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많은 한국인들의 재테크 목표는 ‘큰 집을 갖는 것’이었다. 작은 집을 장만한 뒤 돈을 차곡차곡 모아 식구가 늘면 점차 큰 집으로 넓혀가는 게 정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부동산시장에서 큰 집은 예전처럼 인기가 없다. 대가족이 사라지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다. 부동산114가 2010~2016년 전국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소형(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는 26% 뛰었지만 중대형(85㎡ 초과)은 2% 상승에 그쳤다. 새 아파트나 오피스텔도 소형 위주로 지어지고 있다. 주택 전문가들은 ‘다운사이징’(소형화)이 시장의 대세라는 데 이견이 없다.
혼밥족 늘어나니… 편의점·간편식·배달 앱 뜬다
급증하는 1인 가구는 대한민국의 경제지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식품, 유통부터 가전, 주택, 콘텐츠, 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이들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싱글족의 특징은 왕성한 소비력이다. 부양가족이 없기 때문에 ‘나를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 비율·2015년 기준)은 80.3%로 2인 가구(70.2%), 4인 가구(76%), 5인 이상 가구(75.7%)를 모두 웃돌았다.
‘솔로 이코노미’의 대표적인 수혜주로는 편의점이 꼽힌다. 출퇴근길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소포장·소용량 제품과 간단한 먹거리를 필요한 만큼 사는 싱글족의 소비방식과 잘 맞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3만2611개, 연 매출은 20조4000억원에 이른다. 5년 새 점포 수는 57%, 매출은 두 배로 뛰었다.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성장이 정체된 반면 편의점은 매년 10~20%씩 크고 있다.
요리를 번거로워하는 독신가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HMR 시장은 2010년 77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20%씩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3분 요리’ 수준이던 상품 구색도 웬만한 맛집 버금가게 고급화·다양화하는 추세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같은 음식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의 핵심 고객층 역시 젊은 싱글족이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등장 7년 만에 연 2조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가전도 소형이 인기… TV 주인공도 싱글족
소형 주택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소형 가전과 인테리어 상품도 인기다. 올들어 옥션·G마켓·11번가에서 판매가 가장 많이 늘어난 가전제품은 건조기, 스타일러, 휴대용 선풍기, 열풍기, 에어프라이어 등이었다. 이진영 옥션 실장은 “가전제품 구매자는 60%가 20~30대”라며 “원룸 같은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미니 가전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조립식 가구를 파는 이케아가 한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도 1인 가구 덕이 컸다는 분석이다.
문화콘텐츠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TV에선 몇년 전부터 ‘나 혼자 산다’ ‘혼술남녀’ ‘내 귀에 캔디’ ‘조용한 식사’ 등 싱글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대가족이 지지고 볶는 ‘홈드라마’는 한물간 지 오래다. 1인 가구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2~4인 가구와 다르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집중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가족주의 사회에선 보편성 있는 작품을 선호하지만 1인 가구가 많아진 지금은 취향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소수의 마니아층을 겨냥한 틈새 콘텐츠가 늘고, 이는 문화시장의 다양성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1인 가구 소비지출, 4인 가구 앞지를 것”
혼자 여가생활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는 점은 극장, 관광 등의 업종에 호재다. 여성 독신자를 위한 보안·방범 서비스와 홀로 사는 고령층 대상의 건강·의료 서비스도 유망하게 떠올랐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1인 좌석 음식점, 맥주를 파는 책방, 카페형 만화방, 정리정돈 대행 서비스 같은 이색사업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16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194조원에 달해 4인 가구 소비지출(178조원)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민간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로, 1인 가구가 내수를 좌우하는 ‘큰 손’이 되는 셈이다.
◆NIE 포인트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뜨는 산업, 지는 산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토론해보자. 인구구조의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 적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혼밥족 늘어나니… 편의점·간편식·배달 앱 뜬다
급증하는 1인 가구는 대한민국의 경제지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식품, 유통부터 가전, 주택, 콘텐츠, 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이들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싱글족의 특징은 왕성한 소비력이다. 부양가족이 없기 때문에 ‘나를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 비율·2015년 기준)은 80.3%로 2인 가구(70.2%), 4인 가구(76%), 5인 이상 가구(75.7%)를 모두 웃돌았다.
‘솔로 이코노미’의 대표적인 수혜주로는 편의점이 꼽힌다. 출퇴근길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소포장·소용량 제품과 간단한 먹거리를 필요한 만큼 사는 싱글족의 소비방식과 잘 맞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3만2611개, 연 매출은 20조4000억원에 이른다. 5년 새 점포 수는 57%, 매출은 두 배로 뛰었다.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성장이 정체된 반면 편의점은 매년 10~20%씩 크고 있다.
요리를 번거로워하는 독신가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HMR 시장은 2010년 77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20%씩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3분 요리’ 수준이던 상품 구색도 웬만한 맛집 버금가게 고급화·다양화하는 추세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같은 음식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의 핵심 고객층 역시 젊은 싱글족이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등장 7년 만에 연 2조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가전도 소형이 인기… TV 주인공도 싱글족
소형 주택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소형 가전과 인테리어 상품도 인기다. 올들어 옥션·G마켓·11번가에서 판매가 가장 많이 늘어난 가전제품은 건조기, 스타일러, 휴대용 선풍기, 열풍기, 에어프라이어 등이었다. 이진영 옥션 실장은 “가전제품 구매자는 60%가 20~30대”라며 “원룸 같은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미니 가전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조립식 가구를 파는 이케아가 한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도 1인 가구 덕이 컸다는 분석이다.
문화콘텐츠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TV에선 몇년 전부터 ‘나 혼자 산다’ ‘혼술남녀’ ‘내 귀에 캔디’ ‘조용한 식사’ 등 싱글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대가족이 지지고 볶는 ‘홈드라마’는 한물간 지 오래다. 1인 가구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2~4인 가구와 다르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집중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가족주의 사회에선 보편성 있는 작품을 선호하지만 1인 가구가 많아진 지금은 취향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소수의 마니아층을 겨냥한 틈새 콘텐츠가 늘고, 이는 문화시장의 다양성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1인 가구 소비지출, 4인 가구 앞지를 것”
혼자 여가생활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는 점은 극장, 관광 등의 업종에 호재다. 여성 독신자를 위한 보안·방범 서비스와 홀로 사는 고령층 대상의 건강·의료 서비스도 유망하게 떠올랐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1인 좌석 음식점, 맥주를 파는 책방, 카페형 만화방, 정리정돈 대행 서비스 같은 이색사업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16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194조원에 달해 4인 가구 소비지출(178조원)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민간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로, 1인 가구가 내수를 좌우하는 ‘큰 손’이 되는 셈이다.
◆NIE 포인트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뜨는 산업, 지는 산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토론해보자. 인구구조의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 적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