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다양한 주장과 요구가 공약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금 정책과 재정운용 방향처럼 거대 담론도 많지만, 이런 대형 아젠다에 가려진 생활형 이슈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사안처럼 보이는 것 가운데 우리 사회의 법률체제, 경제 운용의 기본 원리, 사업자·소비자의 직접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논쟁거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만 따지고 보면 경제·사회 기본 원리와도 연결되는 것들이다. 그만큼 하나하나가 중요한 이슈다. 대표적인 게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 ‘개인 통신비 인하 압박’ 같은 것이다. 카드 수수료만 해도 형편이 넉넉지 않은 소규모 개인사업자에게는 조금이라도 내려가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사실상 ‘한국에만 있는 가격 통제’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지만, 문제점이 또한 적지 않다. SKT KT LGU+ 등 민영 통신사에 대한 요금 압박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가 적정 이익을 책정하며 가격에 개입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중소상인 보호’ ‘개인 생활비 경감’ 등 취지와 명분만 그럴듯하면 다 용인될 수 있나. ‘선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법적인 문제는 없나. [찬성] 자영사업자 돕기 위해 '적격비용 재산정제' 동원해야생계형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무척 큰 시기다. 특히 코로나 쇼크로 타격을 본 소규모 자영사업자들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홀로서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자영사업자를 대상으로 배달 플랫폼 이용 수수료,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정부가 나서 깎아줄 필요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공약으로 주로 내놓고 있지만, 보수를 표방하는 야당 국민의힘 쪽에서도 당내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가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은 최근 급성장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작은 가게 주인들은 그만큼 덕을 못 봤고, 소비자들 역시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수수료가 적정하게 책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민관 협의기구를 만들어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앞서 정부가 마련해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적격비용제는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마케팅 비용 등 카드회사가 영업하는 과정의 원가를 분석해 관련 정부 당국에서 ‘적정한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카드회사와 가맹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했던 사적 계약에 정부 개입의 길을 튼 것으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시행 근거가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카드사와 가입 사업자 사이의 균형을 맞춰주고 카드결제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게 장기적으로 서로 이익이 될 것이다.
통신비 인하 공약도 ‘경제적 약자’를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개인 가입자가 약정한 기본 데이터를 다 쓴 뒤에도 카카오톡 같은 기본 메시징 앱 등은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자는 것이다. ‘전 국민 안심데이터’라는 공약이 그것인데, 연간 최대 3조원 정도의 할인 혜택이 개인들에게 돌아간다. 과거 선거 때 나왔던 기본요금제 폐지, 반값 통신비 같은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 [반대] 수수료 요금 강제 인하…서비스 질 추락, 부대 혜택 줄어카드 수수료는 2007년 이후 13차례나 인하됐다. 카드회사가 수수료를 받는 것은 투자를 해온 대가이고, 가맹 사업자에게 요긴한 서비스를 해주는 대가다. 서로 필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거래 관계를 맺은 것일 뿐, 일방적으로 무료 혜택을 준다거나 터무니없이 폭리를 취할 관계가 아닌 것이다. 가맹점과 소비자가 누리는 편리와 혜택은 카드사 간 치열한 경쟁의 결과다. 카드사들은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을 키우고 채용하며 기술 개발을 하고, 회원을 늘리기 위해 판촉 마케팅 비용도 적지 않게 쓴다. 이 모든 게 ‘편리와 효율’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투자라는 사실이 무시돼선 안 된다. “세계에서 최초로 적격비용제까지 도입해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다 보니 이미 전체 가맹점의 96%가 수수료를 내지 않는 상황인데 얼마나 더 내리라는 것인지, 너무한다”는 게 카드업계 반응이다.
국가가 적정 마진을 정하는 곳이 한국 말고 세계 어떤 나라에 있나. 오죽하면 카드회사 노동조합들도 적격비용제는 아예 폐지하고,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하겠나. 카드업계가 치열한 기술 개발과 눈물 날 정도로 업무 혁신을 해 오면 정부와 정치권에선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는 풍토에서 기술 혁신이 가능하겠나. 기술 혁신을 고취하지는 못할망정 노력의 결과물을 정책이란 이름으로 따갈 궁리만 한다면 카드사로부터 고급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현실적으로 누적 포인트와 기타 부대 서비스 등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각종 혜택도 다 없어질 것이다.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압박은 결제 시장에 뛰어든 빅테크와의 형평성 문제도 초래한다.
