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전년도 논술문제 해설 (4) 건국대 인문사회계 (1)
2020학년도 건국대학교 논술전형에는 큰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며 논술성적 100%로 선발한다는 것이지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 지원경쟁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건국대 논술전형 역시 경쟁률이 높은 전형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다 보니 지원경쟁률이 고스란히 실질경쟁률이며 그로 인해 합격생들의 논술성적 역시 상당히 높습니다. 대학 측에서 발표한 작년 입시 결과를 보면 충원율도 낮은 편(문과대학의 경우 중어중문학과를 제외하고 추가 합격 0명)이고 합격생 논술성적 평균이 81점이며, 문과대학의 경우 논술성적 평균이 90점대입니다. 교과 성적을 반영하더라도 논술전형의 합격 여부는 분명 논술성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이러한 입시 결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경쟁률이 낮아질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물론 논술성적 100%로 합격 여부에 논술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진 것이 사실이지만 수능최저학력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논술성적이 아무리 높아도 불합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 건국대 논술전형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수능성적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합니다. 건국대 논술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은 2개 영역 등급 합 4 이내(탐구 1과목 반영)이며 한국사는 5등급 이내입니다.건국대 논술문제는 단순히 문제를 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에서 다루는 주제의식을 자신의 삶에 비추어볼 때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게 올바른가까지 생각하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험생 스스로 무언가 깨닫기를 바라는 출제 의도가 있는 것이지요. 2019학년도 인문사회계 Ⅰ에서도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벗어난 인식의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어진 문제의 답안을 작성하고 나면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난 인식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는 교과서 「고전」에서 발췌한 것으로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을 다르게 봄으로써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인습적인 행태,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려고 애쓰고 그에 성공할 때 그 자체가 감동적인 모험이 된다고 하며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제시문 (나)는 교과서 「윤리와 사상」에서 발췌한 것으로 장자의 사상에 대한 내용입니다. 만물은 제각기 서로 다른 본성을 타고났고 각자의 본성에 따라 살아가야 자유롭고 행복하다는 도가사상의 핵심 내용에 해당합니다. 장자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만물이 평등하고 소중하다는 ‘만물제동’ 사상을 통해 인간의 인위적인 행위로 만물의 자연적 본성을 파괴하는 것을 비판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이 진정한 자유를 상실하고 불행해지는 것도 획일적인 기준에 억지로 짜맞추려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타고난 자연적 본성을 지키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편견이나 의도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제시문 (다)는 장애인 차별에 관한 인식조사로 장애인 차별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과 사회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먼저 자료 는 자기 자신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 인식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차별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대다수이나 (86.1%) 자료 에서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인식은 심하다는 답변이 대다수(72.3%)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 차별에 대한 자기 자신의 인식과 사회의 인식 간 괴리가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자신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차별을 심하게 한다고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는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되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차별이 만연하고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괴리는 인식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올바른 것이기에 자기 자신을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차별받는 상황이 많다는 것은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 장애인을 차별하면서도 자신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고 차별하지 않는다는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때문에 자료 에서 자신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람이 86.1%인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람이 대다수라면 그러한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에서는 장애인 차별이 심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사회에서 장애인 차별인식이 심하다는 답변이 대다수인 것을 보면 대다수 사람이 실제로는 장애인을 차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제시문 (라) 분석과 문제 1, 2의 해설은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