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46) 매파와 비둘기파
지난달 18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올해 두 번째 인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하강하면 더 폭넓고 연속적인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거나 그렇게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장은 에둘러 표현하는 관행이 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미국의 주식시장인 다우지수는 올랐다. 시장 참가자들은 경제가 하강하면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의견에 방점을 두었다.매파와 비둘기파 통화정책의 역사
실제로 미국 중앙은행장들은 매파와 비둘기파 성향에 따라 상반된 정책을 선보인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등 유명한 미국 중앙은행장들이 그랬다. 폴 볼커는 1970년 대 석유파동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기도 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을 줄이자는 ‘매파’적 입장인 그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고금리로 실업률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겼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Fed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여 물가를 안정시켰다. 이로 인해 1980년대 이후 미국이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1980년대 후반 취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경기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경제 호황을 이끌자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린스펀을 이은 벤 버냉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늘리는 ‘비둘기파’적인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통화정책의 한계점
하지만 매파와 비둘기파의 성향에 따라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달라지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도 나온다. 세계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만으로 경기를 조절할 수 없다는 한계론도 강하게 나온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유럽의 통화당국자들은 기준금리를 0%대까지 낮추고 양적완화를 시행하며 경기가 침체되는 것을 막았지만 성장률이 정체되면서 불확실성은 더 높아졌다. 위기 이후 경제주체들의 부정적 심리, 일부 국가의 재정적자로 인한 경제위기 등 통화정책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각종 요인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한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경제 주체들에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고, 시장이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테일러 준칙’과 같은 준칙에 입각한 통화정책 운용을 법으로 명시하자는 의견도 있다.
금융시장에서 신뢰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에 통화정책에서 일관된 시그널(signal)이 중요하다. 최근 무분별한 금리인하로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떨어진 요즘 이런 논쟁은 살펴볼 만한 주제다.
●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너무 낮아서 금리 인하를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다.
● 테일러 준칙[Taylor’s Rule]
테일러 준칙이란 실제 인플레이션율과 실제 경제성장률이 각각 인플레이션 목표치와 잠재성장률을 벗어날 경우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변경한다는 이론으로, 특정 국가의 적정 금리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보다 높으면 금리를 올리고 반대의 경우 금리를 내린다. 또한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으면 금리를 올리고 반대의 경우 금리를 내린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