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온라인 약판매’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약판매 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약국 시장은 3000억달러(약 330조원)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물론 소비자, 즉 약 구매자의 편리도 크게 증진되게 됐다. 아마존이 세운 ‘아마존 파머시’는 온라인으로 처방약과 일반의약품을 주문해 가정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구매자가 약품 가격을 미리 비교하거나 결제 때 보험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도 뒤따른다. 이 서비스로 약품을 사면 소비자는 복제약품 등 종류에 따라 최대 약값의 8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한다. 환자(구입자)가 아닌 의사가 처방전을 바로 이 회사에 보내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원격진료는 20년째 시범사업만 계속하고 있고, 약품은 아예 배달도 안 되는 한국 현실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정보통신기술(ITC)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도 곳곳에 큰 벽이 있다. 의약품 온라인 판매, 한국에서는 도입할 수 없는 것인가. [찬성] 구입자 이용 편익 외면한 채 약사 집단에 휘둘려서는 안 돼의약품도 현대화된 공장에서 생산되는 하나의 공산품이고, 규격화된 재화일 뿐이다. 임상시험과 엄격한 검증을 거쳐 생산되고 있고, 포장과 관리체계도 좋다. 가장 보편적으로 구입·판매·소비되고 있는 비타민·영양제부터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질환 치료제는 그 내용도 많은 이용자가 평소에 잘 알고 있는 그대로다. 감기약이나 해열제, 진통제, 항생제도 복잡하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용자인 보통 시민들의 의식도 매우 높아졌다. 본인이 상시 복용하는 약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성분과 용법을 잘 알고 있다. 병원에서 한 번쯤 처방받은 것이어서 상비약 때문에 ‘약국’을 일일이 방문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불편만 가중시킬 뿐이다. 도서 벽지라든가 지방의 경우 이런 약 구입 때문에 노인까지 멀리 약국을 직접 방문해 약을 구입하게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약사들의 ‘판매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며, 정부가 전문가 집단인 약사협회의 ‘밥그릇 지키기’에 휘둘려 소비자인 구입자 불편을 눈감은 결과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또 약사와 소비자인 환자들 사이에 있는 정부가 비대칭(불균형) 상태에서 온라인 판매나 약품 배달을 법으로 가로 막는 것은 약국의 이익만 보장하는 불공정 상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비슷한 효능에, 심지어 똑같은 성분을 가진 약이라도 상표나 판매자에 따라 가격이 몇 배씩 차이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일부 소비자가 해외직구까지 하는 현실을 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온라인 판매 시스템이 잘돼 있는 상황에서 약 구입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쏟고, 싼 약을 비싸게 구입하도록 법이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반대] 시민 건강과 직결…약국 생존 기반도 감안해야의약품은 어떤 것이라도 이용자의 건강과 연결되며, 심지어 생명과 바로 이어지는 약 종류도 적지 않다. 정부가 공인한 약사가 약에 대해 직접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약사가 약품을 관리하는 것은 한국만의 행정이 아니라 세계 대부분 국가가 그렇게 한다. 온라인으로 약품을 구입하고 배달까지 하게 한다면, 설령 감기약 정도라도 과다 복용과 오용에 대한 부작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이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한 번 둑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관리를 잘 해두는 게 원만한 대책인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약국당 인구가 한국보다 2배 이상 많고, 국토 면적도 워낙 넓어 배달 제도가 활용되는 것이다. 국토가 좁고 교통망 발달로 약국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한국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또 미국에서는 대형 판매시설 안에서 일반약을 판매하는 ‘약 매장’에 약사가 상주하게 돼 있어 구입자가 무자격자로부터 어떤 종류의 약을 마구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의사들이나 병원협회가 원격진료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전면 시행에 반대하는 것과 비슷한 사정도 있다. 원격의료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동네병원’은 경영에 어려움이 훤히 예상되지 않나. 지방에는 병원이 아예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대중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약이라고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대면 구입 방식이 아니라 일반 배송업체들이 다른 보통 상품과 함께 의약품을 배달할 수 있게 되면 많은 약국이 경영 압박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의약 분업 기반의 의료보험 체제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 생각하기 - IT·온라인 환경변화 외면 못해…전문 배달업체 지정제도도 대안 ‘의약품은 특별한 상품인 만큼 구매나 배달 방식에서도 달라야 하는가’, ‘이미 일반 공산품 수준이 된 대량 소비 약품이라면 구입자 편리를 도모할 것인가’ 이런 것이 1차 쟁점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외의 의약품 온라인 거래를 가로막는 것에는 약사들의 ‘밥그릇’을 챙겨주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전자상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변하는 IT(정보기술) 환경과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진화도 감안해야 한다. 