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의 공인구 ‘아디다스 텔스타18’이 수개월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최근 지구로 귀환했다. 텔스타18은 이달 초 소유스 MS-07 우주선을 타고 카자흐스탄 지상에 무사히 착륙했다. 우주정거장(ISS) 내 여러 임무를 완수한 러시아의 안톤 시카플레로프 등 우주인 3명과 함께였다. 앞서 텔스타18은 지난 3월 러시아 우주인 올렉 아르테미예프가 탄 다른 우주선 소유스 MS-08로 ISS에 옮겨졌다. 월드컵 공인구의 첫 ‘우주여행’이었다.
1970년 멕시코 대회서 첫 공인구 사용
월드컵 공인구는 이처럼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공인구의 역사는 의외로 짧다.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 아디다스의 텔스타가 첫 공인구로 인정되기까지 어떤 공을 써야 할지를 놓고 신경전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은 축구공이 세계 축구사를 바꿔 놓은 대회로 꼽힌다. 당시 결승에 올랐던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경기 전부터 공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공인구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였다. 두 나라는 서로에게 익숙한 공을 쓰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재에 나섰다. 전반에는 아르헨티나 공을, 후반에는 우루과이 공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의 공을 사용한 전반에 2-1로 앞섰다. 하지만 후반부터 양상이 바뀌었다. 우루과이 공으로 바꾸자 우루과이가 내리 3골을 몰아쳤다. 결국 승리는 4-2 역전 우승을 일궈낸 우루과이의 몫이었다. 축구공이 승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게 당시의 관전평이었다.
이 같은 해프닝은 1970년 멕시코 대회와 함께 사라졌다. FIFA 월드컵 공인구를 제작하는 아디다스는 1963년부터 축구공을 가볍고 탄성 있게 개량했다. 멕시코 대회 때 처음으로 텔스타를 내놓으며 공인구 지정은 물론 제작 독점권까지 손에 넣었다. 텔스타는 ‘TV 속의 별’이란 뜻이다. 당시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TV 생중계를 기념하기 위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텔스타는 흑백 텔레비전이 상용화됐던 당시 화면 속에서 공인구가 더 잘 보이도록 흑백 컬러만이 사용됐다. 워낙 잘 제작됐다는 평가 속에서 다음 대회인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도 공인구로 채택됐다.
아디다스, 매회 개량된 공 선보여
아디다스는 이후 연구개발비를 대거 투입해 매번 개량된 공인구를 내놨다.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공인구 ‘탱고(Tango)’는 아르헨티나 고전 춤으로 널리 알려진 탱고를 형상화해 삼각 무늬를 삽입했다.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탱고 디자인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20년간 공인구의 고정 디자인으로 채택됐을 정도다. 다만 1982년 스페인 대회 때 기본 탱고 디자인에서 스페인의 정식 국명을 붙이는 등 조금씩 변화를 줬을 뿐이다.
1986년 나온 공인구 ‘아스테카(Azteca)’는 탱고 디자인을 유지한 채 인조 가죽을 뒤집어쓴 최초의 축구공으로 관심을 모았다. 1990년 공인구 ‘에트루스코 유니코(Etrusco Unico)’는 내부에 폴리우레탄으로 된 폼(foam)’을 첨부해 탄성과 방수력을 끌어올렸다. 1994년 미국 대회에서 쓰인 ‘퀘스트라(Questra)’는 볼의 표면에 기포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해 탄성과 반발력을 높여 출시됐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공격적인 축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 안에 칩 넣어 속도 위치 추적도 가능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공인구는 ‘피버노바(Fevernova)’였다. 1978년 대회 이후 최초로 탱고 디자인에서 벗어난 공인구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매 대회 디자인의 변화를 거듭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는 14일 개막해 한 달간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쓰이는 텔스타18은 최초의 공인구인 텔스타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됐다. 2014년 브라질 대회 때의 공인구 브라주카(Brazuca)의 기본 골격이 되는 틀을 살렸고 새 기술력을 도입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아디다스는 텔스타18을 총 6개의 다각형 패널로 구성했다. 안에는 NFC(근접무선통신) 칩을 넣어 공의 속도와 위치를 추적하게 했다. 이번 대회부터는 공이 골대나 파울 라인을 넘어섰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게 됐다.
