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노 박사의 시장경제 이야기
(107·끝) 정부가 만든 엉성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까?
과학적 근거없이 만든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시장원리와 멀어…국가·기업 힘에 배출권 좌우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은 오염 물질 거래가 배출권이라는 일정한 거래 수단을 갖춘 시장의 형태로 만들어진 사례다. 먼저 기업이나 국가에 각자가 배출할 온실가스의 양을 미리 할당한다. 각 경제 주체는 일단 할당된 배출량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할당량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넘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렇게 온실가스 할당량의 과부족분을 다른 기업이나 국가와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장치가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이다.

예컨대 연간 10t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이 있다고 하자. 그런 기업이 올해 7t의 온실가스만 배출했다면 남은 3t은 배출량이 많은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이 다음 해에 쓰게끔 이월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염물질 배출을 직접 규제 않고 시장에 맡긴다고?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1월 1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이 개설됐다. 우리나라에 할당된 온실가스 총량은 약 17억t이며 현재 500여 개 기업이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이 열린 새해 첫날 배출권 거래량은 1000t이 조금 넘었고 시장 가격은 t당 8000원이 조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은 정부가 오염 물질의 배출을 직접 규제하지 않고 시장 거래에 맡기는 방법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꽤 시장 친화적인 해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는 착각이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은 우리가 주변에서 익숙하게 봐 온 자연 발생적인 시장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부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시장이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보고 배우겠다는 정부의 의욕만큼은 칭찬해 줄 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시장의 오묘한 메커니즘을 따라하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정치논리가 작동하는 오염물질 배출권 할당

온실가스 시장의 문제를 간단히 따져 보자. 먼저 배출권 할당의 문제가 있다. 온실가스의 거래 수단인 배출권은 국가와 기업별로 할당된 뒤 시장에서 거래된다. 문제는 이 할당에 엄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할당이 엄격한 경제적 분석과 평가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협상과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 규모에 비해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이 센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이 비교적 많은 할당량을 받아간 게 그 예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한 것이다.

국가별로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권은 다시 각국 정부에 의해 개별 기업에 배분된다. 개별 기업들에 배분될 때도 앞서 국가별 배분 때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힘이 있는 기업들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 배출권을 많이 확보했다. 당연히 로비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충분한 배출권을 할당받지 못했다. 정부와 연이 닿아 있는 기업들은 따로 특혜를 받기도 한다. 유럽연합은 정부의 공공사업을 앞세운 기업들엔 온실가스 배출권을 무료로 배분하는 등 특혜를 주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은 미처 태어나기도 전에 정부 실패의 오물을 흠뻑 뒤집어쓴 채 출범하게 됐다. 온실가스 시장은 사람으로 치면 자연스럽게 태어난 인간이 아니라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인조인간에 가깝다. 시작부터 시장답지 못한 시장에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 주범인지도 확실치 않아

배출권 할당 문제가 시장 내부에서 기인한 문제라면 온실가스 시장은 시장 밖에서 기인한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 온실가스가 정말로 국제적인 규제와 관심이 요구되는 오염 물질이 맞는지에 관한 것이다.

온실가스가 정말 이름 그대로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대기 환경을 망치는 주범일까? 이 문제에 관해선 과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온실가스가 실험실 수준에서 온실 효과가 있는 건 분명 사실이다. 연구실 옆에 비닐하우스 크기의 온실을 만들어 놓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면서 햇볕을 쬐어 주면 분명 온실 안의 온도가 올라가긴 한다. 하지만 그게 조그만 온실을 벗어나 지구 전체적으로도 효과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지구온난화는 일부 환경주의자의 선동과 강대국 정치인들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만들어진 현대 사회의 신화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이 상당 부분 이 지구온난화 신화를 근거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지구의 기온이 형성되는 데에는 여러 수많은 요인이 서로 복잡하게 영향을 미친다. 미래 지구의 기온은 온난화 주장과 달리 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학자도 많다. 지구 기온이 올라갈 것 같지 않다면 온실가스 역시 더는 오염 물질이 아니다. 오염 물질이 아닌데 굳이 배출량을 규제하고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그 시장마저 시작부터 엉성하게 만들어진 오류투성이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온실가스 시장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같은 존재다.

기억해주세요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은 우리가 주변에서 익숙하게 봐 온 자연 발생적인 시장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부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시장이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보고 배우겠다는 정부의 의욕만큼은 칭찬해 줄 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시장의 오묘한 메커니즘을 따라 하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