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후원금 유용 논란이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자못 심각했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할머니를 돕기 위한 시민 지원금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일부 유용도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정부기구(NGO) 활동에 우호적이었던 일반 시민들의 충격도 컸다. 해명·정리돼야 할 의혹들은 아직도 남아 있다. 한국 NGO들이 성숙·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가 NGO를 관리·감독하겠다고 나섰다. 법무부가 정부 입법으로 발의한 ‘공익법인 설립 운영법’이 그렇게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가 있다. ‘윤미향 사태’와 그 이전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을 의식한 이 법은 4000개에 달하는 공익형 법인을 직접 살피겠다는 법이다. 법무부 산하에 ‘시민공익위원회’를 만들어 서류·장부 검사, 재산 감사, 임원 직무정지와 해임명령은 물론 공익법인 인정취소권까지 행사하겠다는 게 법안 내용이다. 부처별로, 지역자치단체에도 감시·감독의 포괄적 관할권이 있는데 굳이 ‘옥상옥(屋上屋: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음)’ 규제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NGO는 정부로부터 자립과 독립, 불간섭이 존재의 기본 전제다. 후원금 사용에 부적절한 대목이 있다면 기존의 형사법 체계로 대응할 수도 있다. 법률을 통한 정부의 NGO 활동 간섭, 용인될 수 있나.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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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외부에서 투명성 관리해야 인력 및 운영경비 지원도 가능‘윤미향 의혹 사건’이 시민들에게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부분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도 있고 의혹 제기로 그친 것도 있지만, 후원자 신뢰를 기반으로 존재하는 NGO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공익법인의 존재 기반이 뒤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실제로 정부가 개입해달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공익법인을 총괄하는 기구로서 ‘시민공익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기구는 비영리법인 가운데 학술, 자선 등 공익적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을 가려내게 된다. 전국에는 약 2만 개의 비영리법인이 있는데 이 중 4000여 개가 공익법인에 해당한다. 공익법인은 시민이 자율적으로 모여 스스로 공익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사회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만큼 공익법인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고, 동시에 다수 국민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도록 운영의 투명성을 유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에서 관리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공익법인에 대한 주무관청이 정부 내 각 부처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 법무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시민공익위원회 위원장은 7명의 위원과 함께 공익법인에 대한 관리 및 지원도 해 줄 수 있다. 공익법인의 이름도 앞으로는 ‘시민공익법인’으로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 법무부가 발의한 법안에 그런 내용이 있다. 대신 공익법인의 사업목적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에는 공익법인의 사업목적에 대해 ‘학술·자선에 관한 사업’으로 규정했으나 시민공익법인이 되면 인권증진, 사회적 약자의 권익신장, 환경보전, 범죄예방, 평화증진, 국제상호이해 등으로 확대되는 등 긍정적 기대 효과가 있다. 그렇게 해서 인력 지원이나 운영 경비를 보조해주고 세제 혜택까지 해준다면 열악한 조건에서 어렵게 활동하는 NGO로서도 크게 나쁜 일이 아니다. [반대] NGO의 대전제는 독립…문제 있다면 자율개혁해야NGO는 어디까지나 NGO다.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부터 경계할 일이다. NGO 활동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감시·감독, 통제는 민주 사회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정부의 과욕이다. 법무부가 과도한 의지로 법안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간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부처들이 왜 반대해왔을까부터 돌아볼 일이다. NGO에 대한 정부 개입이 과도해지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한국의 NGO에 문제도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고 성과도 냈지만 부문별로 과잉·난립하면서 NGO 고유의 ‘소금’맛을 잃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국가 보조금에 기웃거리고, 특정 정부와 정책연대라도 한 것 같은 행태까지 버젓이 나타났다. 정치색 강한 일부 NGO 리더 자리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로 가는 ‘스펙’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대기업 사외이사 등으로 가는 징검다리처럼 악용되기도 했다. 활동가 그룹의 사적 이득 취하기 논란에다, ‘정의연 의혹’처럼 운영과 재정 관리에서 투명성 문제까지 불거져 사법당국을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모두 NGO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 다 정리하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NGO 회원과 후원인의 자각과 분발 속에 시민의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단체 스스로 변해야 제대로 개혁이 된다. 옥상옥 지적도 살펴봐야 한다. 막강한 정부 부처마다, 각급 지자체마다 관할권이 이미 있는데 중복으로 감독하려는 저의가 무엇인가. 설립 허가와 취소는 여전히 주무 부처가 맡고, 관리 감독 지원은 시민공익위원회가 맡는 이중적 구조는 정부 영향력만 키울 뿐이다. 별도의 사무기구까지 만들면 뭘 할지 뻔하다. 문제가 있는 NGO는 기존의 법체계로 사법적 대응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요컨대 의도가 어떠했던 간에 시민사회에 대한 정부 간섭만 키우고 NGO의 정부 의존도만 심화시킬 뿐이다. √ 생각하기 - NGO 신뢰 확보가 우선…혜택·우대 대신 시민참여 끌어내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윤미향 사태' 계기로 NGO 감독법 만들어야 하나
NGO라면서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국내에 없지 않다. 많은 NGO가 정부로부터 독립, 나아가 정부에 대한 워치도그(watch dog: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웃 일본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NGO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의 활동과 경력을 정계나 경제계 진출용 ‘스펙’ 정도로 여기는 풍토도 문제다. 숫자만 많을 뿐 관변단체가 양산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 NGO 활동에 대해 정부가 ‘가·부’를 판단하면 어떻게 될까. 비록 민간에서 위원장과 위원을 선임한다 해도 기용하고 임명하는 게 정부라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한국 사회의 고질적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논란이나 만들면서 어설픈 관변단체만 양산할 개연성은 없을까. NGO들로서는 사무실 하나 마련하는 것부터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은 물론 유·무형의 혜택은 일절 바라지 않는 게 신뢰 확보의 출발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시민들이 더 많은 기부도 하면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제안 법안에 대해 국회가 종합적으로, 파장까지 지혜롭게 내다보면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부도 과욕을 부릴 일은 아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