조희찬 한국경제신문 레저스포츠부 기자 etwoods@hankyung.com
1970년 멕시코 대회서 첫 공인구 사용
월드컵 공인구는 이처럼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공인구의 역사는 의외로 짧다.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 아디다스의 텔스타가 첫 공인구로 인정되기까지 어떤 공을 써야 할지를 놓고 신경전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은 축구공이 세계 축구사를 바꿔 놓은 대회로 꼽힌다. 당시 결승에 올랐던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경기 전부터 공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공인구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였다. 두 나라는 서로에게 익숙한 공을 쓰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재에 나섰다. 전반에는 아르헨티나 공을, 후반에는 우루과이 공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의 공을 사용한 전반에 2-1로 앞섰다. 하지만 후반부터 양상이 바뀌었다. 우루과이 공으로 바꾸자 우루과이가 내리 3골을 몰아쳤다. 결국 승리는 4-2 역전 우승을 일궈낸 우루과이의 몫이었다. 축구공이 승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게 당시의 관전평이었다.
이 같은 해프닝은 1970년 멕시코 대회와 함께 사라졌다. FIFA 월드컵 공인구를 제작하는 아디다스는 1963년부터 축구공을 가볍고 탄성 있게 개량했다. 멕시코 대회 때 처음으로 텔스타를 내놓으며 공인구 지정은 물론 제작 독점권까지 손에 넣었다. 텔스타는 ‘TV 속의 별’이란 뜻이다. 당시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TV 생중계를 기념하기 위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텔스타는 흑백 텔레비전이 상용화됐던 당시 화면 속에서 공인구가 더 잘 보이도록 흑백 컬러만이 사용됐다. 워낙 잘 제작됐다는 평가 속에서 다음 대회인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도 공인구로 채택됐다.
아디다스, 매회 개량된 공 선보여
아디다스는 이후 연구개발비를 대거 투입해 매번 개량된 공인구를 내놨다.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공인구 ‘탱고(Tango)’는 아르헨티나 고전 춤으로 널리 알려진 탱고를 형상화해 삼각 무늬를 삽입했다.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탱고 디자인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20년간 공인구의 고정 디자인으로 채택됐을 정도다. 다만 1982년 스페인 대회 때 기본 탱고 디자인에서 스페인의 정식 국명을 붙이는 등 조금씩 변화를 줬을 뿐이다.
1986년 나온 공인구 ‘아스테카(Azteca)’는 탱고 디자인을 유지한 채 인조 가죽을 뒤집어쓴 최초의 축구공으로 관심을 모았다. 1990년 공인구 ‘에트루스코 유니코(Etrusco Unico)’는 내부에 폴리우레탄으로 된 폼(foam)’을 첨부해 탄성과 방수력을 끌어올렸다. 1994년 미국 대회에서 쓰인 ‘퀘스트라(Questra)’는 볼의 표면에 기포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해 탄성과 반발력을 높여 출시됐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공격적인 축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 안에 칩 넣어 속도 위치 추적도 가능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공인구는 ‘피버노바(Fevernova)’였다. 1978년 대회 이후 최초로 탱고 디자인에서 벗어난 공인구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매 대회 디자인의 변화를 거듭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는 14일 개막해 한 달간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쓰이는 텔스타18은 최초의 공인구인 텔스타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됐다. 2014년 브라질 대회 때의 공인구 브라주카(Brazuca)의 기본 골격이 되는 틀을 살렸고 새 기술력을 도입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아디다스는 텔스타18을 총 6개의 다각형 패널로 구성했다. 안에는 NFC(근접무선통신) 칩을 넣어 공의 속도와 위치를 추적하게 했다. 이번 대회부터는 공이 골대나 파울 라인을 넘어섰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게 됐다.
조희찬 한국경제신문 레저스포츠부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