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2) 한민족의 뿌리

인종·언어·문화 등이 민족 정체성 규정해
우리는 ‘한민족’이라고 부르는 데 익숙하다. 또 당연한 듯이 ‘단일민족’이라고 한다. 그런데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거주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글로벌화 흐름 속에 ‘민족’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생겨났다. 세계질서에 ‘자(自)집단주의’가 강화되면서 정반대로 민족적·문화적 정체성을 요구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정치적 상황들과 맞물리며 때론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민족’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기계적으로 사용하고, 문명이나 역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이 서양어(nation)를 번역해 만든 조어인 ‘민족(民+族)’을 공통적으로 사용해왔다. 실은 중국만 해도 쑨원, 마오쩌둥 시대의 민족 그리고 후진타오 이후의 ‘중화민족론’은 사뭇 다르다. 한국도 좌우가 바라보는 내용과 적용 방식이 다르다. 일부는 ‘종족’과 ‘민족’을 동일시하며 반일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경우 체제 유지 같은 정치적인 부분에 ‘민족’ 개념을 악용한다.
민족은 그렇게 몇몇 요소가 결합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존재, 개념이 아니다. 역사학자로서는 다소 유감스럽지만 최근에는 혈통, 체형, 체질 등 생물학적 요소가 중요해지는 게 현실이다. 자연, 영토 등으로 표현된 공간은 농경, 유목, 수렵, 어업 등 다른 생활양식들과 신앙 등을 형성하고, 심지어는 주민들의 생물학적 특성도 만든다.
언어는 사물과 사건을 정의하고 주민들을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 중요한 매체이므로 민족은 대부분 유사한 언어를 썼다. 우리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스위스나 중국, 유목민족들처럼 언어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또한 주민들은 오랫동안 유사한 경험을 하면서 공동의 문화를 창조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지향한다. 이 때문에 민족은 종족과는 달리 장엄하고 복합적이며 유기적인 역사적 존재다. 그렇다면 우리 한민족은 어떤 특성을 지닌 인종과 종족들로 이뤄졌을까? 어디서 왔는가? 또는 어디에서 기원했을까?
청동기 시대에 한민족의 기본틀 완성
우리는 습관적으로 ‘북방기원설’을 떠올린다. 청동기 문화가 유입된 경로가 그렇고, 한국어와 알타이어계의 유사성이 강하고, 대륙에 대한 콤플렉스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남북혼합설’이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서 남방민족과 해양문화가 들어왔고, 이들과 북방에서 이주한 유목민이 결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몇몇 주장을 보면 논리성이 부족하고, 덜 과학적이며, 무엇보다도 역사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특히 일부는 생물학적인 종족과 민족을 혼동하고 있다. 심지어는 활동 영역을 만주와 한반도 북부, 그리고 한반도 중부 이남으로 나눠 선별적으로 조사한 문제점들이 있다.

윤명철 < 동국대 명예교수·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대 교수 >
√ 기억해주세요
만주 지역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전기 구석기시대부터다.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간빙기가 시작되면서 7000~8000년 전을 전후한 신석기시대에도 연해주 북부 일대와 일본 열도, 산둥반도 등에서 사람들이 이주했다. 이후 청동기시대에 들어서면서 한민족의 기본 핵이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