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더가 쓴소리에 귀 막았던 GE의 추락, 남 얘기가 아니다
20세기 미국 제조업의 아이콘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추락과 원인에 대한 한경의 심층 분석(3월2일자 A1, 4, 5면)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126년 역사의 이 거대 기업이 위기를 맞은 원인에 대해 다양한 진단이 나와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무리한 사업 확장, 금융사업(GE캐피털)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분석과 진단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직된 리더십’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이 GE 최고경영진의 눈과 귀를 가려왔다는 것이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 시절, 회사에 나쁜 뉴스는 듣기도 전하기도 싫어했다”는 전직 임원들 증언이 그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전해준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로 20년간 GE를 이끈 웰치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까지 17년간 회사를 경영해왔다.
직언을 어렵게 하는 상하관계, 성공사례만 내세워 온 기업문화도 이런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성공만 과시하려는 GE의 기업풍토를 풍자하는 ‘성공 극장(success theater)’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웰치 회장 시절 밀어붙인 품질경영기법 식스시그마 운동이 ‘GE 경영의 대명사’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이 회사가 수익을 낸 것은 식스시그마 경영에 따라 불량을 줄였기 때문이 아니라 금융사업 덕이었다는 분석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GE는 이 혹독한 시련기를 극복할 것인가. 핵심 사업인 전력 항공 헬스케어 부문까지 분사하기로 하는 등 그룹 해체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기는 하다. ‘극약처방’의 배수진이어서 재기 여부가 주목된다.
GE를 벼랑 끝으로 몬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변 여건이 어려울수록 경직된 리더십은 치명적 약점이다. 국가의 리더십이 쓴소리에 귀를 막으면 그 위험은 너무나도 크다. 사회 각 분야가 GE 위기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 많다.
<한국경제신문 3월3일자> 지난해까지 37년간 GE는 미국 제조업 회사 중 시가총액으로 최대 기업 자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제프리 이멜트 전 CEO가 물러난 뒤 1년간 주가는 반토막 날 정도로 추락했다. 주력 사업이었던 전력·금융 부문 실적이 꺾이면서 그룹 해체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디슨의 전구회사에 뿌리를 둔 100년 넘은 기업 GE는 왜 위기에 처하게 됐을까. 투자분석가 등 외부 전문가와 언론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효과도 없는 사업 확장, 원래 본업이었던 제조업 부문보다 금융 쪽 수익에 과도한 기대, 행동주의 투자펀드의 지나친 경영 개입 등 치명적인 오류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 사설이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대목은 그런 문제보다 ‘경직된 리더십’이다. 나쁜 보고나 평가는 배제되고, ‘할 수 없다’는 말도 못하게 할 정도로 기업 내부 문화가 경직됐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회사가 어렵게 되면서 그에 따라 나온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는 않겠지만, 직언조차 어려운 기업문화라면 문제가 다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잘못된 투자는 그런 기업문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주가가 최근 1년 새 폭락한 것도 그것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자나 뚜렷한 감시자가 없는 CEO가 이끌어가면 그렇게 되기 십상이다.
CEO가 제대로 된 견제 없이 장기 경영에 돌입하면서 공룡 같은 ‘백년기업’ GE는 급속도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소유가 분산돼 ‘오너’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웰치는 20년간 CEO 자리를 누렸다. 그의 후계자 이멜트도 17년간 같은 자리에서 장기 집권했다. 제대로 된 감시 없는 경영 결정, 직언하기 어려운 상하관계, 좋은 것만 듣고 보려는 낙관론은 이 기간에 계속 심화됐을 것이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GE는 지금 큰 후유증을 앓고 있다. 경직된 리더십의 부작용이 심각해 보인다. 확실한 기술력을 새로 확보한 사업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인력 감축, 사업부 매각에 나섰지만 이 위기를 극복해 낼지 의문표가 붙는다.
