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시재생, '균형' 아닌 '차별화' 개발로 눈돌려보라
도시의 기능 향상과 안정적인 주택 공급은 어떤 전략에 기반을 둬야 할까. 뉴욕과 도쿄의 도심개발을 분석한 한경의 기획 ‘도시 재생이 답이다’(2월26일자 A1, 3면)는 이 점에서 의미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인천 등 국내 대도시의 발전에 ‘탈(脫)균형과 차별화’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뉴욕의 도시발전 정책은 초고밀도의 도심 재개발이 핵심이다. 수요지에 원활한 공급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고, 일자리도 만든다는 전략이다. 일부 재개발지는 용적률이 3300%에 달한다. ‘특혜’ 논란이 벌어지기 일쑤인 한국적 관점으로는 놀라울 정도의 인센티브 부여다. 그 결과 2014년 이후 세계적으로 주택값이 오른 와중에도 뉴욕의 상승률은 연간 3% 정도로 안정됐다. 미국 전체의 연평균 상승률 (5%)보다 훨씬 낮았다.
도쿄의 롯폰기 힐스는 민간이 주도한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다. 일본 정부가 도심 재개발을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는 마중물로 활용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아베 신조 정부의 도시정책은 도시재생 의지, 규제완화, 금융지원 확대라는 세 요소를 결합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요약된다.
서울은 사뭇 다르다. 종로 을지로 등 구(舊)도심 요지들이 ‘보존형 도시재생’ 대상이다. 한양도성 보호 논리에 의해 사대문 안은 최고 90m(약 20층)로 높이가 규제돼 있고, 남산 경관보호 지역도 많다. 이런 판에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시장 요구에 반하는 규제일변도 정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강남 수요를 대체할 구도심의 다핵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차별대우는 곤란하지만 차별화는 도시 진화에 필수다. ‘부산을 부산답게’ ‘강북은 구도심 강북답게’ 개발하면 된다. 그러자면 기계적 균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집값이 오른다고 규제를 강화하고, 그 결과 주택 부족이 사회적 문제가 된 런던을 뒤따른다. “균형론은 성장과 발전의 안티테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차별화로 나아가며 도심을 다양하게 개발하면 주택수요에도 맞추고 고른 발전까지 꾀할 수 있다. 시장이 원하는 ‘직주(職住)공간’을 제때 공급해야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2월27일자> 도시는 현대 문명의 총아다.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도시화도 급진전된다. 거꾸로 도시화와 ‘도시의 진화’가 경제 성장의 중요한 촉매제가 되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도 이끌어 냈을 수도 있다. 어떻든 현대 사회와 도시 문제, 국가 발전과 도시 전략은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대도시는 국가를 상징하고 대표한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다. 일류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찾아나서는 현상에서도 그런 점은 확인된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지고 편리도 개선되지만 부작용이 만만찮다. 인구 집중과 고밀도 개발에 따른 교통과 환경 문제 외에 쾌적한 주택과 경제성 있는 업무공간의 확보는 대도시들의 공통 과제다. 질 좋은 주택의 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갈등 아젠다가 된다. 해법으로 새로운 도시건설도 있지만, 각종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건설되기 어렵다. 결국 신도시 건설과 더불어 기존 도시의 재생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존 도시의 리모델링이 달리는 차 고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이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란도 그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이런 복합적인 도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세계의 대도시들과 경쟁하는 서울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급등한 ‘강남지역 집값’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부가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섣부른 정책은 주택가격의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강북 등 구도심의 특색 있는 개발, 도심 재생이 원활한 것도 아니다.
기본 접근법이 틀린 탓이다. 형평성이나 기계적인 균형에 주택정책이 맞춰져서는 옳은 해법이 안 나온다. ‘차별화’를 전제로 한 개발이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간다. 시장의 기능을 이해하며 문제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시장도 잘 활용해야 한다. 1000%선인 서울의 용적률(대지 대비 건물면적 비율) 기준에서 보면 뉴욕 맨해튼 요지가 용적률 3300%로 재개발되는 과정은 쉽게 이해되기 어렵다. 한국에서라면 ‘특혜논란’부터 나왔을 것이다.
