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국민 모두가 일자리를 갖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있습니다. 정부가 일자리가 없는 모든 사람을 공무원으로 뽑으면 됩니다. “공무원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요”라고 묻지는 마세요. 일자리가 없는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착한 사업’인데, “공무원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할 일이 그렇게 많으냐”고 묻는 것은 실례죠. 할 일이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겠지요.

자, 여러분이 대통령이라고 해봅시다. 여러분은 실업자가 한 명도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합시다. 그래서 민간에서 일자리를 갖지 못한 수많은 사람에게 공공 근로를 하게 합니다. 일당과 월급을 정부가 줍니다. 공공 근로로 어떤 일을 시키면 좋을까요? 전국 일정한 장소에 실업자를 출근시킨 뒤 하루 동안 할 일을 일러줍니다. “여러분이 특별히 할 일은 없습니다. 저기에 있는 공터의 땅을 오늘 파면 됩니다. 너무 열심히 파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자리를 갖고 소득을 얻는 게 중요하지 땅 파는 일은 적당히 해도 됩니다.”

일자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고마워합니다. 일도 간단합니다. 8시간 동안 사람들은 쉬면서 땅을 팝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 이들은 퇴근합니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출근하세요.” 사람들은 흩어집니다. 다음날. 사람이 모였습니다. 작업지시자가 전국 작업장에 동일한 명령을 내립니다. “오늘 할 일은 다시 땅을 묻는 겁니다. 그렇게만 하세요.” 이렇게 한 달이 지나서 사람들은 월급을 받습니다.

이를 본 다른 사람들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렇게 쉬운 일자리 대열에 합류합니다. 직장에서 눈치 보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땅 파고 땅 묻는 간단한 일이 더 편하죠. 전 국민이 드디어 일자리를 다 갖게 됐습니다. 월급도 받고요. 자, 이제 여러분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게 됐을 겁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기는 했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훌륭합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 돈은 어디서 올까요? 정부는 기업처럼 돈을 벌지 못합니다. 세금으로 걷어 쓰거나, 돈을 찍어서 씁니다. 문제는 세금입니다. 정부가 100원의 세금을 걷어서 쓰면 60원의 효과밖에 내지 못합니다. 반면에 기업 등 민간이 100원을 쓰면 140원의 생산성을 냅니다. 정부는 쓸수록 마이너스이고, 민간은 투자할수록 부가가치를 생산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 만들기에 쓸 돈을 세금으로 많이 걷어 쓰면 쓸수록 마이너스가 됩니다. 민간은 세금으로 많이 내야 해서 손해이고, 정부는 더 써서 손해이니까 손해가 두 배나 늘게 됩니다. 이것을 경제학에서 재정승수라고 합니다. 정부가 재정을 쓰면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느냐는 것이죠.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