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이라고도 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의가 다시 떠올랐다. 이슈로 불을 붙인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2021년 4월에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여당의 사실상 선거공약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문으로 전격 물러나면서 비롯된 보궐선거여서 다급한 여당으로서는 지역 사회의 눈길을 강하게 끌 만한 ‘대형 선물’이 필요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부산·경남 지역에 좀 더 시설이 크고 현대화된 공항을 건설하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그래서 과거 정부 때 국제 전문가까지 동원한 타당성 조사를 벌였고, 건설 여부도 깊이 있게 논의했었다. 하지만 경제성, 환경평가 등에서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 한때는 밀양이냐, 가덕도냐 입지를 놓고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이 극심한 지역 대립을 할 정도로 논의도 진척됐으나 결국 바다를 메우는 건설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난 사안이다. 그 대안이 현재 김해국제공항의 대대적인 확장이었다. 이렇게 결론 난 동남권 공항 건설 논의를 여당이 다시 꺼낸 것은 바람직한가, 바다를 메우는 신공항은 필요한가.
[찬성] 지역의 오랜 숙원…균형 발전 차원에서 봐야동남권 신공항은 지역의 기업과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부산만이 아니라 공업지대가 많은 경남과 울산까지 기대감이 매우 크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 등 선출직들이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거는 바람에 이들 시·도에서는 일종의 ‘희망고문’처럼 됐다.

대한민국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3개 시·도에 인재와 돈, 경제력과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집중되면서 ‘수도권 공화국’처럼 돼버렸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전 세계 어디로도 빠르고 편리하게 갈 수 있지만, 김해공항은 여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국제공항이기는 하지만 김해로 출·입국하는 항공편은 많지가 않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바로 이어지는 고속철(KTX)편도 있지만 운행횟수가 제한돼 여전히 불편함이 있다. 주민들 해외여행 편리 차원만이 아니다. 부산과 울산, 창원 등지의 산업시설을 방문하는 외국인 기술자나 바이어도 적지 않고, 비슷한 업무로 해외를 오가는 국내 기업인들도 많다. 이들의 불편을 더는 것이 결국 뒤떨어진 지역경제 활성화이고, 지역소득(RGDP)을 끌어올리는 길이다. 공항만 덩그러니 지어놓은 채 오가는 항공편이 없어 활주로에 고추나 말린다는 비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동남권에는 기반 인구도 충분해 수요가 생길 것이다. 그릇을 만들어두면 담을 것은 생길 수 있다.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공항도 이런 측면에서는 좋은 사례가 된다. 한신(오사카~고베)지역이 산업벨트로 클 수 있었던 것이나, 도쿄 중심의 ‘단극 사회’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제2의 도시 오사카가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사카가 인근의 천년 고도 교토 나라와 연계되면서 국제도시로 클 수 있었던 데는 간사이공항을 성공리에 건설하고 잘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요인이었다. 경제성만 따지는 것도 지역사회에서는 불만이다. [반대] 정부 차원서 이미 결론 난 사안…'보궐선거용'은 곤란앞서 정부 차원에서 여야의 입장은 물론, 국제 최고 전문가들까지 초빙해 장기간 검토해서 결론 낸 사안이다. 선거의 유불리 계산 때문에 막대한 예산 투입이 필요한 대역사를 감행한다면 그에 따른 파장과 후유증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포퓰리즘 선심공약’을 배제한다는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역 기반의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꺼내는 바람에 중앙정부가 국책사업 차원에서 타당성을 정밀 검토했었다. 그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수십조원에 달하게 될 건설비용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밀양이 후보지라고 주장한 대구·경남과 가덕도 바다가 더 낫다는 부산·경남·울산이 원수처럼 다투며 서로 자기 지역유치를 주장했었다. 다른 문제를 떠나서라도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면 대구·경북지역은 가만히 있겠나. 건설비용과 사후관리 등 경제성 문제만이 아니다. 부산 도심에서 불과 36㎞ 거리의 바다를 메우는 초대형 공사여서 환경성 평가에서도 매우 낮은 점수가 나왔다. 환경파괴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여당에서 논의하고 몰아붙이는 방식은 법적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답변했다. 같은 여당인데도 현 상태에서 공항건설은 어렵다고 반대의견을 낸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단지 행정적·기술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닌 것이다. 지역의 자체 재원이 부족해 결국 중앙정부 예산에 기대야 할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국제공항이 텅텅 비게 된다면 이 지역 밖 국민은 무엇이라고 하겠나. 기왕에 김해공항의 활주로를 새로 건설하는 등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에 맞게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능도 고도화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공항 접근 교통개선과 공항 인근 지역개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KTX 증설 등도 병행할 수 있다. 한 번 정한 정부 정책이 쉽게 바뀐다면 지금의 어떤 정책인들 믿을 수 있겠나. √ 생각하기 - 국제항공노선 유치·인천공항 허브 전략 함께 봐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 타당한가
어렵게 정리된 갈등 이슈를 정치권이 꺼내 다시 불 붙인 격이다. 더구나 지역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근 지역, 나아가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다. 한국은 세계 많은 나라와 연결된 국제항공편을 확보하고 있지만, 공항 건설만으로 노선이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국제노선은 정부 간 합의 사안이다. 상호주의가 작용하고 있어 노선을 하나 만들어도 서로 주고받게 된다. 정부뿐 아니라 국적 항공사까지 관여하는 협상이다. 가령 부산에서 뉴욕·런던 직항편을 신설한다 해도 한국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영국 정부라는 주된 상대가 있고 해당국에서 부산행을 개설할 항공사도 있어야 한다. 어렵게 개설해도 최소한의 이용객이 없으면 노선이 유지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지역 균형발전론과 함께 단군 이래 최대 공사였던 영종도 인천공항을 동북아 최대 국제허브공항으로 키운다는 공항·항공 정책도 감안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