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창사 이후 최대 위기 몰려
이용자 동의없이 넘긴 개인정보
유권자 성향 분석 데이터로 가공
美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서 활용
러 대선개입 정황 은폐 이어 '뭇매'
정보보호 강화 입법 움직임
美 검찰, 정보유출 조사 착수
의회도 저커버그 청문회 요구
2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이 고객정보 유출로 창업 1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고객 동의 없이 5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선거업체로 흘러들어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활용됐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된 정치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의회 출석 증언을 요구하며 개인정보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무려 7% 가까이 빠졌다. 4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이용자 동의없이 넘긴 개인정보
유권자 성향 분석 데이터로 가공
美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서 활용
러 대선개입 정황 은폐 이어 '뭇매'
정보보호 강화 입법 움직임
美 검찰, 정보유출 조사 착수
의회도 저커버그 청문회 요구
고객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정보 제공
페이스북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지난해부터 정치권의 ‘뭇매’를 맞아왔다. 스냅챗 등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기며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으로 북미 지역에서 사용자가 감소하는 등 경영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사생활 보호 등과 관련해 페이스북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이런 위기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은 최근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라는 선거 관련 데이터 가공업체가 페이스북에서 얻은 약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가공해 트럼프 선거캠프에 유권자 성향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교수인 알렉산더 코건이 개발한 ‘디즈이스유어디지털라이프(thisisyourdigitallife)’라는 앱(응용프로그램)을 다운받은 사용자와 이들과 친구관계로 연결돼 있는 고객정보가 CA로 흘러갔다. CA는 트럼프 캠프 최고책임자였던 스티븐 배넌과 트럼프 지지자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 머서가 공동 설립한 회사로, 고객정보를 분석 가공해 트럼프 대선 캠프에 제공했다.
미국 언론들은 앱 사용자뿐 아니라 이들과 친구관계로 연결된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까지 제3자 업체에 흘러간 부분을 비판하고 있다. 고객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은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7일 CA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19일엔 자체 조사를 위해 외부 범죄수사업체에 조사를 맡겼다고 밝혔다.
의회·검찰, 페이스북 정조준
정치권은 페이스북을 ‘정조준’하고 있다. 에이미 클로부처(민주), 존 케네디(공화) 상원의원은 19일 성명을 내고 저커버그가 의회에 출석해 고객정보 보호 정책에 대해 직접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고객정보 축적과 활용에 대한 부실한 통제가 개인정보 보호와 미국 민주주의의 진실성에 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론 와이든(민주), 존 툰(공화) 상원의원도 저커버그에게 서한을 보내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의 제3자 공유정책에 관해 명확한 설명을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치권이 페이스북뿐 아니라 트위터, 구글 등 다른 정보업체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 강화를 위한 입법 준비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코네티컷과 매사추세츠주 검찰이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NYT는 페이스북의 내부 혼란이 이번 사태로 곪아 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선거 개입 사실을 둘러싼 ‘정보공개파’와 ‘신중대응파’ 간의 갈등이 이번에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대표적 정보 공개파인 알렉스 스태모스 페이스북 최고정보보호책임자(CSO)가 오는 8월께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거래업체의 성매수설까지 ‘설상가상’
페이스북과 거래한 CA의 부도덕한 영업 행태도 도마에 오르며 페이스북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영국 방송 채널4는 CA의 알렉산더 닉스 CEO가 스리랑카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음지에서 여러 다른 수단으로 작업하는 데 익숙하다. 장기적이고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기 희망한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18일 공개했다. 동영상에서 닉스는 “우리는 후보자에게 돈을 주고 땅을 약속받기도 한다. 이런 것을 모두 자세하게 기록한다”며 “후보자의 집에 여자를 보내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매우 아름답다.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돈과 여성으로 후보자를 매수해 선거판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미다.
CA는 이 같은 방송이 나가자 성명을 내고 “방송 내용이 편집돼 대화의 본질은 물론 우리 회사가 사업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왜곡됐다. 우리 회사는 이런 함정, 뇌물, 미인계와 연루돼 있지 않고 이를 허용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워싱턴=박수진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