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소득불평등 10년 만에 최악
지난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60분의 1 토막 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란 지적이 많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고용이 좋아지고 있다고?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축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업자 수와 고용률, 상용근로자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등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지표 중 상당수는 개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됐고 일부는 팩트가 잘못된 것도 있다.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취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10년 1월 감소한 적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단 한 번도 감소하지 않고 계속 늘었다. 단지 취업자가 늘었다는 걸 ‘경제가 좋아졌다’는 근거로 들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취업자 수가 늘었냐 줄었냐가 아니라 얼마나 늘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현 정부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월평균 31만7000명(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지만 올해 2월부터 10만 명대로 주저앉은 뒤 7월엔 5000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취업자 수는 긍정 지표가 아니라 오히려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는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감소하기 때문에 취업자 수 증가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이 같은 논리라면 고용률은 점점 늘어야 정상이다. 만 15~64세 인구 수를 취업자 수로 나눈 고용률은 올해 1월과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포인트, 0.1%포인트 높아졌지만 이후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다 6월 0.1%포인트 낮아졌다. 7월에는 0.2%포인트로 하락폭이 커졌다. 분모인 생산가능인구 수가 줄고 있어 취업자 수가 제자리여도 고용률 수치는 증가로 나와야 하는데 이마저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제조업·자영업 함께 줄어
고용 문제의 심각성은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보면 더 뚜렷해진다. 제조업은 가장 많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업종이다. 취업자가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많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3월 1만5000명 증가했지만 다음달부터 감소세로 전환했고 시간이 갈수록 그 폭이 더 커지고 있다. 7월에는 제조업에서만 12만7000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과거에는 제조업에서 퇴직자가 많이 나오면 이들이 창업으로 전환해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현상마저 사라졌다. 5월 전년 동월 대비 7000명 늘었던 자영업자 수는 6월 1만5000명 감소로 전환했다. 7월에는 감소폭이 3만 명으로 늘었다.
가장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30, 40대 일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7월 만 40~49세 취업자 수는 66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7000명 감소해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40대 취업자 수 감소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8월(-15만2000명) 이후 19년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청와대와 정부는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것은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 현상”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40대 취업자 감소폭은 이 연령대 인구 감소폭(10만1000명)보다 컸다. 30대 취업자 수 역시 9만1000명 줄어 40대 다음으로 감소폭이 컸다. 청년층인 만 15~29세 취업자 수도 4만8000명 감소했다.
“소득주도 성장론 바꿔야” 지적
일자리가 감소하고 소득불평등이 확대되는 바탕에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들의 자율권을 확대하기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의 입지를 되레 좁힘으로써 일자리가 창출될 여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일자리가 늘어야 소득이 증가한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은 최고의 분배정책이자 복지정책인 셈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