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껍질은 여러 개의 판으로 구성돼 있어
맨틀·화산 활동으로 판이 부딪칠 때 지진
경주에 이어 포항에도 큰 지진···또?맨틀·화산 활동으로 판이 부딪칠 때 지진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땅이 흔들렸다’는 역사적 기록은 많지만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2년 연속 발생한 패턴은 흔하지 않다. 지난 15일 발생해 수능을 연기시킨 포항 지진은 규모 5.4였고, 작년 9월 전국을 놀라게 한 경주 지진이 역사상 최대 규모인 5.8이었다. “더 큰 지진이 오려는 전조가 아닐까?” 이런 걱정도 무리는 아니다. 지진은 지구의 표면이 기울어지거나 흔들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진을 알려면 우선 지구가 어떤 구조로 생겼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지구는 내핵과 외핵, 맨틀, 지각으로 겹겹이 싸여 있다. 내핵과 외핵에는 철과 니켈 등을 함유한 액체가 5500도로 끓고 있다. 맨틀은 마그마라고 하는 반(半) 용융상태의 암석이다. 그 위에 우리가 흔히 지구 표면이라고 하는 지각이 40㎞의 두께로 덮여 있다.
지구의 지각은 우리 눈에는 잘 안 보이지만, 여러 개의 큰 지각 조각으로 붙어 있다. 몇 조각의 가죽을 붙여 만든 핸들볼공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판구조론’이 바로 이것이다. 1912년 독일의 지질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는 지각이 2억 년 전에 ‘판게아’라는 하나의 초대륙으로 붙어 있었는데 이것이 갈라져 대륙이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륙이동설을 바탕으로 1960년 판구조론이 등장했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표층은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미판 등 10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다. 평소에는 조용히 붙어 있는데 맨틀 활동과 화산 활동이 활발할 때 판들이 서로 부딪치고 밀고 포개지는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이때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보통 판 경계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쉽지만 내부에서도 발생한다. 판구조론에서 보면 일본-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미국서부-멕시코-칠레를 둘러싼 환태평양조산대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진대인 이유를 알 수 있다. 흔히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부른다.
리히터와 진도의 차이는?
지진의 세기는 흔히 규모와 진도라는 말로 표현된다. 규모는 진원에서 방출된 지진 에너지의 양을 나타낸다.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의 진폭을 이용해 계산한 절대적 척도다. 우리가 지진이 날 때마다 듣는 ‘리히터’라는 말이 규모를 나타낸다. 리히터는 이 개념을 처음 도입한 미국 지진학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진도는 어떤 한 지점에서의 세기를 표시한다. 즉 관측하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진도는 달라지는 상대 개념이다.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 멀면 멀수록 진도는 떨어진다.
규모가 가장 큰 것은 ‘9 이상’으로 표현된다. 9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수천km 지역을 완전히 파괴한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이 규모의 지진은 2011년 9월 일본 후쿠시마 지진이다. 쓰나미까지 몰고 온 이 지진의 영향으로 인근 주민 1만5000명이 죽고 3200명이 실종됐다. 1960년 5월 칠레 테무코에서도 9.5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1600명이 사망하고 200만 명의 이재민을 낳았다. 최악의 피해는 아이티라는 나라에서 발생했다. 당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25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2014년 4월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8.2의 지진으로 칠레가 놀랐다.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중급에 해당한다. 5~5.9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에 심한 손상이 간다.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이 정도의 지진을 견뎌내야 하지만 내진 설계 등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이 없다면 작은 지진에도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지진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지진의 나라’ 일본은 내진 설계가 기본적으로 도입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내진설계 의무규정이 1988년 도입됐다. 내진설계 의무적용 대상도 확대됐다.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에서 1995년 6층 이상, 1만㎡ 이상으로 확대됐다. 2005년부터 3층 이상, 1000㎡ 이상으로 확대 적용됐으며 2015년 개정을 통해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했다.
지진 발생하면 탁자 밑으로
진원과 진앙이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진원은 지진이 발생한 지하의 특정 지점을 말하고 진앙은 진원에서 지표면으로 그은 수직선의 지점이다. 진원은 종종 위도와 경도로 표현되고 인근 지명을 사용한다.
지진이 발생할 때 지켜야 할 행동요령도 익혀두면 좋다. 지진으로 흔들릴 때는 머리 위로 위험물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탁자 아래로 일단 몸을 피하는 게 좋다. 이때 탁자다리를 잡고 있는 게 바람직하다. 흔들림이 멈추면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문을 열고 나가는 게 좋다. 밖으로 나갈 때는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또 머리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가능한 한 건물에서 멀리 떨어지는 게 좋다. 라디오나 안내방송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듣고 행동해야 한다.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