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짜 독점 공기업도 적자…공공부문도 경영합리화 나서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올해 1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가 불가피해졌다고 공사 스스로 밝혔다. 공기업 평가에서 1위를 휩쓸었던 인천공항공사의 적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하게 된다. 무엇보다 ‘코로나 쇼크’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공기업뿐 아니라 공공부문 전체가 군살빼기와 구조개혁에 나서 고통을 분담하고 위기 극복에도 동참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886억원이었던 인천공항공사가 올해 163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20만 명을 넘었던 하루 이용객이 이달 들어 4000명으로 내려앉았고, 롯데·신라 같은 대기업까지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현 정부 초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에 따라 인천공항공사와 자회사에서만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이 진행돼왔다. 업무는 비슷한데 조직만 커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 자회사의 긴 노사갈등에서 나타났듯이, 정규직이 돼도 노조는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적지 않은 사업장에서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공공부문은 급속히 비대해졌다. 탈원전 여파로 지난해 1조3566억원 적자를 낸 한국전력처럼 정부 정책에 부응하느라 부실이 급증한 곳도 있다.
알짜 독점 공기업까지 적자를 내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 출자금에 대한 배당을 통해 재정에 기여하기는커녕 신규부채 지급보증이나 추가 출자를 요청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가 미리 ‘적자 전망’을 내놓은 것도 ‘4조7000억원이 들어갈 4단계 확장 공사가 자력으로는 힘드니 재정지원을 해달라’는 분위기 조성용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사상 초유의 위기에 걸맞게 공공부문도 군살을 빼야 한다.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고 부실이 심화돼 거대 공기업까지 국제 신용등급이 뚝뚝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 파장이 민간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 소위 ‘사회적 가치’ 배점을 높이느라 효율성·경제성 평가 배점을 줄인 연례 ‘공기업 경영평가’ 정도로는 어림없다.
국가 공기업·공공기관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지방 공기업·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가 함께 나서 비상시국에 맞는 공공부문 경영합리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4월 25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비대해진 공공부문 지출 씀씀이 수술 필요
사업 재조정·효율성 제고해야 장기 발전
'경영합리화' 민간만의 과제 아님을 명심해야
코로나 지원금이라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갑론을박 논란에 빠졌을 때 제기된 근본 이슈가 있었다. “정상으로 월급이 잘 나오는 사람에게 왜 나랏빚을 내가면서까지 지원금을 준다는 것인가”였다. 대표적 집단이 공무원과 공기업 및 공공기관 종사자 같은 ‘공공부문’이다. 물론 민간에도 당장 피해권에 들지 않은 그룹은 적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코로나 쇼크’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겠지만, 적어도 긴급 지원의 대상이 아닌 곳은 적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식, 공연관람, 관광 같은 통상 소비활동까지 중단됐던 사실을 돌아보면 이런 쪽일수록 소비여력은 더 쌓였다고 볼 수도 있다.
미증유의 위기 국면에서 공공부문이 가야 할 방향, 해야 할 일과 관련해 이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회에서나 공공부문은 외부 충격을 덜 받는다. 경제적으로 보면 일종의 ‘안전지대’다. 그래서 ‘철밥통’이란 말도 나왔다. 물론 공공부문의 항변 논리도 있다. 경기가 좋을 때, 민간에서 호황을 한껏 누릴 때도 공공부문으로 파급 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공공부문 속성이 그렇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 쇼크가 너무 강하다는 사실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유별나게 영향을 많이 받은 공기업이지만,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같은 경우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원인이 어떻든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졌다면, 그에 맞게 자구(自救)의지를 발휘하고 구조개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앙정부가 직접 감시·감독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만 340여 개에 달한다. 시·도, 시·군·구 산하에도 수많은 지방 공기업이 있다. 각급 지방자치단체 조직도 복잡다기하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재정을 의존하면서도 지출 행태에서만큼은 잘사는 지자체나 형편이 어려운 지자체나 차이도 없다. 중앙정부 영향으로 비대해진 공공부문의 지출 씀씀이에는 거침이 없다.
