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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 효과'가 뭐길래…
국내 상장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6%대에 머물렀다. 전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저조한 실적이다. ‘반도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10% 이상 영업이익이 줄었다. 대표적 반도체 회사를 뺀 나머지 기업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전체 실적은 상승곡선을 그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반도체 착시효과’다.'반도체 착시 효과'가 뭐길래…
반도체 이익이 전체 이익의 절반 차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1377곳(금융·분할합병 회사 등 제외)의 3분기 영업이익은 48조2924억원으로, 전년 동기(45조3635억원)보다 6.46% 늘었다.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겉으로만 보면 상장사 이익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가 활황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종을 빼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오히려 10.51% 감소한 결과여서다.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20.93% 증가한 17조5749억원, SK하이닉스는 73.19% 늘어난 6조4724억원의 영업이익을 3분기에 기록했다. 두 회사가 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4%에 이른다. 나머지 상장사들의 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11.38% 감소한 21조8388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 실적을 비교할 수 있는 기업 540곳 중 340곳(63%)의 영업이익이 감소했거나 적자를 지속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이 이번 3분기 상장사 실적 발표에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영업이익률)은 평균 9.49%였다. 1000원어치를 팔아 95원가량 남겼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54원으로 뚝 떨어졌다.
‘제2·제3의 삼성전자’ 계속 나와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해온 것은 스마트폰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서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3분기 D램 부문 매출은 280억200만달러(약 31조7000억원)로, 전분기 대비 약 9% 증가했다. 신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전은 한국 경제가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기초체력(펀더멘털)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 16일 1000억달러(연간 누적 기준)를 돌파했다. 사상 처음이다. 정부는 반도체에 힘입어 올해 수출 규모가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이외에 자동차·조선·철강 등 다른 주력 업종은 계속된 실적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올 3분기 17개 업종 중 12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작년 3분기보다 줄었다. 시장 기대에 못 미쳐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낸 상장사도 세 곳 중 한 곳꼴이었다. 이 중에는 기대치 대비 영업이익이 68.8% 낮았던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한샘(-61.1%) 셀트리온(-43.4%) 아모레퍼시픽(-41.6%) 미래에셋대우(-40.4%) 등 업종 대표주가 상당수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 경제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오 등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NIE 포인트
‘반도체 착시효과’가 무엇인지, 왜 이런 용어가 생겨났는지 생각해보자. 반도체 착시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와 이의 해법도 함께 토론해보자.
오형주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