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K컬처, K팝이 세계 속의 주류가 된 것을 뿌듯해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은 다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에 따라서는 우리가 민감하게
다뤄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 둔감했던 건 아닐까.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지구촌’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고, SNS를 통해 먼 나라에 사는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세계화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겐 외국어 능력이 필요하고 세상을 거시적인 안목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여행 경험과 폭넓은 독서 그리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소통해보려는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을 품는 것이 아닐까 싶다.우리 자신은 다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에 따라서는 우리가 민감하게
다뤄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 둔감했던 건 아닐까.
최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찍은 졸업사진이 논란이 됐다. 학생들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얻은 영상을 패러디한 졸업사진을 찍었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따라 했던 ‘블랙페이스’가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왔다. 이들이 패러디한 영상은 가나의 한 장례식장에서 관을 운반하던 상여꾼들이 상여를 어깨에 멘 채 망자의 행복을 기리기 위해 춤을 추는 장면이었는데, 이색적인 모습으로 인해 이 영상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이 영상에 ‘관짝소년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생들의 졸업사진에서 논란이 된 블랙페이스 분장은 흑인이 아닌 인종이 흑인 흉내를 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거나 흑인의 두꺼운 입술을 강조하기 위해 입술을 과장해 표현하는 것으로,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한때 유행하기도 했지만 1960년대 미국 인권운동의 영향으로 인종차별적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금기시됐다. 학생들의 졸업사진이 SNS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는 “단순히 영상을 모방했던 것일 뿐 흑인 비하 의도가 없었기에 문제 될 게 없다” “누군가 동양인의 찢어진 눈을 묘사하는 행위를 했을 때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듯 블랙페이스는 그 자체가 인종차별이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 논란은 다문화와 문화 수용에 관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동안 K컬처, K팝이 세계 속의 주류가 된 것을 뿌듯해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은 다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에 따라서는 우리가 민감하게 다뤄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 둔감했던 건 아닐까. 세계가 연결되고 소통하는 시대이기에 다문화 없는 다문화주의의 모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김재윤 생글기자(염창중 3년) 2wondergir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