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소녀시대·싸이… K팝 신화는 계속 된다
수출액 20배 성장·유튜브 7억뷰 돌파한국의 음악(K팝)이 모바일과 인터넷 세상을 또 한번 달구고 있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싸이가 열어 놓은 K팝의 세계적 명성이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대활약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K팝 4세대’로 불리는 최근의 조류는 방탄소년단의 신곡 ‘마이크 드롭(MIC Drop)’이 이끌고 있다. 이 곡은 최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HOT)100’에서 28위까지 진입했다. 지난 9월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 7위까지 치솟아 오른 뒤 또다시 진군 중이다. 5년 전 싸이가 ‘핫100’ 2위에 오른 K팝의 힘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폭발적인 ‘팬덤’을 바탕으로 인기를 휩쓸고 있다.
요즘 K팝의 세계적 인기도는 트위터 팔로어, 유튜브 조회 수에서 확인된다. 음악의 본고장이라는 미국 시장을 보자. 방탄소년단이 미국 전체 유튜브 시장에서 7억7000만 뷰를 돌파했다. 뉴욕에서만 3528만 뷰를 넘는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다. 로스앤젤레스에선 1884만 뷰를 돌파했다. 2위다. 휴스턴에선 1488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미국 음악시장은 동양 남성에 대해 매우 배타적이다. 싸이 이전에 한국 남성 가수가 기억할 만한 족적을 남긴 적이 없었다. 특히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장르는 미국에선 낯선 구성이다. 한국의 걸그룹을 한때 ‘응원단(치어리더)’으로 얕잡아본 것도 이런 이유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최근 주춤했던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트위터 팔로어 면에서 K팝은 또 한번의 진화단계에 들어서 있다. 2009년 미국에 진출했던 원더걸스의 트위터 팔로어 숫자는 55만 명에 불과했다. 2011년 소녀시대는 293만 명이었다. 싸이는 2012년 463만 명이었다. 모두 인기와 이목을 끌었다고는 하지만 팔로어는 500만 명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진화론에서 나오는 ‘단속평형설’처럼 갑자기 대폭발했다. 팔로어 수가 1100만 명이다. 단속평형설은 캄브리아기에 생명이 갑자기 늘어난 현상을 설명하는 진화이론 중 하나다. 생명은 변이, 적응, 확장 과정을 통해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누적적으로 진화한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논박하는 경쟁이론 중 하나다.
한국 음악산업이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는 액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2006년 4만9000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액이 2012년 85만달러를 거쳐 2015년부터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절대 액수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K팝 수출이 늘어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계 수출액은 2006년 1666만달러에서 2015년 3억810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화려한 춤, 립싱크도 장르다
K팝의 성공비밀은 춤과 노래를 어느 나라 가수들보다 한 차원 높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K팝의 가장 큰 특징은 ‘립싱크도 장르’라고 선언한 데 있다. 이것이 바로 차별점이다. 싸이를 제외하면 한국 음악의 주류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이었다. 이들은 노래를 잘할 뿐 아니라 춤도 화려하게 춘다. 여러 멤버가 보여주는 춤과 움직임은 세계에서 ‘이것이 K팝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화려한 춤을 보여주려면 립싱크는 필수다. 격렬한 춤을 추면서 노래를 평상시처럼 잘할 수는 없다. 노래는 립싱크로 흘러나오게 하고 탁월한 춤으로 커버한다. 이것이 K팝 팬덤을 일으키는 한국만의 장점이다.
한국 기획사들이 세계 음악에 맞춘 노래형식을 절묘하게 창조해내고, 특히 모바일시대에 맞춘 유튜브와 트위터 마케팅은 탁월하다.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구성하는 멤버를 한국 출신 가수로 고집하지 않는 것도 특이점이다. 영국 프리미어 축구 시장에 외국 선수가 더 많은 점과 비슷하다. 국적을 불문한 멤버 구성은 해외마케팅에서 그만큼 장점으로 작용한다. 한때 영국 첼시팀에 영국 선수가 없었다는 점은 실력으로 팬을 잡는다는 마케팅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 보이그룹과 걸그룹도 비슷하다. 그만큼 개방성이 K팝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젊은이들이 따라하는 K팝. 세계 음악 시장의 한 편을 지배하고 있는 K팝. 세계 곳곳에 한국 상품이 팔리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K팝의 부활은 의미가 크다.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