코로나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려면 공공부문도 허리띠를 좨야 한다. 특히 지출에서는 마른 수건 더 짜는 식으로 새롭게 각오해야 한다. 코로나지원 재원으로 4월까지만 240조원이 투입되는 판에 ‘장·차관 급여 30% 반납’ 정도로 마련할 수 있는 예산이 얼마나 되겠나. 중앙정부-지자체-국가 공기업·공공기관-지방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 전체가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은 우선 순서를 조정하며, 인건비 등 지출에 절감할 게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무조건 비용을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 불합리한 지출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꼭 필요한 사업이나 투자라면 오히려 늘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비능률 요인을 개선하고 지출구조를 확 바꿀 필요가 있다. 거대 공기업들의 부실이 심해 S&P 무디스 같은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이라도 확 내린다면 국제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고, 조달비용(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자본 확충을 해야 한다면 그대로 국민부담(혈세 충당)이 된다. 경영합리화는 민간 기업만의 과제가 아닌 것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886억원이었던 인천공항공사가 올해 163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20만 명을 넘었던 하루 이용객이 이달 들어 4000명으로 내려앉았고, 롯데·신라 같은 대기업까지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현 정부 초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에 따라 인천공항공사와 자회사에서만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이 진행돼왔다. 업무는 비슷한데 조직만 커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 자회사의 긴 노사갈등에서 나타났듯이, 정규직이 돼도 노조는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적지 않은 사업장에서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공공부문은 급속히 비대해졌다. 탈원전 여파로 지난해 1조3566억원 적자를 낸 한국전력처럼 정부 정책에 부응하느라 부실이 급증한 곳도 있다.
알짜 독점 공기업까지 적자를 내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 출자금에 대한 배당을 통해 재정에 기여하기는커녕 신규부채 지급보증이나 추가 출자를 요청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가 미리 ‘적자 전망’을 내놓은 것도 ‘4조7000억원이 들어갈 4단계 확장 공사가 자력으로는 힘드니 재정지원을 해달라’는 분위기 조성용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사상 초유의 위기에 걸맞게 공공부문도 군살을 빼야 한다.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고 부실이 심화돼 거대 공기업까지 국제 신용등급이 뚝뚝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 파장이 민간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 소위 ‘사회적 가치’ 배점을 높이느라 효율성·경제성 평가 배점을 줄인 연례 ‘공기업 경영평가’ 정도로는 어림없다.
국가 공기업·공공기관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지방 공기업·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가 함께 나서 비상시국에 맞는 공공부문 경영합리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4월 25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비대해진 공공부문 지출 씀씀이 수술 필요
사업 재조정·효율성 제고해야 장기 발전
'경영합리화' 민간만의 과제 아님을 명심해야
코로나 지원금이라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갑론을박 논란에 빠졌을 때 제기된 근본 이슈가 있었다. “정상으로 월급이 잘 나오는 사람에게 왜 나랏빚을 내가면서까지 지원금을 준다는 것인가”였다. 대표적 집단이 공무원과 공기업 및 공공기관 종사자 같은 ‘공공부문’이다. 물론 민간에도 당장 피해권에 들지 않은 그룹은 적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코로나 쇼크’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겠지만, 적어도 긴급 지원의 대상이 아닌 곳은 적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식, 공연관람, 관광 같은 통상 소비활동까지 중단됐던 사실을 돌아보면 이런 쪽일수록 소비여력은 더 쌓였다고 볼 수도 있다.
미증유의 위기 국면에서 공공부문이 가야 할 방향, 해야 할 일과 관련해 이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회에서나 공공부문은 외부 충격을 덜 받는다. 경제적으로 보면 일종의 ‘안전지대’다. 그래서 ‘철밥통’이란 말도 나왔다. 물론 공공부문의 항변 논리도 있다. 경기가 좋을 때, 민간에서 호황을 한껏 누릴 때도 공공부문으로 파급 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공공부문 속성이 그렇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 쇼크가 너무 강하다는 사실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유별나게 영향을 많이 받은 공기업이지만,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같은 경우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원인이 어떻든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졌다면, 그에 맞게 자구(自救)의지를 발휘하고 구조개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앙정부가 직접 감시·감독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만 340여 개에 달한다. 시·도, 시·군·구 산하에도 수많은 지방 공기업이 있다. 각급 지방자치단체 조직도 복잡다기하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재정을 의존하면서도 지출 행태에서만큼은 잘사는 지자체나 형편이 어려운 지자체나 차이도 없다. 중앙정부 영향으로 비대해진 공공부문의 지출 씀씀이에는 거침이 없다.
코로나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려면 공공부문도 허리띠를 좨야 한다. 특히 지출에서는 마른 수건 더 짜는 식으로 새롭게 각오해야 한다. 코로나지원 재원으로 4월까지만 240조원이 투입되는 판에 ‘장·차관 급여 30% 반납’ 정도로 마련할 수 있는 예산이 얼마나 되겠나. 중앙정부-지자체-국가 공기업·공공기관-지방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 전체가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은 우선 순서를 조정하며, 인건비 등 지출에 절감할 게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무조건 비용을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 불합리한 지출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꼭 필요한 사업이나 투자라면 오히려 늘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비능률 요인을 개선하고 지출구조를 확 바꿀 필요가 있다. 거대 공기업들의 부실이 심해 S&P 무디스 같은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이라도 확 내린다면 국제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고, 조달비용(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자본 확충을 해야 한다면 그대로 국민부담(혈세 충당)이 된다. 경영합리화는 민간 기업만의 과제가 아닌 것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