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오철 교수의 신흥국이 궁금해 (11) 미얀마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해상 가스전.   포스코인터내셔널 홈페이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해상 가스전. 포스코인터내셔널 홈페이지
2019년 9월 7일 오전 9시 태국 방콕발 비행기가 미얀마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양곤에서도 공유차량 업체 그랩(Grab)의 서비스가 될까’였다. 2013년 기술보증기금의 자문위원 자격으로 한국 기업인들과 함께 미얀마 양곤을 방문한 지 6년 만에 다시 방문하기에, 그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기대는 그다음이었다.

① 오랜 쇄국주의에서 깨어난 미얀마

물론 출장으로 미얀마를 방문하지만 이번에는 마중 나오는 사람이 없어서 공항에서 시내까지 혼자 이동해야 했기에 교통편 걱정부터 들었던 것이다. 동남아시아 많은 도시의 공항 택시들은 외국인 승객을 상대로 바가지 요금을 받는 것이 마치 관행처럼 돼 있어서, 공항에 도착해 도심으로 가는 택시를 탈 때면 나름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확인해 보니 그랩 서비스가 작동 중이었다. 이 앱은 최근까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에서 익숙하게 써온 앱이어서 사용이 편했다.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오면서 정확한 목적지와 지급할 금액을 확정한 뒤 잠시 기다리니 차량이 도착했다. 미팅 장소로 가는 차량에 편안하게 몸을 실었다. 그랩 서비스가 되는 것 말고도 도심의 인프라와 스카이라인은 확실히 6년 전 양곤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도심으로 향했다.
양곤 시내 전경
양곤 시내 전경
버마식 사회주의로 세계 최빈국 추락

미얀마는 베트남과 태국에 비해 대한민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다. 대한민국 영토의 약 6.7배나 되는 면적과 5400만 명의 인구를 가졌고, 100년이 넘는 영국의 식민지배와 몇 년의 일본 지배를 거쳐 1948년 공화국이 수립됐다. ‘버마’로도 알려진 미얀마의 유구한 역사와 복잡한 정치사를 이 지면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미얀마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추월과 추락’을 모두 경험한 국가다. 한때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자 동남아 최고의 부유한 국가이기도 했고, 어느 시기에는 세계 최빈국에 그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962년 이후 최근까지 미얀마는 상당히 오랫동안 소위 ‘버마식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했고, 국제적인 고립과 쇄국주의를 고수해왔다. 버마식 사회주의 계획경제 아래에서 농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 국유화됐으며, 이 기간에 미얀마 정치인들의 바람과는 달리 경제는 퇴보했다. 경제발전의 한계에 봉착한 미얀마는 베트남이 도이머이(쇄신)라는 정책으로 경제 체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했던 시기와 같은 해인 1986년에 경제시스템을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다. 미얀마는 비록 베트남과 같은 해에 경제 체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했지만 전개 과정에서는 베트남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전면적이고 과감한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택한 베트남과 달리 미얀마의 시장경제 체제 이행은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었다. 게다가 국내 정치 문제로 인해 1997년부터 공식적으로는 2016년까지 20년간의 긴 기간 동안 미국 및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까지 더해져 시장경제 체제의 본격적 이행이 더욱 더뎠다.

2012년에야 개방정책으로 전환

서방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공식적으로 전면 해제한 것은 2016년이지만 외국인 기업의 신규 투자, 미얀마로부터의 수입, 금융 제재 등을 해제한 것은 2012년이었기에 2012년이 미얀마가 쇄국주의에서 개방으로 정책을 전환한 원년인 셈이다. 같은 해인 2012년 5월에는 한국 대통령도 29년 만에 미얀마를 처음 방문했고, 인천공항에서 미얀마 양곤공항까지의 직항 노선도 2012년 9월에서야 연결됐다. 경제신문에서도 이때부터 미얀마 경제에 관해 기획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한다. 발 빠른 기업인들은 이미 그 이전에 미얀마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모색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필자가 미얀마를 처음 방문한 때도 미얀마 진출 붐이 한창이던 2013년 5월이었다. 당시 미얀마를 방문해 느낀 점은 역시 기업인들은 판단이 빠르고 과감하다는 것이다. 이미 경제제재 해제 한참 전부터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에서 여러 난관을 뚫고 해상 플랫폼을 짓고 가스전을 개발해냈고, 많은 한국 기업인이 봉제, 가방, 선원 송출 등의 산업에 진출해 있었다.

‘아시아의 마지막 황금의 땅’

미얀마, 아세안 국가중 가장 늦게 시장경제 이행
미얀마를 한 언론에서는 ‘아시아의 마지막 황금의 땅’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옛 사회주의 국가 가운데서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과 경제 개방이 가장 늦었기 때문에 쓰는 표현이다. 미얀마 역시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 후 경제가 큰 폭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개방 후 5년간은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연평균 7~8%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6.4%와 6.5%를 기록했다. 물론 워낙 경제적으로 아래에서 출발했기에 앞으로 미얀마의 갈 길은 멀고 지속적인 발전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하겠지만, 항상 기회와 위험은 공존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진리가 아니겠는가?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NIE 포인트

① 한때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던 미얀마가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추락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② 미얀마가 베트남과 같이 1986년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했지만, 베트남과 달리 경제성장이 더뎠던 이유는 무엇일까.
③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많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000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북서부 해상 탐사권을 획득해 지속적으로 가스전 개발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