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진화…직업의 변천
기계가 일자리 빼앗는다며
'러다이트 운동' 벌였지만
기술은 새로운 직업 만들어
AI가 기존산업 위협해도
'새로운 기회'는 열려있어
기계가 일자리 빼앗는다며
'러다이트 운동' 벌였지만
기술은 새로운 직업 만들어
AI가 기존산업 위협해도
'새로운 기회'는 열려있어


영국에서 증기기관과 방직·방적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기계가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소리쳤다. 19세기 기계 파괴 운동으로 세계사에 나오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은 최첨단 기술에 대한 인간의 알레르기 반응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일할 수 있었던 가내수공업을 기계를 앞세운 공장의 대량생산 체제가 위협했으니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들을 모조리 부숴버려야 한다”는 러다이트 형제의 항거는 직관적으로 설득력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기계와 기술에 대한 반감(反感)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내놨을 때, 코닐리어스 밴더빌트가 철도를 운영했을 때, 모스가 전신기(전화기)를 만들었을 때, 앤드루 카네기가 철강을 뽑아냈을 때,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석유를 지배했을 때, 당대 사람들은 새로운 귀신이 일자리를 포함한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두려워했다. 컴퓨터가 나왔을 때, 대형마트가 나왔을 때, 인터넷이 나왔을 때, 인공지능(AI)이 나왔을 때도 사람들의 반응은 희한하게 같았다. 기업은 사라졌지만 일자리는 남는다는 낙관론은 언제나 비관론에 밀렸다.
인류의 기술 역사를 연구한 학자 중에 낙관론을 펴는 사람도 많다. 토머스 배빙턴 매콜리라는 학자는 《사회에 관한 대화》라는 책의 서평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오직 좋아진 것밖에 없는 지금, 미래를 내다볼 때는 오직 나빠지기만 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니, 도대체 무슨 그런 신념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만일 새로운 기계와 기술로 미래가 암울하고 나빠지기만 했다면 인류는 주먹도끼를 만든 이후 줄곧 멸망의 길을 걸었을 텐데 문명은 노스 화이트헤드의 말대로 더 진보했다. 객관적 수치로 볼 때 과학과 기술, 합리적 이성이 꽃 피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생산성, 교육, 영양 섭취도, 기본권, 생존권, 의료보건, 생활수준 등 모든 면에서 나아졌다.
AI의 시대라는 지금은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AI야말로,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모든 진화의 길을 없애고 우리를 멸망의 길로 인도할까?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차지해버려서 인류가 설 곳이 없어질까? 주먹도끼가 생긴 이후, 증기기관이 생긴 이후, 자동차가 생긴 이후, 철도가 생긴 이후, 컴퓨터가 생긴 이후, 모든 일자리가 사라졌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답을 찾는 좋은 방법이다. 증기 에너지가 생긴 뒤 공장은 수도 없이 많이 생겼다. 가족끼리 하던 가내수공업은 급감했으나 수천, 수만, 수십만 명이 공장에서 일하게 됐다. 대량 생산은 대량의 일자리를 낳는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① 시대마다 어떤 최첨단 기술이 있었는지를 알아보자.
② 기계를 파괴하자는 19세기 ‘러다이트 운동’이 AI 시대에 재현될까?
③ AI 시대에 학교는 어떤 커리큘럼 변화를 시도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