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25) 부력의 여러 가지 모습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풍선의 무게 측정 실험.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풍선의 무게 측정 실험.
우리가 배우는 여러 가지 과학 개념은 서로 다른 맥락과 영역에서 정의돼 얼핏 보면 서로 상관없는 것 같지만 매우 긴밀하게 관련된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동일한 개념인데 각기 다른 맥락에서 사용하다 보면 서로 간의 관계를 의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중 한 사례로 '부력'을 들 수 있다. 부력은 물에서 몸이 떠받쳐지는 것같이 유체에 잠긴 물체가 뜨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인데, 맥락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서로 관련 없는 것처럼 사용된다.

중학교 교육과정에는 물질이 상변화(相變化: 고체 액체 기체 등 물질 상태의 변화)를 해도 물질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탐구활동이 제시돼 있다. 10년 전께 어느 중학교 교과서에 고체인 드라이아이스를 풍선에 넣고 저울로 무게를 측정한 뒤 기화해 풍선이 부푼 상태에서 무게를 다시 재 질량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는 실험이 있었다. 마침 교생실습 수업을 참관하고 있었는데, 이 실험을 하던 6조 학생들이 드라이아이스의 승화 전과 후에 질량 차이가 있었음에도 측정 오차로 여기고 하나같이 질량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저울로 측정하면 <그림1>과 같이 드라이아이스가 기화해 풍선이 팽창하면서 저울의 수치는 점차 줄어든다. 이런 현상은 질량이 일정한 드라이아이스 풍선의 부피가 늘어나면서 부력이 커져 생기는 것으로, 다행히도 지금은 그 어느 교과서에서도 이 탐구 실험을 발견할 수 없다. 유체가 받는 중력에 의한 압력 차 vs 물체와 유체의 밀도 차부력은 일상에서 늘 경험하고 편하게 사용하는 개념인데,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용어는 도입되지만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개념을 학습하는 과정이 없다. 교육과정 밖의 문서를 참고하면 부력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첫 번째로 물체가 유체 속에 있을 때 유체가 받는 중력의 영향으로 물체 위와 아래에서 작용하는 압력의 차(ΔΡ=ρgh)가 존재하고, 그 차이만큼 물체가 위로 떠받쳐지는 힘을 부력이라 한다(그림2 왼쪽). 두 번째로 물체가 유체 속에 있을 때 물체의 부피만큼 유체가 그 공간에 존재하지 못하는데, 그렇게 물체에 의해 대체된 유체의 무게를 부력이라고 한다(그림2 오른쪽).
 부력의 정의. 왼쪽은 압력 차이에 의한 정의이며 오른쪽은 밀도에 의한 정의.
부력의 정의. 왼쪽은 압력 차이에 의한 정의이며 오른쪽은 밀도에 의한 정의.
첫 번째 정의에서 부력의 원동력이 되는 ‘유체가 받는 중력에 의한 압력 차(ΔΡ=ρgh)’ 개념을 보면 고등학교 지구과학에서 대기압을 정의할 때 개념이 연상된다. 유체가 비커 속의 물인지 대기 속의 공기인지에 차이가 있을 뿐 개념은 동일해 보인다. 두 번째 정의에서 부력의 원동력은 물체와 유체의 밀도 차다. 이 개념은 밀도 차이에 의한 물질 분리 방법의 중요한 원리로, 대표적인 것이 원심분리 기술이다.

유체가 받는 중력에 의한 압력 차 개념을 물이 아니라 대기 중의 공기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림1>의 실험에서 드라이아이스 풍선 크기를 10㎝ 정도로 본다면 공기층 10㎝ 차이를 두고 위와 아래에 기압 차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든다. 화학에서 기체의 압력은 분자의 충돌수에 비례한다고 배웠는데, 그러면 10㎝ 위와 아래의 분자 충돌수가 다르다는 말인가? 금세 잘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림1>의 실험 결과를 보면 분명히 부력이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고, 그렇다면 10㎝ 위와 아래에 압력 차가 있다는 것 아닌가! 얼핏 보기에 드러난 불일치는 어떻게 해소할지 이 글을 읽는 독자도 함께 고민해보자. 저울을 0점 조절해도 부력 때문에 완전한 보정은 어려워
 저울의 0점을 조정하더라도 물체로 인해 사라진 공기의 양만큼 부력이 작용해 실제 무게보다 가볍게 측정된다.
저울의 0점을 조정하더라도 물체로 인해 사라진 공기의 양만큼 부력이 작용해 실제 무게보다 가볍게 측정된다.
두 번째 정의에서 부력의 원동력이 되는 ‘물체에 의해 대체된 유체의 무게’ 개념을 보면서 실험실에서 저울을 사용할 때 늘 습관처럼 하는 0점 조정 과정이 연상된다. 0점 조절 조건에서도 공기가 받는 중력은 존재하고, 그 상태를 0g으로 정했다. 이후 물체를 저울에 얹었을 때 공기가 받는 중력 영향은 동일하고 물체가 받는 중력만 더해진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그림3> 오른쪽과 같이 물체가 배제한 공기량만큼 공기량이 줄어 있다. 즉, 부력에 대한 두 번째 정의에서와 같이 물체에 의해서 배제된 유체(공기) 무게만큼 부력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저울로 물체의 무게를 측정할 때 0점 조절을 했다고 해서 측정의 보정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늘 접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력이었는데, 갑자기 매우 복잡한 개념이 돼버렸다. 부력의 개념을 정의하고 바라보는 관점도 한 가지가 아님을 알게 됐다. 중력, 압력 차, 밀도 차, 기압, 저울의 사용 등 다양한 개념과 상황에 연결되는 관통 개념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 기억해주세요
정대홍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
정대홍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
부력은 물에서 몸이 떠받쳐지는 것 같이 유체에 잠긴 물체가 뜨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중력, 압력 차, 밀도 차, 기압, 저울의 사용 등 다양한 개념과 상황에 연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