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업무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기본 업무다. 은행의 경우 대출에서의 리스크(위험) 관리는 사실상 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마찬가지다. 특히 신용대출의 활성화 정도, 적절한 관리 등에서 금융의 선진화 여부가 1차 판가름 나기도 한다. 신용대출에 대한 은행의 업무 노하우도 어느 정도 축적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또 신용대출 업무에 대한 개입을 강화했다. 더구나 “신용대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던 것에서 대출 억제로 입장을 확 바꿨다. 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근본 문제는 금융회사에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주택시장으로 자금 쏠림의 억제 등 이유로 대출에 대한 감시·감독·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신용대출까지 가로막고 나선 정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찬성] '자율침해' 등 무리 따르지만…'부동산 투기 자금' 차단해야부동산 시장, 특히 서울 일부 지역을 비롯한 아파트 가격의 급등을 정부가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집값 대책을 23차례나 냈지만 효과를 내지 못했다.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자산시장에 거품을 키운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인데, 서울이 국제도시로서 지금의 가격대가 자연스럽다는 등 여러 가지 해석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어떻든 저금리 상황에서 시중으로 풀려난 자금이 아파트 시장과 주식시장에 ‘과열’을 조장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은 최대한 막을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위헌 논란까지 무릅쓰며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카드를 총동원해 막을 수 있는 만큼 막았다. 그런데도 가계 대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담보대출을 막았더니 신용대출 쪽으로 자금 수요가 쏠리고 있다. 이를 내버려두면 집값 잡기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자산시장의 버블을 더 키울 수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앞서 “신용대출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상황 악화를 충분히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쇼크를 이겨내기 위해 시중에 자금이 더 돌도록 해야 한다는 현실성도 있었다.
신용대출은 금융회사와 수요자 간 자율적인 영역으로 보호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타당하기는 하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의 와중에서 2020년 2월부터 급증세를 보여 8월에는 전달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신용대출 증가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부동산 대책 효과를 줄이니 신용대출에 대해 조치하라”는 대통령 지시 한 마디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은 금융감독 당국으로서도 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관치금융의 문제점을 논하기에 지금 사정이 너무 다급하다. [반대] 경제적 약자 어려움 키워…근본 문제는 과도한 관치집값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온통 막아놓고 신용대출까지 규제하면 과도한 관치다. 사유 재산권과 사적 자치 침해의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대출을 끝없이 규제하면 위기의 자영업자나 영세한 중소기업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부동산·집값 대책만 정책인가. 코로나 쇼크에 허덕이는 중소 자영사업자들의 애로는 보이지도 않는가. 이들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이 막히면 위험이 극도로 커지는 비제도권 금융으로 가라는 말인가. 신용대출에 문제가 없다면서, 규제는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하고서는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 급전은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란 말인가. 이렇게 은행 보험 등 제도권 대출을 막아버리면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도 없거니와 금리(조달비용)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도 정부는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출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이다. 이런 게 구시대적 관치금융이다. 관치를 떨치자던 그간의 노력을 헛되게 할 수 있다. 더구나 집값 때문에 통상적인 신용대출까지 억지로 가로막는다면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공급대책은 외면한 채 증세와 대출 죄기로 수요만 억눌러온 왜곡된 대책을 두고 ‘집값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을 잊었나. 특정 방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금융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고 경제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은 외면하겠다는 게 된다. ‘내 임기 중에 별일 없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렵다. 대통령과 여당까지 나서 “대출을 줄여라, 늘려라”라는 한국의 금융정책을 해외 투자자들이 어떻게 볼지도 한 번쯤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생각하기 - '금융 건전성' VS '자율 금융' 조화 필요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와 금융시스템의 정상 가동도 중요하다. 정교한 금융감독 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관련 정부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거래의 자율성과 금융사업의 독립성도 중요한 덕목이다. 선진 금융과 후진 관치금융이 판가름 나는 중요한 기준이다. 원래 정부는 ‘규제 본능’이 있는 데다 오른 집값이 정치 문제가 되면서 정권 차원에서는 다가올 선거에서 눈앞의 표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필요하다는 관점과 장기 발전의 논리가 충돌하는 사례는 정치나 정책 부문에서 국한된 것도 아니다. 그래서 5년 임기의 단임 단기 정권에서 국가의 장기발전을 꾀하기는 쉽지가 않다. ‘오너 체제’가 아닌 3년 임기의 전문 최고경영자(CEO) 기업이 장기발전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이치다. 궁극적으로 정부 개입을 줄이면서 시장에 대해 잘 아는 금융회사에 자율권을 주고 이를 보호하는 게 금융 발전에 도움될 수 있다. 대출관리에도 효율적이고, 경제적 약자의 부담도 줄이는 길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특히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은 최대한 막을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위헌 논란까지 무릅쓰며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카드를 총동원해 막을 수 있는 만큼 막았다. 그런데도 가계 대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담보대출을 막았더니 신용대출 쪽으로 자금 수요가 쏠리고 있다. 이를 내버려두면 집값 잡기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자산시장의 버블을 더 키울 수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앞서 “신용대출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상황 악화를 충분히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쇼크를 이겨내기 위해 시중에 자금이 더 돌도록 해야 한다는 현실성도 있었다.