GE의 오류는 한국 기업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안 그래도 한국 기업에도 공직사회 못지않은 관료주의가 스며들었다는 지적이 나온 적 있다.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와 사회 각 분야에서도 시사점과 교훈을 찾아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20세기 미국 제조업의 아이콘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추락과 원인에 대한 한경의 심층 분석(3월2일자 A1, 4, 5면)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126년 역사의 이 거대 기업이 위기를 맞은 원인에 대해 다양한 진단이 나와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무리한 사업 확장, 금융사업(GE캐피털)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분석과 진단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직된 리더십’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이 GE 최고경영진의 눈과 귀를 가려왔다는 것이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 시절, 회사에 나쁜 뉴스는 듣기도 전하기도 싫어했다”는 전직 임원들 증언이 그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전해준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로 20년간 GE를 이끈 웰치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까지 17년간 회사를 경영해왔다.
직언을 어렵게 하는 상하관계, 성공사례만 내세워 온 기업문화도 이런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성공만 과시하려는 GE의 기업풍토를 풍자하는 ‘성공 극장(success theater)’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웰치 회장 시절 밀어붙인 품질경영기법 식스시그마 운동이 ‘GE 경영의 대명사’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이 회사가 수익을 낸 것은 식스시그마 경영에 따라 불량을 줄였기 때문이 아니라 금융사업 덕이었다는 분석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GE는 이 혹독한 시련기를 극복할 것인가. 핵심 사업인 전력 항공 헬스케어 부문까지 분사하기로 하는 등 그룹 해체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기는 하다. ‘극약처방’의 배수진이어서 재기 여부가 주목된다.
GE를 벼랑 끝으로 몬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변 여건이 어려울수록 경직된 리더십은 치명적 약점이다. 국가의 리더십이 쓴소리에 귀를 막으면 그 위험은 너무나도 크다. 사회 각 분야가 GE 위기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 많다.
<한국경제신문 3월3일자> 지난해까지 37년간 GE는 미국 제조업 회사 중 시가총액으로 최대 기업 자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제프리 이멜트 전 CEO가 물러난 뒤 1년간 주가는 반토막 날 정도로 추락했다. 주력 사업이었던 전력·금융 부문 실적이 꺾이면서 그룹 해체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디슨의 전구회사에 뿌리를 둔 100년 넘은 기업 GE는 왜 위기에 처하게 됐을까. 투자분석가 등 외부 전문가와 언론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효과도 없는 사업 확장, 원래 본업이었던 제조업 부문보다 금융 쪽 수익에 과도한 기대, 행동주의 투자펀드의 지나친 경영 개입 등 치명적인 오류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 사설이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대목은 그런 문제보다 ‘경직된 리더십’이다. 나쁜 보고나 평가는 배제되고, ‘할 수 없다’는 말도 못하게 할 정도로 기업 내부 문화가 경직됐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회사가 어렵게 되면서 그에 따라 나온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는 않겠지만, 직언조차 어려운 기업문화라면 문제가 다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잘못된 투자는 그런 기업문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주가가 최근 1년 새 폭락한 것도 그것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자나 뚜렷한 감시자가 없는 CEO가 이끌어가면 그렇게 되기 십상이다.
CEO가 제대로 된 견제 없이 장기 경영에 돌입하면서 공룡 같은 ‘백년기업’ GE는 급속도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소유가 분산돼 ‘오너’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웰치는 20년간 CEO 자리를 누렸다. 그의 후계자 이멜트도 17년간 같은 자리에서 장기 집권했다. 제대로 된 감시 없는 경영 결정, 직언하기 어려운 상하관계, 좋은 것만 듣고 보려는 낙관론은 이 기간에 계속 심화됐을 것이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GE는 지금 큰 후유증을 앓고 있다. 경직된 리더십의 부작용이 심각해 보인다. 확실한 기술력을 새로 확보한 사업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인력 감축, 사업부 매각에 나섰지만 이 위기를 극복해 낼지 의문표가 붙는다.
GE의 오류는 한국 기업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안 그래도 한국 기업에도 공직사회 못지않은 관료주의가 스며들었다는 지적이 나온 적 있다.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와 사회 각 분야에서도 시사점과 교훈을 찾아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