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해치는 표현들 (9)
글을 '우리말답게' 쓴다는 것은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쓴다는 뜻이다.
무거운 한자어는 글을 딱딱하고 권위적으로 읽히게 할 뿐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글을 '우리말답게' 쓴다는 것은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쓴다는 뜻이다.
무거운 한자어는 글을 딱딱하고 권위적으로 읽히게 할 뿐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도모하다'보다 '꾀하다'가 더 감칠맛 나죠](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AA.18248499.1.jpg)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도모하다'보다 '꾀하다'가 더 감칠맛 나죠](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AA.14849148.1.jpg)
국립국어원에서는 ‘도수체조’를 ‘맨손체조’로 다듬었다. 훨씬 알아보기 쉽고 뜻도 잘 들어온다. 언론에서 쓰는 말 중에는 자주 쓰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글의 흐름상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①부산 수송동에 ‘위치한’ 트렉스타 본사 공장. ②미 상무부는 오는 19~20일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③반도체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④김 부총리와 이 총재가 ‘회동한’ 것은 석 달 만이다. ⑤남은 기간에 제도 연착륙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⑥인근 이면도로에 식당과 카페가 속속 ‘형성되고’ 있다.
모두 우리말을 비틀어 쓴, 어색한 표현이다. ①어디에 ‘있는’ 하면 될 것을 굳이 ‘위치한’이라 하고, ②무엇이 ‘열렸다’를 ‘개최됐다’ 식으로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③어떤 현상이 ‘심화됐다’는 표현도 어색하다. 현상은 그냥 ‘심해졌다’ 또는 ‘깊어졌다’고 하면 그만이다. ④⑤‘회동한’ ‘도모할’보다는 ‘만난’ ‘꾀할’이라 바꿔놓고 보면 글이 더 감칠맛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⑥한자어를 쓰니 ‘카페가 형성되다’란 무리한 표현이 나온다. ‘들어서다/생겨나다’ 등 온전한 우리말 표현을 찾아 쓸 필요가 있다.
이런 무거운 한자어가 외래말투와 어울리면 난감한 표현이 된다. 흔히 볼 수 있는 ‘A는 야당 의원들과의 회동을 가졌다’ 같은 게 그런 문구다. 짧은 문장이지만 글쓰기 관점에서는 세 가지가 눈에 거슬린다. 우선 ‘회동’은 ‘만남’이라고 하면 좋다. 거창하게 ‘회동’이란 말을 쓸 이유가 없다. 그럴 경우 ‘만남을 가졌다’인데 이 역시 자연스러운 우리 어법이 아니다. 그냥 ‘만났다’라고 하면 된다. ‘회동’에 신경쓰다보니 ‘~과의 회동을 가졌다’라는 무리한 표현이 나왔다. ‘~과 만났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고유어 살려 쓰는 게 ‘쉽게 쓰기’ 지름길
글을 ‘우리말답게’ 쓴다는 것은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쓴다는 뜻이다. 무거운 한자어는 글을 딱딱하고 권위적으로 읽히게 할 뿐이다. 일상적으로 잘 쓰는 말이 아니다 보니 표현도 어색해진다. 그런 사례는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이 널려 있다.
‘도전정신을 보유한(→갖춘) 것이 강점이다.’ ‘계약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입주할 수 있다)’ ‘~을 표명했다→~을 밝혔다’ ‘총력전에 돌입했다→총력전에 들어갔다’ ‘감리를 실시할 예정→감리를 할 예정’ ‘희망을 상실하고→희망을 잃고’ ‘결론에 도달한→결론에 이른’….
모두 화살표 뒤처럼 쓰는 게 읽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좋다. 고유어로 풀어 쓰면 좀 더 편하고 친근한 표현이 나온다는 게 핵심이다. 그것이 곧 글을 ‘읽기 쉽고 알기 쉽게’ 쓰는 지름길이다. ‘비용이 소요된다’고 하지 말고 ‘비용이 든다’라고 써보자. ‘출전권을 획득했다’ ‘공사를 완료했다’라고 해도 되지만 ‘따냈다’ ‘마쳤다/마무리했다’라고 하면 글이 더 감칠맛 나고 살갑지 않을까.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