먼저 온라인 구입이 가능한 의약품 종류부터 가리고 안전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허용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배달 문제에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의약품 전문배달 지정업체를 도입하는 것도 보완이 될 것이다. 원격의료처럼 약사들의 ‘직역이기주의’라는 지적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이용자인 보통 시민들의 의식도 매우 높아졌다. 본인이 상시 복용하는 약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성분과 용법을 잘 알고 있다. 병원에서 한 번쯤 처방받은 것이어서 상비약 때문에 ‘약국’을 일일이 방문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불편만 가중시킬 뿐이다. 도서 벽지라든가 지방의 경우 이런 약 구입 때문에 노인까지 멀리 약국을 직접 방문해 약을 구입하게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약사들의 ‘판매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며, 정부가 전문가 집단인 약사협회의 ‘밥그릇 지키기’에 휘둘려 소비자인 구입자 불편을 눈감은 결과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또 약사와 소비자인 환자들 사이에 있는 정부가 비대칭(불균형) 상태에서 온라인 판매나 약품 배달을 법으로 가로 막는 것은 약국의 이익만 보장하는 불공정 상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비슷한 효능에, 심지어 똑같은 성분을 가진 약이라도 상표나 판매자에 따라 가격이 몇 배씩 차이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일부 소비자가 해외직구까지 하는 현실을 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온라인 판매 시스템이 잘돼 있는 상황에서 약 구입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쏟고, 싼 약을 비싸게 구입하도록 법이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반대] 시민 건강과 직결…약국 생존 기반도 감안해야의약품은 어떤 것이라도 이용자의 건강과 연결되며, 심지어 생명과 바로 이어지는 약 종류도 적지 않다. 정부가 공인한 약사가 약에 대해 직접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약사가 약품을 관리하는 것은 한국만의 행정이 아니라 세계 대부분 국가가 그렇게 한다. 온라인으로 약품을 구입하고 배달까지 하게 한다면, 설령 감기약 정도라도 과다 복용과 오용에 대한 부작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이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한 번 둑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관리를 잘 해두는 게 원만한 대책인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약국당 인구가 한국보다 2배 이상 많고, 국토 면적도 워낙 넓어 배달 제도가 활용되는 것이다. 국토가 좁고 교통망 발달로 약국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한국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또 미국에서는 대형 판매시설 안에서 일반약을 판매하는 ‘약 매장’에 약사가 상주하게 돼 있어 구입자가 무자격자로부터 어떤 종류의 약을 마구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의사들이나 병원협회가 원격진료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전면 시행에 반대하는 것과 비슷한 사정도 있다. 원격의료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동네병원’은 경영에 어려움이 훤히 예상되지 않나. 지방에는 병원이 아예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대중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약이라고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대면 구입 방식이 아니라 일반 배송업체들이 다른 보통 상품과 함께 의약품을 배달할 수 있게 되면 많은 약국이 경영 압박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의약 분업 기반의 의료보험 체제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 생각하기 - IT·온라인 환경변화 외면 못해…전문 배달업체 지정제도도 대안 ‘의약품은 특별한 상품인 만큼 구매나 배달 방식에서도 달라야 하는가’, ‘이미 일반 공산품 수준이 된 대량 소비 약품이라면 구입자 편리를 도모할 것인가’ 이런 것이 1차 쟁점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외의 의약품 온라인 거래를 가로막는 것에는 약사들의 ‘밥그릇’을 챙겨주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전자상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변하는 IT(정보기술) 환경과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진화도 감안해야 한다. 먼저 온라인 구입이 가능한 의약품 종류부터 가리고 안전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허용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배달 문제에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의약품 전문배달 지정업체를 도입하는 것도 보완이 될 것이다. 원격의료처럼 약사들의 ‘직역이기주의’라는 지적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