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동굴·시장·극장 등 4개 우상 탓에 오류에 빠진다"
꿀벌처럼 재료 모아 지성으로 바꾸자며 귀납법 주장했죠
꿀벌처럼 재료 모아 지성으로 바꾸자며 귀납법 주장했죠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26) 프란시스 베이컨(하) 우상론](https://img.hankyung.com/photo/201712/AA.15451475.1.jpg)
아리스토텔레스 깨기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26) 프란시스 베이컨(하) 우상론](https://img.hankyung.com/photo/201712/01.15463615.1.jpg)
우상들 때문에 왜곡된 이미지 갖는다
우선 베이컨은 부숴야 할 대상을 ‘우상’에 비유했다. 우상은 영어로 ‘아이돌(idol)’이다. 요즘 한국에서 아이돌 하면 인기 있는 연예인으로 선망의 대상이지만, 베이컨이 비유한 ‘우상’은 참된 지식을 얻지 못하게 하는 편견으로서 타파의 대상이었다. 먼저 ‘종족의 우상’은 인간이라는 종족 그 자체에 뿌리박고 있는 편견이다. 인간의 마음은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왜곡된 거울과 같다. 따라서 여기에 비친 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류에 빠지게 된다.
다음으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연상시키는 ‘동굴의 우상’은 각 개인의 특수성 때문에 생기는 편견이다. 각 개인은 자연의 빛을 차단하거나 약하게 만드는 동굴 같은 것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다. 세 번째 ‘시장의 우상’은 인간 상호 간의 교류와 접촉에서 생기는 편견을 말한다. 이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실재를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함으로써 빠지는 오류다. 마지막으로 ‘극장의 우상’이란 철학의 다양한 학설과 그릇된 증명 방법 때문에 사람의 마음속에 생기는 오류를 말한다. 베이컨이 보기에 지금까지 고안된 철학 체계들은 연극 대본과 같은 것이었다. 따라서 맹목적으로 이를 신봉하면 편견에 빠지게 된다.
베이컨은 참된 지식의 세우는 작업을 ‘개미-거미-꿀벌’의 비유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개미는 재료를 모으기만 하고 거미는 자신의 속에서 거미줄을 끌어내기만 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비해 꿀벌은 꽃에서 재료를 모아 꿀을 만들어낸다. 즉 관찰과 실험의 결과만 수집하는 경험주의자가 개미와 같다면, 독단적 추리만 강조하는 합리주의자는 자기 자신 속에 있는 걸 풀어서 집을 짓는 거미와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된 철학자는 이성의 힘에만 의존하지도 않고, 실험 사실만 수집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꿀벌과 같이 모은 재료를 지성으로 변화시켜 자연에 존재하는 참된 지식을 알아내는 사람이다. 꿀벌의 방법, 이것이 바로 베이컨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법론을 대신해 세우고자 했던 새로운 방법론인 귀납법이다.
귀납법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26) 프란시스 베이컨(하) 우상론](https://img.hankyung.com/photo/201712/01.14595040.1.jpg)
◆기억해 주세요
관찰과 실험의 결과만 수집하는 경험주의자가 개미와 같다면, 독 단적 추리만 강조하는 합리주의자 는 자기 자신 속에 있는 걸 풀어서 집을 짓는 거미와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된 철학자는 이성의 힘 에만 의존하지도 않고, 실험 사실 만 수집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꿀벌과 같이 모은 재료를 지성으 로 변화시켜 자연에 존재하는 참 된 지식을 알아내는 사람이다.
김홍일 < 서울 국제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