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흔히 ‘시민단체’라고 하는 민간 사회단체들이 앞장서 하던 시의 보조·위탁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적인 행정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이렇게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시 행정에 기대 운영되는 크고 작은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비정부기구)가 수백 개나 되면서 공모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 예산을 받아간 곳이 2020년 기준 3339곳에 달한 것이다. 2016년 1433곳에서 4년 새 2.3배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소요된 시 예산이 지난 10년간 1조원에 달한다. 오 시장이 “서울시 예산이 시민단체의 ATM(현금지급기)으로 전락했다”고 기자회견에서 개탄한 배경이다. 서울시 곳간에서 빠져나간 민간 보조금과 위탁금의 많은 부분이 인건비로 쓰였다고 시는 판단하고 있다. 시 예산이 민간 위탁사업을 중개한 시민단체로 일정 부분 빠져나가면서 관련 사업이 지지부진하며 겉돈 사례가 상당히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이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로 시민 혈세가 낭비됐다”고 비판한 이유다. 이런 일이 서울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른 시·도는 물론, 전국 시·군·구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만연해 있는 현상일 것이다. 독립, 자율,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NGO 시민단체의 지자체 예산 지원 기대기, 과연 합리적인 관행이라고 볼 수 있을까.
[찬성] 열악한 NGO의 현실…행정 사각지대 활동 지원해줘야한국의 NGO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다. 말이 시민단체일 뿐 시민들의 참여도 저조하다. 선진국일수록 NGO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활발하고 회원 가입에 따른 회비 납부 등의 형식으로 주머니 돈도 털어 지원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 현실은 어떤가. 나라 경제가 수십 년 만에 단기 급성장하고 정치적 민주화도 이뤄냈으나 시민의 참여 의식은 중후진국 수준이다. 각종 사회단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내지 못하는 사각지대, 소외지대의 공동선(善)을 추구한다. 개인이나 개별 기업들이 해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사회적 영역에서 고유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환경 안전 복지 주거 취업 같은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런 활동에는 무엇보다 자금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구상을 하고 대안을 계획하고 있어도 최소한의 집행 자금이 없으면 이상과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런 자금을 공공성이 강한 서울시의 예산에서 도움받자는 것이다.
물론 지원받은 공적 자금의 많은 부분이 인건비로 쓰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단체 활동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모두 사람이 움직이면서 행해지는 일이고, 인력이 동원돼야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NGO가 자발적으로 나선 사회활동가와 봉사자 중심 단체라고 해도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활동비는 줄 필요가 있다. 미국 같은 곳에서도 자원봉사자 위주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젝트 참가자에게 식사비나 교통비를 지급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지 않나.
시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사회단체 지원 예산을 끊어버리면 시 재정으로 직접 해야 할 것도 적지 않다. 그런 것은 모두 포기하나. 둘러 가나 바로 가나 결국 집행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사회단체에 대한 좀 더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고, NGO 인건비 비중을 줄이더라도 예산 지원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곤란하다. [반대] 10년간 1조 지원 어디에 쓰였나…官주변 '정치 야합' 의혹도사회단체의 활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시 예산만 바라보면서 활동하는 게 문제다. NGO의 생명은 독립과 자립, 홀로서기다. 시 예산을 노리는 NGO라면 시 산하기관과 다를 바 없다. 그냥 ‘GO’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실로 봐도 예산 빼먹기라 할 지경으로 정도가 심하다. 10년간 서울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무려 1조원이다. 시에서 감사를 벌인다니 지켜봐야겠지만, 그중 많은 부분이 NGO 단체의 직접인건비로 나갔다. 시 주변에 기생 그룹이 있었던 것이다. 전임 박원순 시장 때 시장의 정치적 계산과 맞물리면서 이런 일이 빚어졌다는 해석도 무리가 아니다. 시 예산을 받고 시장의 정치적 행보를 은근히 지지하면서 혈세를 매개로 공생관계를 맺은 셈이다.
시 예산만이 아니라 일선 구(區) 예산으로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관(官) 주변의 기생적 공생관계를 청산해야 선진국형 NGO가 제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적폐로 지적된 시 예산 보조사업과 위탁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이름이나 명분은 그럴듯한데 진행된 것이 없고 문제성이 다분한 게 적지 않다. 지금 서울시 감사를 받고 있는 노들섬 문화복합공간 사업, ‘사회주택’이라는 복합 임대주택 사업, 복마전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태양광 보급 사업, 청년커뮤니티 지원 사업, 컨테이너를 활용한 문화공간 조성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단체 출신자가 선거로 공직을 차지한 뒤 시 예산을 본인이 몸담았던 곳에 지원한다면 ‘민주주의’ ‘민주 선거’를 내세운 정치적 사기 아닌가.
