국립과천과학관 환경연구사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환경교육 석사·박사
저서
'2022 과학은 지금'
'사이다 1: 바다탐험X인어공주'
우선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계절의 변화는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서 태양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하는 각도가 지구상 위치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태양이 더 높이 떠오르고 낮이 길어지는 반면, 겨울에는 태양이 낮게 뜨고 밤이 더 길어지지요. 태양이 더 높이, 더 오래 떠 있을수록 지상에서 받는 태양 에너지가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기온이 높아집니다. 이런 온도 변화는 상태 변화로 이어져요. 여기서 상태란 일반적으로 고체, 액체, 기체를 말해요. 어떤 물질이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면 상태가 달라집니다. 고체인 얼음이 에너지를 흡수하면 액체 상태의 물이 됩니다. 물이 에너지를 흡수하면 기체 상태인 수증기가 되죠.
물은 상태 변화를 통해 순환하면서 지구상의 다양한 기상 현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물은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데요. 바다나 강, 호수 같은 물의 형태로 약 97.6%가 존재하고 극지방이나 높은 산꼭대기같이 기온이 낮은 곳에서 눈이나 얼음 형태로 약 2.4%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 나아가 지구가열화로 인해 지구상의 얼음(빙하)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높은 산에서 만년설이 녹아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내리고, 남극 대륙의 눈 절벽이 무너져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북극 바다에서는 북극곰이 작은 얼음덩어리를 부둥켜 잡고 있는 모습 등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런 현상이 바로 기후 변화의 단면들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눈이나 얼음을 흔히 ‘빙하’라고 부르는데, 위치에 따라 크게 빙상과 빙산으로 구분합니다. 빙상은 땅 위를 덮고 있는 얼음층을 뜻해요.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그린란드 빙상과 남극 빙상이 대표적입니다. 빙산은 물에 둥둥 뜬 채로 잠겨 있는 얼음덩어리를 의미해요. 물 위로 보이는 빙산의 양은 전체의 7분의 1 정도에 불과해요. 그래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 빙상과 빙산이 모두 녹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빙상이 녹아 물로 상태가 변해 바다로 흘러들면, 바닷물의 양이 많아져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게 됩니다. 반면 빙산은 이미 바다에 잠긴 채로 있어 녹아서 물이 되더라도 추가적인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컵에 물과 얼음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얼음이 녹더라도 물이 흘러넘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빙상과 빙산이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지만 지구상의 눈과 얼음이 녹는 현상은 기후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요. 지구온난화는 해류, 즉 바닷물의 흐름에 변화를 일으켜 이상 기후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바닷물의 온도를 높여 열팽창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낳기도 합니다. 또 눈과 얼음이 감소하면 지구의 태양 에너지 반사율이 낮아져 이상 기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 눈과 얼음이 녹고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눈과 얼음이 있어야 할 곳에서는 늘 그렇게 녹지 않고 있어 주면 좋겠습니다. 정원영 국립과천과학관 환경연구사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환경교육 석사·박사
저서
'2022 과학은 지금'
'사이다 1: 바다탐험X인어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