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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최근 대북 제재 명단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위험’ 문구를 추가해 466개의 북한 관련 기업과 개인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미 정부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움직임을 우려해 북한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김정은·노동당 39호실 등 466건 적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노동당 39호실, 대성은행 등 466건의 대북 제재 대상 개인과 기업, 기관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 재무부가 지난달 한국 시중은행들에 대북제재 준수를 직접 요청한 데 이은 조치다. 지난해 9월 행정명령으로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의 근거를 마련한 미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그 대상을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지목된 기업 및 개인 등과 어떤 형태로든 무역이나 거래를 한 제3국의 금융회사나 기업, 개인은 미국 내 자산이 압류되고 미국 기업이나 은행 등과의 거래가 금지되는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다. 대북 제재를 주도해온 미국이 제재 대상을 제3국의 기업이나 기관 등으로까지 확대한 셈이다.

대북제재 위반하는 제3국 강력 제재 의지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개인은 물론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인 노동당 39호실, 고려항공, 광선은행 등 8개 은행, 원유산업성·노동성을 포함한 내각 부처 등 466건으로 확대한 것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느슨해질 경우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남북한 및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다소 느슨해지는 듯한 대북 제재의 고삐를 다시 죄어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 핵 포기를 끌어낸 사례가 있다. 북한이 추가적인 핵이나 미사일 도발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재를 가하기가 부담되는 만큼 ‘제3자 제재’라는 새로운 카드로 북한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中·러뿐 아니라 남북경협 과속도 겨냥

미국의 광범위한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 명시는 최근 남북 및 미·북 간 핵 협상에 편승해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일부 국제사회의 목소리,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구체적인 핵폐기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남북경협도 의식한 카드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열린 유엔총회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등 미·북 협상이 진행될수록 제재 완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미국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제3자 제재 수단을 동원해 대북제재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명시는 남북경협의 과속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2010년 5월24일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폭침 사건의 책임을 물어 북한에 가한 대북 제재조치) 해제 검토 발언 등으로 미국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이 속력을 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대상을 발표하기에 앞서 미 재무부가 국내 시중은행에 대북 제재 준수를 요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국가의 개인·기업 등과 거래하는 제3국 정부·기업·은행 등에 대한 제재

● NIE 포인트

미국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어떤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북한 비핵화에 대북 제재 공조가 왜 중요한지 토론해보자. 북한 비핵화가 필요한 이유,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자.

김채연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