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담 철학은 양적 쾌락만 강조한 돼지철학" 비판 일자
밀은 '배고픈 소크라테스'라는 질적 쾌락으로 방어했죠
밀은 '배고픈 소크라테스'라는 질적 쾌락으로 방어했죠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42) 공리주의(중): 밀의 질적 공리주의](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742103.1.jpg)
비범한 천재 존 스튜어트 밀

벤담의 공리성에 푹 빠지다
밀은 젊은 시절 벤담의 《도덕 및 입법의 원리》라는 책을 읽고, “그것은 나의 사상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한다. 그 책에서 밀은 벤담의 ‘공리성의 원리’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하나의 통일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밀은 벤담의 공리성의 원리를 자신의 단 하나의 철학으로 삼고 이를 가르치고 전파하는 것을 자기 인생의 주요한 목적으로 삼았다. 자신이 이처럼 따르던 벤담의 철학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판을 받게 되자 밀은 벤담의 공리주의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벤담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으로 칼라일과 같은 철학자는 벤담의 철학을 두고 인간의 행복을 모두 양적 쾌락으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동물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돼지의 철학’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밀은 벤담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쾌락에 대해 양적으로 접근하는 벤담의 방식을 수정해 쾌락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질적 공리주의’의 입장을 취했다.
그렇다면 어떤 쾌락은 고급의 쾌락이고 어떤 쾌락은 저급한 것인가? 이에 대해 밀은 질적으로 다른 쾌락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쾌락의 전문가’ 도입을 제시한다. 비교하려는 쾌락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들이 선택하는 쾌락이 질적으로 높은 쾌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만약 두 가지 쾌락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하나의 쾌락이 다른 쾌락에 비해 항상 그 양이 적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쾌락을 선택한다면 바로 그 쾌락이 더 값진 쾌락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밀은 쾌락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자신의 견해를 다음의 명언으로 압축해 제시하고 있다. “만족한 돼지보다는 오히려 불만족한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만족한 바보가 되느니 차라리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주장이다. 이 명언에서 밀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저급한 존재로 만족하기보다 불만족하는 우월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존엄한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인간은 자유롭고 존엄한 삶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유와 존엄성의 실현에 기여하는 고급 쾌락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모순에 빠지다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42) 공리주의(중): 밀의 질적 공리주의](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086132.1.jpg)
◆기억해주세요
“만족한 돼지보다는 오히려 불만족한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만족한 바보가 되느니
차라리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주장에서 밀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저급한 존재로 만족하기보다 불만족하는 우월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존엄한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김홍일 < 서울국제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