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무관심은 국가의 결정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정치의 근간인 투표에 국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국가가 국민의 필요를 파악하기 힘들다.
[생글기자 코너] 민주주의 발전 저해하는 정치적 무관심
홉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 등장 후 초기 인간 사회의 모습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였다. 질서와 제도가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한 손해였다. 이때 서로의 권익을 보호하고 집단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등장한 제도가 투표다. 투표는 집단의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 모두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원칙을 실현하는 도구로, 정치 참여의 대표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모두가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또 전자 민주주의 등 정치에 참여할 방법은 많아졌지만, 오히려 현대 정치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정치적 무관심이 꼽힌다. 미국의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이 정리한 정치적 무관심의 종류에는 무정치적 태도, 탈정치적 태도, 반정치적 태도의 3가지가 있다. 무정치적 태도는 정치 이외의 다른 가치 혹은 욕망이 정치보다 강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다. 탈정치적 태도는 정치에 대한 기대를 실현하는 수단과 영향이 모자라 환멸을 느끼고 정치 참여를 피하는 태도이다. 반정치적 태도는 종교적, 도덕적, 사상적인 신념이 정치와 권력 과정과 불일치하기 때문에 무관심의 태도를 보인다.

정치적 무관심은 국가의 결정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정치학자 이스턴이 말하는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 배분,’ 즉 권익을 필요에 맞게 나누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정치의 근간인 투표에 국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국가가 국민의 필요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는 곧 통치자가 국민의 의사를 모두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로 작용하고,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대상의 범위가 확대된다. 정치적 무관심의 폐해를 경계하려는 조치는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직접민주주의의 표본인 고대 아테네와 그리스의 도시에서는 의회 참가를 장려하기 위해 출석자에게 일당을 지급하였다. 또한 서부개척시대의 뉴잉글랜드에서는 불참가를 방지하기 위하여 결석자에게는 벌금을 부과했다.

현대 사회가 다원화된 만큼 중요한 가치도 많아졌지만, 국가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는 개인의 불가침 영역을 설정하는 강력한 권리이다. 우리가 모두 목소리를 낸다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정치의 모습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황인건 생글기자(인천하늘고 2년) 45314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