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ILO 핵심협약 비준 논란

경영계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부당노동행위 규정 고쳐야 형평"
정부,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등 노동계 요구 대폭 수용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에 맞는 노동기본권 보장이 이뤄질 때가 됐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준하라는 유럽연합(EU)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어 국회에서 비준동의안과 국내법 개정안이 동시에 처리돼야 한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에 대해 밝히고 있는 주된 이유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노동조합의 힘만 키워줄 것이라며 반대한다. 하겠다면 노조의 파업에 대한 회사 측의 방어권도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1년 ILO 가입 이후 3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논란이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본다.

노동계 요구 대폭 수용한 정부안

정부,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등 노동계 요구 대폭 수용
정부 개정안은 우선 실업자와 해고자도 개별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산업별 노조에는 가입할 수 있고 개별 기업에서 교섭권을 위임받아 해고·실업자도 회사와의 협상에 임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식 노조원이 돼 매년 임금·단체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단, 노조 임원이나 대의원이 될 수는 없다. 임원 자격을 해당 사업장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규정도 삭제됐다. 다만 전임자에게 많은 급여가 지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행 근로시간 면제 제도의 한도 내에서만 급여가 지급돼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달렸다. 하지만 이 한도를 넘어 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노조를 처벌할 근거도 같이 삭제돼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우려다. 현재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회사측의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가 지급되면 노조활동에 대한 회사측의 개입·간섭 가능성이 커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

현행 6급 이하만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의 노조 가입 제한 조항도 사라진다. 사무관(5급) 이상 고위 공무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 교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했다. 현직 교원이 아닌 사람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조가 합법화하는 길이 열린다.

경영계 “파업 방어권 보장해달라”

경영계는 개정안에서 노조 가입 대상·자격을 대폭 완화한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반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한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요구사항 중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노조가 사업장 내 주요 시설을 점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파업 때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규정을 없애든지, 사측에만 적용되는 부당노동행위 처벌 조항을 없애든지 노사 모두에 균형있게 해달라는 경영계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가 어찌할 수 없는 정치·사회적인 요구를 하며 파업에 나서도 사용자의 저항권이 제한돼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호소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달 10일 “정부 입법안은 노조의 단결권만 지나치게 확대·강화하는 법안”이라며 “사용자의 방어권도 고려해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아

현재로서는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당장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ILO 협약 비준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김학용 의원(한국당)은 “최저임금, 주52시간제 등으로 우리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불확실성만 키우는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EU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EU는 한국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 규정된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양측은 분쟁 해결 절차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 구성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패널이 구성되면 최종 보고서가 이르면 올해 말 나올 전망이다.

NIE 포인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정리해보자. 노동계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이유와 경영계가 반대하는 이유를 토론해보자.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자.

백승현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