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일부 구민의 재산세를 깎아주겠다는 것에 대해 서울시가 적극 반대하면서 법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 논란이 됐다. 서초구는 최근 아파트를 비롯해 주택의 보유에 따른 지방세인 재산세를 감면해주겠다는 계획을 구의회의 조례 개정을 통해 확정했다. 주택의 보유세는 모든 집에 부과되는 재산세와 일정 가격(공시가 기준 9억원) 이상의 고가 물건에 추가로 붙는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재산세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가 부과·징세·운용하는 지방세이고, 종합부동산세는 국세청이 징수하는 국세다. 서초구는 관내 ‘9억원 이하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의 절반을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상자의 세금 중 25%를 깎아주게 된다. 재산세의 절반을 자치 구(區)가 직접 운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며 반대하지만 다른 구와의 형평 문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서울의 유일한 야당 구청장이라는 사실도 있다. 자치행정을 내세워온 서울시의 제동은 과연 합리적인가.
[찬성] 서초구 재산세 감면…조세법률주의 위반 가능성기초지자체장이 재산세 50%를 감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지방세법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재해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문제는 서초구가 재산세를 감경하는 기준을 지방의회에서 의결 제정하는 조례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9억원 이하의 1가구 1주택’이라는 서초구 조례안은 한마디로 과세표준 구간을 지자체와 기초의회가 새로 정한 규정이다. 이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 조세법률주의는 세율 등 세금과 관련한 주요 기준은 법률로 명시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지방세법에 담겨야 한다. 조세법률주의의 취지는 국민의 직접 대표인 국회가 세율을 명시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에 세율이 담기고, 이를 운용하는 행정은 대통령령 등 하위 규정에 담기는 게 일반적이다. 다른 행정 분야에서도 한국의 법체계는 이렇다. 최근 문제가 된 상속세율을 비롯해 양도 및 근로소득세, 취득세 등 모든 세법이 그렇게 제정된다.

서초구는 “과세표준을 신설한 것이 아니라 재산세 감경 기준을 정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감면이라면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감면 대상과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 이번 서초구의 감면 조례를 두고 자치입법권 남용이라는 것도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가 이렇게 강경하게 반대 뜻을 나타내는 것은 다른 24개 자치구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시 실무진은 집이 없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상대적 상실감이나 주택 가격에 따른 세 부담의 차별까지 거론하고 있다. 자치권이 있는 구라고는 하지만 기초지자체가 광역단체인 서울시 말을 잘 듣지 않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법원으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서초구 조치는 막을 필요가 있다. [반대] '세 부담 증대' 큰 흐름 보고 자치권 간섭 배제해야서초구가 관내 서민주택에 대해 재산세를 감면해주겠다는 근본 취지부터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온 주택 관련 증세는 과도할 정도였다. 그래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일부나마 세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취지다. 최근 급증한 재산세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게 돼 있는 상황을 보면 오히려 적극 행정이라고 칭찬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것이 지방자치의 매력이고 지자체의 창의적 행정 아닌가. 지방세법에도 엄연히 구에 감면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기초지자체의 이런 시도를 존중하기는커녕 원천봉쇄하려 든다면 서울시는 감시·감독 기관인가.

근본적인 문제는 시·도 등 광역지자체와 시·군·구 같은 기초지자체가 어떤 식으로 보완 협력해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를 키우고 성숙시켜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기초단체와 광역단체는 보완 관계지,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상하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초의회의 조례에 대해 시·도가 재의 요구를 할 수도 있고, 대법원에 제소할 권한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지방자치법은 시·군·구 의회가 상위 법령을 어길 가능성에 대비한 견제장치다. 관내 서민들을 위한 서초구의 재산세 감면이 그런 위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초단체장에 부여된 합법적인 권한은 존중되고 보호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서울시는 이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해 서초구청장이 여러 차례 요청한 면담조차 거절했다. 그리고 바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공시가격 9억원 기준 문제도 세 부담 증가라는 큰 흐름과 문제의식에서 볼 필요가 있다. 소득세법이나 종합부동산세법 등에는 모두 9억원이 주택분류의 기준으로 명시돼 있다. √ 생각하기 - 광역과 기초지자체 간 협력·상생해야 주민이 편해져기초단체장의 세금 감면 권한에 대한 서울시와 서초구의 입장이 많이 다르다. 결국 법원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자치구와 특별시가 서로 보완·협력·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래야 주민이 편해진다. 서초구민이 서울시민이라는 점도 간과될 수는 없다. 서울시가 상급기관처럼 서초구를 대하지만, 돌아서면 서울시도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는 을(乙)의 입장이 될 때가 많다.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국토부의 일방적 판단이라며 반대한 것도 오래지 않았다. 서울시가 정부를 향해 “자치행정을 보장하라”고 외칠 상황 역시 자주 빚어지는 게 현실이다. 기초든 광역이든 단체장이나 지방의회를 장악한 여야 정당이 달라 빚어지는 갈등이라면 더욱 경계할 일이다. 지방 행정에까지 여의도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요원해질 뿐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