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이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뜻- 춘추좌씨전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순망치한(脣亡齒寒)
▶ 한자풀이

脣:입술 순
亡:잃을 망
齒:이 치
寒:찰 한


춘추시대 말엽 진나라 헌공은 괵나라를 공격할 야심을 품고 우공에게 우나라를 지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진나라와 괵나라 사이에 우나라가 있어 우나라 땅을 통과하지 않고는 괵나라 공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우나라의 현인 궁지기가 헌공의 속셈을 꿰고 우왕에게 간언했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몸이나 다름없어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입니다.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는 서로 의지하고(輔車相依),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습니다. 이는 바로 괵나라와 우나라의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결코 길을 빌려줘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왕은 진나라의 뇌물 공세에 판단이 흐려졌다. “진나라와 우나라는 동족의 나라인데 진이 어찌 우리를 해치겠소.” 우왕은 궁지기의 충언을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 “우나라는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궁지기는 이 말을 남기고 후환을 피해 가족과 함께 우나라를 떠났다. 궁지기의 예언은 적중했다. 진나라는 그해 괵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까지 침공해 우왕을 사로잡았다. 우왕은 궁지기를 그리며 땅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공자가 편찬한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얘기다.

입술(脣)이 망가지면(亡) 이(齒)가 시리다(寒). 그건 입술과 이가 둘이 아니라 하나인 까닭이다. 덧방나무(輔)와 바퀴(車)는 서로 의지해야 수레가 제구실을 한다. 새는 두 날개가 있어야 날고, 만물은 음양이 조화를 이뤄야 번성한다. 입술과 이,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처럼 하나가 망가지면 다른 하나가 무용지물이 되는 관계는 세상에 무수하다. 이 시대의 화두인 ‘윈-윈’도 결국 상대의 가치를 인정해 ‘우리’라는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거다.

신동열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