통신비 압박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요금을 낮추게 하거나 요금 대비 더 많은 서비스 제공을 강제하면 당장 통신 품질부터 저하되고 소비자가 누릴 다른 기회가 사라질 것이다. 눈앞의 작은 효과만 보느라 더 큰 것을 놓칠까 걱정이다. √ 생각하기 - 통신비·카드 수수료 인하 파급효과 따져야 통신비나 카드 수수료를 맞추면 당장은 수혜층이 나오고 효과도 있어 보일 것이다. 정책에는 그에 수반되는 기회비용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 전에 무주택자 표를 의식해 ‘임대차 3법’이 나왔지만 1년여 사이에 전세·월세가 50% 이상 올랐다. 공약·정책 의도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돕는다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우대와 무리한 연체 사면 등이 불러온 금융시장의 왜곡도 기억할 만하다. 이런 상황이 심화하면 결국 금융 약자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약자 지원책일수록 한층 정교해야 하고 여러 갈래로 파급 효과까지 봐야 한다. 모든 정책에는 이면이 있고 그늘도 있게 마련이다. 통신사들이 “남는 게 없다”며 탈통신 사업에 나서면서 콘텐츠 빅데이터 등 신사업 쪽만 본다면 어떤 결과가 될까. 89분간의 통신 장애로 가입자들에게 큰 혼란과 손실을 초래한 최근 KT의 통신 먹통 대란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은 최근 급성장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작은 가게 주인들은 그만큼 덕을 못 봤고, 소비자들 역시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수수료가 적정하게 책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민관 협의기구를 만들어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앞서 정부가 마련해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적격비용제는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마케팅 비용 등 카드회사가 영업하는 과정의 원가를 분석해 관련 정부 당국에서 ‘적정한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카드회사와 가맹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했던 사적 계약에 정부 개입의 길을 튼 것으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시행 근거가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카드사와 가입 사업자 사이의 균형을 맞춰주고 카드결제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게 장기적으로 서로 이익이 될 것이다.
통신비 인하 공약도 ‘경제적 약자’를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개인 가입자가 약정한 기본 데이터를 다 쓴 뒤에도 카카오톡 같은 기본 메시징 앱 등은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자는 것이다. ‘전 국민 안심데이터’라는 공약이 그것인데, 연간 최대 3조원 정도의 할인 혜택이 개인들에게 돌아간다. 과거 선거 때 나왔던 기본요금제 폐지, 반값 통신비 같은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 [반대] 수수료 요금 강제 인하…서비스 질 추락, 부대 혜택 줄어카드 수수료는 2007년 이후 13차례나 인하됐다. 카드회사가 수수료를 받는 것은 투자를 해온 대가이고, 가맹 사업자에게 요긴한 서비스를 해주는 대가다. 서로 필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거래 관계를 맺은 것일 뿐, 일방적으로 무료 혜택을 준다거나 터무니없이 폭리를 취할 관계가 아닌 것이다. 가맹점과 소비자가 누리는 편리와 혜택은 카드사 간 치열한 경쟁의 결과다. 카드사들은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을 키우고 채용하며 기술 개발을 하고, 회원을 늘리기 위해 판촉 마케팅 비용도 적지 않게 쓴다. 이 모든 게 ‘편리와 효율’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투자라는 사실이 무시돼선 안 된다. “세계에서 최초로 적격비용제까지 도입해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다 보니 이미 전체 가맹점의 96%가 수수료를 내지 않는 상황인데 얼마나 더 내리라는 것인지, 너무한다”는 게 카드업계 반응이다.
국가가 적정 마진을 정하는 곳이 한국 말고 세계 어떤 나라에 있나. 오죽하면 카드회사 노동조합들도 적격비용제는 아예 폐지하고,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하겠나. 카드업계가 치열한 기술 개발과 눈물 날 정도로 업무 혁신을 해 오면 정부와 정치권에선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는 풍토에서 기술 혁신이 가능하겠나. 기술 혁신을 고취하지는 못할망정 노력의 결과물을 정책이란 이름으로 따갈 궁리만 한다면 카드사로부터 고급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현실적으로 누적 포인트와 기타 부대 서비스 등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각종 혜택도 다 없어질 것이다.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압박은 결제 시장에 뛰어든 빅테크와의 형평성 문제도 초래한다.
통신비 압박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요금을 낮추게 하거나 요금 대비 더 많은 서비스 제공을 강제하면 당장 통신 품질부터 저하되고 소비자가 누릴 다른 기회가 사라질 것이다. 눈앞의 작은 효과만 보느라 더 큰 것을 놓칠까 걱정이다. √ 생각하기 - 통신비·카드 수수료 인하 파급효과 따져야 통신비나 카드 수수료를 맞추면 당장은 수혜층이 나오고 효과도 있어 보일 것이다. 정책에는 그에 수반되는 기회비용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 전에 무주택자 표를 의식해 ‘임대차 3법’이 나왔지만 1년여 사이에 전세·월세가 50% 이상 올랐다. 공약·정책 의도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돕는다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우대와 무리한 연체 사면 등이 불러온 금융시장의 왜곡도 기억할 만하다. 이런 상황이 심화하면 결국 금융 약자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약자 지원책일수록 한층 정교해야 하고 여러 갈래로 파급 효과까지 봐야 한다. 모든 정책에는 이면이 있고 그늘도 있게 마련이다. 통신사들이 “남는 게 없다”며 탈통신 사업에 나서면서 콘텐츠 빅데이터 등 신사업 쪽만 본다면 어떤 결과가 될까. 89분간의 통신 장애로 가입자들에게 큰 혼란과 손실을 초래한 최근 KT의 통신 먹통 대란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