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 평판 리스크
기업 평판 악화에 따른 경영상 위험
이미지 나빠져 매출·주가에 악영향
오랜 사회공헌·마케팅 노력 무력화
평판은 기업의 소중한 무형자산
"이해관계자 신뢰 얻는 데 노력하고
잘못에는 빠른 사과·성실한 수습을"
기업 평판 악화에 따른 경영상 위험
이미지 나빠져 매출·주가에 악영향
오랜 사회공헌·마케팅 노력 무력화
평판은 기업의 소중한 무형자산
"이해관계자 신뢰 얻는 데 노력하고
잘못에는 빠른 사과·성실한 수습을"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파문부터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조직적으로 경쟁사를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뿌린 정황이 드러나 문제가 된 사례도 2009, 2013, 2020년에 걸쳐 반복됐다. 그런데 여론이 나빠져도 회사 차원의 대응은 늘 굼뜨고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2012년 1조3650억원이던 남양유업 매출은 지난해 9489억원으로 8년 새 30% 줄었다. 이 기간 주가는 65%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4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리스크 관리의 실패 사례로 경영학 교과서에 실릴 판”이란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사회공헌활동(CSR)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2조99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8% 늘었다. 기업 한 곳당 평균 지출액은 136억원에 달했다. 회사 매출에서 사회공헌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0.2%로, 2011년(0.26%) 이후 가장 높았다.
평판 리스크가 무서운 까닭은, 이처럼 오랫동안 돈을 쏟아붓고 정성을 들여 구축한 기업 이미지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평판을 깎아먹은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땅콩 회항’ ‘라면 상무’ ‘맷값 폭행’ 등의 사건은 수년이 지나도 대중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평판도 기업이 지켜야 할 자산이다”전문가들은 평판이 기업에 중요한 무형자산의 하나라고 본다. 평소에는 숫자나 등급으로 측정하기 힘든 추상적 개념이지만, 관리에 실패하면 매출 감소, 주가 하락처럼 ‘눈에 보이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이 주채무계열(빚이 많은 대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할 때도 평판 리스크가 일부 반영된다. 경영진의 위법 행위, 도덕적 일탈 등은 정성(定性) 평가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