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만들어진 지 만 10년이 됐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때 동반성장위원회를 앞세운 정부가 도입한 이 제도는 시행 때부터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규모가 영세하고 열악한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생계형 서비스 부문 14개 업종에 대기업 진출을 막은 게 시작이었다. 연도별로 상당수 업종이 추가로 지정을 받으며 보호 대상이 확대돼 왔다. 10년이 되면서 초창기 제도 시행 때 제기됐던 문제점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경제의 지향 목표인 소비자 후생은 줄어들고, 경쟁국 기업 이익만 보장해주면서, 정작 대상 업종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는 비판론이다. 김치제조업 같은 업종은 중국산의 국내 점령을 초래해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10년째 큰 변화가 없다는 중기적합업종, 계속 유지할 것인가. [찬성] '코로나 타격' 중소기업 보호에 필요…장기적 안목으로 성과 지켜봐야중기적합업종 지정 제도는 말 그대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제 조금씩 뿌리를 내려간다고 볼 필요가 있다. 여유를 가지고 봐야 한다. 이 제도를 관장한 정부부처의 이름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동반성장’을 하자는 취지다. 기술 혁신 속에 급진전되는 산업화·도시화·IT(정보기술)화 와중에 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의 격차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양극화는 균형적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이었을 뿐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었다.

무너져가는 골목상권을 살리고 전통시장을 유지시키자는 목소리도 그렇게 나왔다. 경제의 풀뿌리 같은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그렇게 영세 자영사업자가 몰려 있는 중소기업형 업종을 보호 대상으로 어렵게 선정했다. 이런 과정은 일의 속성상 민간 기업이나 시장에 맡겨둘 수가 없었다. 가령 두부·김을 만들고 고추장을 제조할 때 인위적으로라도 대기업은 배제시킴으로써 중소기업의 사업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취지였다. 김치 두부 고추장 조미김 프레스금형 같은 업종이 2011년도 중기만의 사업 업종으로 처음 지정됐다. 이후 LED조명 절연전선 고압가스 충전(2012년)으로 확대됐고, 서적 및 잡지 판매·중고차 판매(2013), 떡볶이·떡국떡(2014), 임의 가맹점형 체인사업(2015), 사료용 유지·문구소매·계란도매(2016년), 고소작업대 임대(2017), 자동차 단기 대여(2019) 등으로 확대돼 왔다.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 주력 업종이 보호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한발 한발 조금씩 진행되는 과정이다. 가시적 성과 여부는 중장기 안목에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영세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코로나 충격을 감안해서라도 최소한 현행 수준은 유지돼야 한다. [반대] 소비자 이익 줄고 창업 선택권 제한…해외업체만 반사이익 얻었다지난 10년간 110개 업종 및 제품이 중기보호업종으로 지적됐지만 결과는 어떤가. 성과는커녕 부작용만 누적된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의 창업 선택권부터 제한받고 있다. 청년세대 창업에 걸림돌이 되고, 기존의 점포에 대한 과잉보호로 혜택이 한쪽에 실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물론 소비자의 후생 저하다. 중고차 판매업이 대표적이다. 2013년 보호업종이 되면서 대기업의 진출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히자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버렸다. 판매 강요, 불투명한 가격 결정, 고객에 대한 전반적 서비스 수준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났다.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면서 결국 중고차 직거래만 늘어나게 됐다. 2020년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 251만여 대 가운데 55%(138만 대)가 당사자 간 직접거래였다.

영세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이 되면서 해외사업체 이익만 늘려주는 결과도 생겼다. 해외 업체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닌 까닭에 중국 등 경쟁국 기업만 좋아졌다. 가령 LED조명 제품은 삼성 LG 등이 미래 사업으로 투자해왔으나, 정부 방침에 따라 어느 날 이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통상 국내 사용 실적이 있어야 해외 판매도 가능한데 잘못된 제도가 수출까지 막은 셈이다. 빈자리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 중국 제품이 점령해버렸다. 대기업이 배제되면 국내 중소기업이라도 이익을 봐야 하는데 중국 등 해외 대기업만 한국시장을 누비게 돼버렸다. 이런 현상은 2016년 이후 동네 빵집 창업자가 줄어든 반면 스타벅스 매장은 이후 1.5배나 늘어난 것에서도 확인된다. 장기간 보호로 최대 6년간만 보호하겠다던 당초 취지도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2018년 생계형 적합업종제도가 신설되면서부터다. 고추장을 비롯한 장류 제조업과 떡볶이 떡 제조업·서적판매 소매업이 그런 사례다. 중고차 판매업도 그렇게 2019년부터 생계형으로 보호받고 있다. √ 생각하기 - 대기업 진출 막아 생긴 부작용 봐야…무조건 보호, 능사 아냐
[시사이슈 찬반토론] 중기적합업종 제도 10년…"효과 없다" 비판에도 지속해야 할까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대기업 진출이 막히면서 정부의 공공조달 시장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전자정부시스템의 해외 수출, 코로나19 백신 보급 플랫폼 구성 등에 실력있는 업체가 빠지면서 정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이제 10년이 된 만큼 초기의 정책 목표가 얼마만큼 성과를 냈고, 드러나는 부작용은 어떤 것이며, 문제점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한번 조사해볼 필요도 있다. 그런 객관적 조사를 토대로 이 제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게 과학적이고 타당하다. 민관 모두가 외치는 청년 창업을 가로막는다거나 소비자 후생이 심각하게 침해받는다면 최소한 실효성이 있는 보완책이라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책에는 원래 일몰제도도 있다. 중소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무조건 보호가 능사가 될 수 없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