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4차산업혁명은 디지털의 기하급수적 성장 의미
기술의 발전과 가격의 하락은 이전에 불가능한 시도들 가능케 해
우리가 예측하는 유일한 사실은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점
기술의 발전과 가격의 하락은 이전에 불가능한 시도들 가능케 해
우리가 예측하는 유일한 사실은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점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1.15285016.1.jpg)
기하급수적 성장 이해 못하는 인간의 뇌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의 책 《21세기 호모 사피엔스》에 실린 발명가와 황제 이야기는 인간의 뇌가 기하급수적 증가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발명가의 요청을 승낙한 황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뇌는 지속되는 기하급수적 증가의 결과를 과소평가한다. 만약 마지막 칸에 이를 때까지 쌀알을 받았다면 발명가는 총 1800경의 쌀을 받았을 것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 보다 많은 양이다.
발명가와 황제 이야기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어 아래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례들이 현실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즉, 오늘날 비로소 체스 판의 서른세 번째 칸에 도달한 것이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 2000년 당시에는 겨우 상상으로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일들이 불과 5~6년 이후부터 우리 눈앞에 현실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시작으로 알려진 애플의 아이폰이 2008년에 출시되었고, 의사와 같이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인 IBM의 왓슨은 2011년 미국의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쇼퍼 프로젝트>로 시작된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시점도 2010년이며, 2014년 시제품이 공개되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여겨지는 이런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단지 발명가에게 속은 황제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기하급수적 성장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디지털 기술의 기하급수적 성장
디지털 기술의 기하급수적 성장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이면에는 18개월마다 회로의 집적도가 두 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무어의 법칙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디지털 기술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새로운 기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빨라지고 저장용량은 늘어난 반면 크기는 작아지고 가격은 내려갔다.
1996년 모의 핵실험을 위해 미국 정부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아스키레드’는 1년 만에 그 성능이 무려 1.8배나 더 빨라졌다. 이후 9년 뒤 일본의 전자회사 소니는 동일한 성능의 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 테니스장 면적의 80%를 차지했던 아스키레드와는 달리 보관에 필요한 면적이 책 한권 크기에 불과했고, 가격은 단돈 500달러였다. 내외부적으로 놀라운 발전을 보여준 이 컴퓨터의 이름은 ‘플레이 스테이션 Ⅲ’다. 정부 연구소에서나 가능했던 성능의 PC가 각 가정의 게임용으로 보급되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1.15233125.1.jpg)
서른두 번째 칸까지 지속적으로 축적된 지수적인 성장에 더해 서른세 번째 칸부터는 한 칸만 더 이동하더라도 그 변화의 폭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금부터의 변화는 과거의 연장선상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가격의 하락은 이전에 불가능했던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만든다. 즉, 과거에 축적된 진보를 바탕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과거는 더 이상 미래를 예측하거나 판단하는 데 좋은 기준점이 되지 못한다. 지수적인 성장 속에서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규정짓는 대표적인 특징인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특정 시기의 단순한 유행으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이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