도시를 진화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주택 문제도 해결하려면 균형 일변도 보다 차별화가 나은 전략이다. 도심재생에는 돈도 든다. 공공 자금은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자본을 끌어모아야 한다. 그러자면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도 과감하게 줘야 한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가격이 안정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주택은 더욱 그렇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도시의 기능 향상과 안정적인 주택 공급은 어떤 전략에 기반을 둬야 할까. 뉴욕과 도쿄의 도심개발을 분석한 한경의 기획 ‘도시 재생이 답이다’(2월26일자 A1, 3면)는 이 점에서 의미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인천 등 국내 대도시의 발전에 ‘탈(脫)균형과 차별화’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뉴욕의 도시발전 정책은 초고밀도의 도심 재개발이 핵심이다. 수요지에 원활한 공급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고, 일자리도 만든다는 전략이다. 일부 재개발지는 용적률이 3300%에 달한다. ‘특혜’ 논란이 벌어지기 일쑤인 한국적 관점으로는 놀라울 정도의 인센티브 부여다. 그 결과 2014년 이후 세계적으로 주택값이 오른 와중에도 뉴욕의 상승률은 연간 3% 정도로 안정됐다. 미국 전체의 연평균 상승률 (5%)보다 훨씬 낮았다.
도쿄의 롯폰기 힐스는 민간이 주도한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다. 일본 정부가 도심 재개발을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는 마중물로 활용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아베 신조 정부의 도시정책은 도시재생 의지, 규제완화, 금융지원 확대라는 세 요소를 결합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요약된다.
서울은 사뭇 다르다. 종로 을지로 등 구(舊)도심 요지들이 ‘보존형 도시재생’ 대상이다. 한양도성 보호 논리에 의해 사대문 안은 최고 90m(약 20층)로 높이가 규제돼 있고, 남산 경관보호 지역도 많다. 이런 판에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시장 요구에 반하는 규제일변도 정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강남 수요를 대체할 구도심의 다핵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차별대우는 곤란하지만 차별화는 도시 진화에 필수다. ‘부산을 부산답게’ ‘강북은 구도심 강북답게’ 개발하면 된다. 그러자면 기계적 균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집값이 오른다고 규제를 강화하고, 그 결과 주택 부족이 사회적 문제가 된 런던을 뒤따른다. “균형론은 성장과 발전의 안티테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차별화로 나아가며 도심을 다양하게 개발하면 주택수요에도 맞추고 고른 발전까지 꾀할 수 있다. 시장이 원하는 ‘직주(職住)공간’을 제때 공급해야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2월27일자> 도시는 현대 문명의 총아다.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도시화도 급진전된다. 거꾸로 도시화와 ‘도시의 진화’가 경제 성장의 중요한 촉매제가 되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도 이끌어 냈을 수도 있다. 어떻든 현대 사회와 도시 문제, 국가 발전과 도시 전략은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대도시는 국가를 상징하고 대표한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다. 일류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찾아나서는 현상에서도 그런 점은 확인된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지고 편리도 개선되지만 부작용이 만만찮다. 인구 집중과 고밀도 개발에 따른 교통과 환경 문제 외에 쾌적한 주택과 경제성 있는 업무공간의 확보는 대도시들의 공통 과제다. 질 좋은 주택의 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갈등 아젠다가 된다. 해법으로 새로운 도시건설도 있지만, 각종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건설되기 어렵다. 결국 신도시 건설과 더불어 기존 도시의 재생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존 도시의 리모델링이 달리는 차 고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이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란도 그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이런 복합적인 도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세계의 대도시들과 경쟁하는 서울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급등한 ‘강남지역 집값’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부가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섣부른 정책은 주택가격의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강북 등 구도심의 특색 있는 개발, 도심 재생이 원활한 것도 아니다.
기본 접근법이 틀린 탓이다. 형평성이나 기계적인 균형에 주택정책이 맞춰져서는 옳은 해법이 안 나온다. ‘차별화’를 전제로 한 개발이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간다. 시장의 기능을 이해하며 문제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시장도 잘 활용해야 한다. 1000%선인 서울의 용적률(대지 대비 건물면적 비율) 기준에서 보면 뉴욕 맨해튼 요지가 용적률 3300%로 재개발되는 과정은 쉽게 이해되기 어렵다. 한국에서라면 ‘특혜논란’부터 나왔을 것이다.
도시를 진화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주택 문제도 해결하려면 균형 일변도 보다 차별화가 나은 전략이다. 도심재생에는 돈도 든다. 공공 자금은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자본을 끌어모아야 한다. 그러자면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도 과감하게 줘야 한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가격이 안정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주택은 더욱 그렇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