신용대출은 금융회사와 수요자 간 자율적인 영역으로 보호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타당하기는 하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의 와중에서 2020년 2월부터 급증세를 보여 8월에는 전달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신용대출 증가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부동산 대책 효과를 줄이니 신용대출에 대해 조치하라”는 대통령 지시 한 마디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은 금융감독 당국으로서도 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관치금융의 문제점을 논하기에 지금 사정이 너무 다급하다. [반대] 경제적 약자 어려움 키워…근본 문제는 과도한 관치집값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온통 막아놓고 신용대출까지 규제하면 과도한 관치다. 사유 재산권과 사적 자치 침해의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대출을 끝없이 규제하면 위기의 자영업자나 영세한 중소기업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부동산·집값 대책만 정책인가. 코로나 쇼크에 허덕이는 중소 자영사업자들의 애로는 보이지도 않는가. 이들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이 막히면 위험이 극도로 커지는 비제도권 금융으로 가라는 말인가. 신용대출에 문제가 없다면서, 규제는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하고서는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 급전은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란 말인가. 이렇게 은행 보험 등 제도권 대출을 막아버리면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도 없거니와 금리(조달비용)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도 정부는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출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이다. 이런 게 구시대적 관치금융이다. 관치를 떨치자던 그간의 노력을 헛되게 할 수 있다. 더구나 집값 때문에 통상적인 신용대출까지 억지로 가로막는다면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공급대책은 외면한 채 증세와 대출 죄기로 수요만 억눌러온 왜곡된 대책을 두고 ‘집값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을 잊었나. 특정 방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금융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고 경제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은 외면하겠다는 게 된다. ‘내 임기 중에 별일 없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렵다. 대통령과 여당까지 나서 “대출을 줄여라, 늘려라”라는 한국의 금융정책을 해외 투자자들이 어떻게 볼지도 한 번쯤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생각하기 - '금융 건전성' VS '자율 금융' 조화 필요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와 금융시스템의 정상 가동도 중요하다. 정교한 금융감독 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관련 정부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거래의 자율성과 금융사업의 독립성도 중요한 덕목이다. 선진 금융과 후진 관치금융이 판가름 나는 중요한 기준이다. 원래 정부는 ‘규제 본능’이 있는 데다 오른 집값이 정치 문제가 되면서 정권 차원에서는 다가올 선거에서 눈앞의 표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필요하다는 관점과 장기 발전의 논리가 충돌하는 사례는 정치나 정책 부문에서 국한된 것도 아니다. 그래서 5년 임기의 단임 단기 정권에서 국가의 장기발전을 꾀하기는 쉽지가 않다. ‘오너 체제’가 아닌 3년 임기의 전문 최고경영자(CEO) 기업이 장기발전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이치다. 궁극적으로 정부 개입을 줄이면서 시장에 대해 잘 아는 금융회사에 자율권을 주고 이를 보호하는 게 금융 발전에 도움될 수 있다. 대출관리에도 효율적이고, 경제적 약자의 부담도 줄이는 길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