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슈
중국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희토류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갈수록 거세지자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카드로 희토류 수출 제한을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세계 희토류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생산량을 축소하면 희토류 가격이 급등해 미국 등 주요국의 첨단제품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하반기 생산량 5년만의 최저
희토류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아마다스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올 하반기 희토류 생산 쿼터(할당량)를 45만t으로 정했다. 이는 기존보다 36% 줄인 것으로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이다. 중국 국내 수요만 겨우 충족할 수 있는 양이라고 아마다스는 설명했다. 중국의 생산량 축소로 희토류 가격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스티유는 희토류의 하나인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산화물(PrNd Oxide) 가격이 1년 내 10~50%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5년간 두 배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연간 약 15만6000t의 희토류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 공급량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희토류 품귀에 대비해 희토류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들은 대체 공급처를 찾는 데 혈안이 됐다고 아마다스는 전했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량 감축에 나선 것은 미국을 겨냥한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의 78%가 중국산이었다. 희토류는 올 7월 미국 정부가 공개한 관세 부과 품목 초안에 포함됐지만 지난달 17일 발표한 최종 목록에선 빠졌다. 중국 외에 마땅한 수입처가 없어서다. 中, 희토류로 일본 압박한 전례 있어
미국산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관세 폭탄을 대부분 소진한 중국이 가장 강력한 카드로 희토류를 활용할 것이란 관측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실제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한 전례가 있다. 2010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두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일 때 중국은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금지해 사흘 만에 일본의 양보를 얻어냈다. 첨단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희토류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희토류(稀土類)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란탄 등 희귀 광물질 17종을 가리키는 것으로 첨단산업에 쓰이는 필수 원료다. 휴대폰,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첨단제품과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 군사무기의 핵심 부품에 사용된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다시 늘릴 것인지 여부는 미·중 통상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미·중 정상이 통상마찰을 낮추는 데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결과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미·중 통상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세안+3(한·중·일) 거시경제 조사기구인 AMRO는 2035년까지 중국의 아세안 투자가 50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 희토류란?
희토류(稀土類)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란탄 등 희귀 광물질 17종을 가리키는 것으로 첨단산업에 쓰이는 필수 원료다. 휴대폰,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첨단제품과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 군사무기의 핵심 부품에 사용된다. 철강, 세라믹 등 전통 산업 분야와 재생에너지, 의료 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쓰인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 NIE 포인트
희토류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산업에는 어떻게 쓰이는지 정리해보자. 중국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때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금지해 일본의 양보를 받아낸 사례가 있다. 국제관계에서 자원을 무기화한 사례를 알아보자.
베이징=강동균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