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滿)’은 시기나 햇수를 꽉 차게 헤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주년은 1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다. ‘돌’이란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가 되는 날을 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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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99)이 지난 10월 관정교육재단 이사장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삼 세간의 화제가 됐다. 관정교육재단은 그가 사재 1조5000억원을 기부해 세운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이다. 그의 노익장이야 이미 잘 알려진 터인데, 재단 측은 “사실상 세계 최고령 CEO(최고경영자)”라며 기네스북 등록 절차를 문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일상에선 ‘세는나이’ , 공문서 등에선 ‘만 나이’이 명예회장을 소개할 때 따라붙는 말 중 ‘백수’를 빼놓을 수 없다. 1923년생이니 올해 아흔아홉이다. 백수(白壽)는 ‘百(백)’에서 ‘一(하나)’를 빼면 99가 되고 한자로는 ‘白(흰 백)’ 자가 되는 데서 유래했다. 올해 그의 나이를 99세라고 하는 것은 물론 한국식 나이 셈법에 따른 것이다. 만으로 하면 98세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나이 한 살을 먹는다. 어머니 배에서부터 생명체로 자라온 기간을 나이 한 살로 치는 것이다. 그래서 첫돌, 즉 태어난 지 만 1년이 되는 날 두 살이 된다. 그것을 ‘세는나이’라고 한다. 일상에서는 세는나이를 쓰지만, 신문 방송을 비롯해 이력서나 공문서 등 공적 영역에서는 만 나이를 쓴다. 만으로 나이를 나타내는 말은 따로 없다. 그저 ‘만 나이’ 식으로 띄어 쓰면 된다.

‘만(滿)’은 시기나 햇수를 꽉 차게 헤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가령 2020년 11월 8일 태어난 아이는 2021년인 올해 11월 8일이 만 한 살이 된다. 그것을 ‘돌’이라 해도 되고, ‘주년(週年)’이라 해도 된다. 주년은 1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다. ‘돌’이란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가 되는 날을 뜻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게 1446년이니 “올해 한글날이 575돌을 맞았다”라고 하는 게 그래서다. 돌과 주년은 같은 뜻의 말이다. 이들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따지는 용법이다. 신문에서 80세는 세는나이로는 81세 뜻해세는나이와 만 나이를 함께 쓰다 보니 이로 인한 인식상의 혼란도 크다. 한 신문에 쓰인 다음 ‘팔순’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종근당이 올해 ‘팔순’을 맞았다. 종근당의 80년은 ‘대한민국 제약사(史)’와 궤를 같이한다. 종근당 창업주인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은 1939년 약품행상을 시작하며 약업과 연을 맺었다. ‘직접 약을 만들겠다’며 종근당의 모태인 궁본약방을 세운 게 1941년이었다.”

언론에서 쓰는 나이는 ‘만 나이’ 기준이 원칙이다. ‘팔순(八旬)’이란 여든 살을 가리킨다. 이것은 세는나이를 기준으로 한 말이다. 한자 旬(순)이 ‘열흘’이나 ‘10년’을 나타낸다. 한 달을 열흘씩 나눠 초순, 중순, 하순이라고 하는 게 그래서다. 나이로 치면 10년을 단위로 육순(예순 살), 칠순(일흔 살), 팔순(여든 살)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세는나이로 표시한 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몇 살이라고 할 때는 다 세는나이를 쓴다.

종근당은 1941년 세워졌으니 올해 세는나이로 81세다. 만 나이는 80세, 즉 설립 80주년 또는 80돌인 것이다. 이게 헷갈리면 한 가지만 알아두면 된다. 만 나이는 세는나이에서 한 살을 빼면 된다. 만약 종근당이 팔순(세는나이로 여든 살) 잔치를 치렀다면 이미 작년에 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종근당이 올해 ‘팔순’을 맞았다고 한 게 어색한 까닭은 그래서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종근당은 정확히 말하면 작년에 팔순이 지났고 올해 ‘망구(望九)’를 맞았다. 망구는 나이가 아흔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여든한 살을 이르는 말이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나이 풀이는 세는나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