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오철 교수의 신흥국이 궁금해 (9) 베트남
신한은행이 후원하고 있는 베트남 명문대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학의 한국학부 안내판.
신한은행이 후원하고 있는 베트남 명문대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학의 한국학부 안내판.
해외직접투자(FDI)는 기업이 경영을 목적으로 해외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해외에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다국적 기업이 FDI를 많이 하지만, 요즘은 중견 혹은 중소기업이 FDI에 나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FDI를 받는 유치(誘致)국 입장에서는 FDI로 파생되는 많은 이득이 있다. 가장 큰 이득은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득은 투자 기업의 기술과 효율적인 경영기법이 유치국에 이전되는 점이다. FDI는 확실히 투자를 받는 국가의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④ 한국과 협력 확대하는 베트남

혹시 FDI를 받을 때의 단점은 있을까?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진출하는 경우라면 유치국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 부족으로 자국 시장에서 퇴출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베트남에 투자한 삼성전자처럼 다국적 기업이 유치국에서 생산한 재화를 대부분 해외에 수출까지 해준다면, FDI의 이런 단점마저 사라지게 되므로 유치국으로서는 매우 감사한 일일 것이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를 매우 극진히 대접하는 것은 상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삼성전기 베트남 공장
삼성전기 베트남 공장
해외직접투자 유치 1위 미국의 비결은

이처럼 FDI를 유치하는 것은 유치국 입장에서 단점은 거의 없고 장점이 많은데, 대한민국은 FDI를 잘 유치하고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대한민국의 대외자본거래 추이를 보면 2006년 FDI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해외 글로벌 기업이 대한민국 기업의 지분을 취득해서 경영하거나 우리 영토에 공장을 세워 투자하는 금액보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해외에 새로운 기업을 설립한 금액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는 최근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경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일반인은 일견 이런 추세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FDI라는 것은 임금을 포함한 비용적인 이유로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신흥국인 베트남의 FDI는 늘어나는 것이고, 대한민국과 같이 이미 신흥국을 탈피해서 선진국으로 향하는 국가는 FDI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과연 그럴까? 여기서 퀴즈를 하나 내보겠다. 2019년 FDI 최대 유치국은 어디일까? 베트남일까? 놀랍게도 답은 미국이다. 미국은 2019년 세계 최대의 FDI 유치국이며,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 국가다. 높은 임금과 FDI의 유치와는 연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다.

우리도 FDI가 플러스(+)일 때도 있었다. 1999년에서 2005년까지의 기간이다. 1998년 외환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여러 노동환경과 투자환경을 투자자 입장에서 개선하는 노력을 했다. 이런 성과로 약 6년간 많은 FDI를 유치했으며, 한국을 떠나는 기업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세계에서 인건비가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은 10년 전부터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고 투자자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왔다. 미국에서 작년까지 9년 동안 총 3327개의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회귀했고, 또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미국에 투자했다. 우리도 2013년 관계법을 제정해 기업의 본국 회귀를 장려하지만, 돌아오는 기업은 거의 없다. 해외에서도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치열한 반성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국내의 열악한 기업 환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외에 투자한다면 이는 더더욱 대책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승자 베트남의 밝은 미래

물론 현재는 글로벌 시대이고, 디지털 전환의 시대이므로 한국 기업이 모두 한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국수적인 견해를 갖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의 효율적인 경영과 효과적인 공급 체인을 글로벌하게 갖추기 위해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로 인해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자국에서 더 많이 고용한다는 연구성과도 많이 있다. 최근 다수의 경제신문에서 베트남이 ‘포스트 코로나’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 기사가 꽤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베트남을 더욱 유리하게 하는 것 같다. 한국의 대베트남 FDI도 증가 추세이고, 특히 제조업이 이 가운데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한국과 유기적 분업으로 '넥스트 코리아' 될까
최근 베트남에 투자한 대한민국 기업들은 현지인과의 교류를 사회문화에까지 확대함으로써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국가적으로도 기업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베트남 내에 지한파(知韓派), 친한파를 많이 육성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작년 2월 필자는 학회 참석차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학을 방문한 적 있다. 베트남 내 손꼽히는 명문대학 중 하나인 이 대학은 한국학부를 운영 중이고, 한국학부 학생이 약 720명이라고 한다. 현지 교수 초청으로 이 한국학부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사무실 입구에 낯익은 한국의 한 은행 로고와 함께 이 은행이 해당 학부를 협찬하고 있다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베트남이 대한민국과 유기적 분업구조를 가진 협력 국가로서 ‘넥스트 코리아’가 될지 기대해 보겠다.

오철 <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NIE 포인트

①베트남이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달리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직접투자를 특히 환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② 인건비가 상당히 높은 미국이 지난해 세계 1위의 해외직접투자 유치국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③ 비교적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에 힘써 온 베트남이 한국의 성장모델을 재연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