이런 사업에 혈세가 엉터리로 쓰이고,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직접 관여자 집단에 돈이 들어가고, 이따금 발생하는 수익조차 특정 그룹에 귀속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해당 단체는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런 것까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건전한 NGO 문화가 자리 잡고, 옥석 구별도 된다. √ 생각하기 - '조직운영비 50% 시민수혜 20%' 문제 심각…다른 시·도는 어떨까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측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예산에 기댄 ‘마을생태계 조성사업’에 2018년 이후 320억원이 들어갔다. 이 중 2020년 예산으로 보면 중간 지원 조직 운영에만 50%가 쓰였고, 시민 직접 수혜 예산은 20%에 그쳤다고 한다. 2012년 이후 407억원이 들어간 비슷한 성격의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운영’에서도 최근 6년간 인건비로만 평균 51%가 지출됐다는 게 박 의원 측 지적이다. 사업비에서 인건비로 18명의 인원이 편법 증원됐는데, 이런 돈 때문에 특정 진영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치적 공생관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에는 5급 이상 개방직 별정직 산하기관 임원이 666명이나 된다. 이들이 특정 NGO 등으로 예산이 흘러가게 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혈세는 단 1원이라도 제대로, 가치 있게 쓰여야 한다. 서울시가 NGO로 가는 예산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실태 파악을 종합적으로 해 부실한 ‘이상 지원사업’을 즉각 줄이거나 중단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 다른 지자체도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하지만 한국 현실은 어떤가. 나라 경제가 수십 년 만에 단기 급성장하고 정치적 민주화도 이뤄냈으나 시민의 참여 의식은 중후진국 수준이다. 각종 사회단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내지 못하는 사각지대, 소외지대의 공동선(善)을 추구한다. 개인이나 개별 기업들이 해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사회적 영역에서 고유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환경 안전 복지 주거 취업 같은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런 활동에는 무엇보다 자금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구상을 하고 대안을 계획하고 있어도 최소한의 집행 자금이 없으면 이상과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런 자금을 공공성이 강한 서울시의 예산에서 도움받자는 것이다.
물론 지원받은 공적 자금의 많은 부분이 인건비로 쓰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단체 활동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모두 사람이 움직이면서 행해지는 일이고, 인력이 동원돼야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NGO가 자발적으로 나선 사회활동가와 봉사자 중심 단체라고 해도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활동비는 줄 필요가 있다. 미국 같은 곳에서도 자원봉사자 위주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젝트 참가자에게 식사비나 교통비를 지급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지 않나.
시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사회단체 지원 예산을 끊어버리면 시 재정으로 직접 해야 할 것도 적지 않다. 그런 것은 모두 포기하나. 둘러 가나 바로 가나 결국 집행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사회단체에 대한 좀 더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고, NGO 인건비 비중을 줄이더라도 예산 지원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곤란하다. [반대] 10년간 1조 지원 어디에 쓰였나…官주변 '정치 야합' 의혹도사회단체의 활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시 예산만 바라보면서 활동하는 게 문제다. NGO의 생명은 독립과 자립, 홀로서기다. 시 예산을 노리는 NGO라면 시 산하기관과 다를 바 없다. 그냥 ‘GO’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실로 봐도 예산 빼먹기라 할 지경으로 정도가 심하다. 10년간 서울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무려 1조원이다. 시에서 감사를 벌인다니 지켜봐야겠지만, 그중 많은 부분이 NGO 단체의 직접인건비로 나갔다. 시 주변에 기생 그룹이 있었던 것이다. 전임 박원순 시장 때 시장의 정치적 계산과 맞물리면서 이런 일이 빚어졌다는 해석도 무리가 아니다. 시 예산을 받고 시장의 정치적 행보를 은근히 지지하면서 혈세를 매개로 공생관계를 맺은 셈이다.
시 예산만이 아니라 일선 구(區) 예산으로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관(官) 주변의 기생적 공생관계를 청산해야 선진국형 NGO가 제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적폐로 지적된 시 예산 보조사업과 위탁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이름이나 명분은 그럴듯한데 진행된 것이 없고 문제성이 다분한 게 적지 않다. 지금 서울시 감사를 받고 있는 노들섬 문화복합공간 사업, ‘사회주택’이라는 복합 임대주택 사업, 복마전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태양광 보급 사업, 청년커뮤니티 지원 사업, 컨테이너를 활용한 문화공간 조성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단체 출신자가 선거로 공직을 차지한 뒤 시 예산을 본인이 몸담았던 곳에 지원한다면 ‘민주주의’ ‘민주 선거’를 내세운 정치적 사기 아닌가.
이런 사업에 혈세가 엉터리로 쓰이고,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직접 관여자 집단에 돈이 들어가고, 이따금 발생하는 수익조차 특정 그룹에 귀속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해당 단체는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런 것까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건전한 NGO 문화가 자리 잡고, 옥석 구별도 된다. √ 생각하기 - '조직운영비 50% 시민수혜 20%' 문제 심각…다른 시·도는 어떨까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측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예산에 기댄 ‘마을생태계 조성사업’에 2018년 이후 320억원이 들어갔다. 이 중 2020년 예산으로 보면 중간 지원 조직 운영에만 50%가 쓰였고, 시민 직접 수혜 예산은 20%에 그쳤다고 한다. 2012년 이후 407억원이 들어간 비슷한 성격의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운영’에서도 최근 6년간 인건비로만 평균 51%가 지출됐다는 게 박 의원 측 지적이다. 사업비에서 인건비로 18명의 인원이 편법 증원됐는데, 이런 돈 때문에 특정 진영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치적 공생관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에는 5급 이상 개방직 별정직 산하기관 임원이 666명이나 된다. 이들이 특정 NGO 등으로 예산이 흘러가게 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혈세는 단 1원이라도 제대로, 가치 있게 쓰여야 한다. 서울시가 NGO로 가는 예산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실태 파악을 종합적으로 해 부실한 ‘이상 지원사업’을 즉각 줄이거나 중단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 다른 지자체도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